▲청주 보산사미국 영화 스님의 첫 한국 도량인 청주 보산사는 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현안스님
그후 수행에 목마른 한국인들은 보산사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출가했고, 한국 스님도 더 합류했다. 이쯤 되면 무엇이 한국인들에게 낯선 미국땅에서 온 영화 스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게 하는지 궁금해진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 한국인은 한국 문화와 전통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다. 그런데 어째서 굳이 미국인인 영화 스님을 따르고, 심지어 출가까지 하게 만들까?
사실 영화 스님은 대승불교를 수행하기 때문에, 그의 법문 주제는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하다. <복 있는 당신께, 다르마톡>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선 명상, 염불, 사십구재, 윤회, 육바라밀, 인욕, 관세음보살, 신심, 참회, 보시, 자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를 많이 다룬다. 그는 또한 지난 20여 년간 지장경, 약사경,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 화엄경 등 많은 대승경전을 강설해왔다. 이렇듯 법문 주제는 매우 익숙하지만, 그의 설명하는 방식은 아주 다르다.
영화 스님은 서양식 교육을 받았고, 미국에서 대학교육을 받았으며 미국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그는 너무나 '미국적'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법문은 직설적이다.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동시에 그의 법문은 매우 자비롭다. 누구든 언제든 그의 법문 중 질문할 수 있다.
보통 미국인들은 매우 직설적으로 뭐든 다 묻는다. "와우!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하지?"라고 생각할 것들을 마구 묻는다. 장난스러운 질문부터 낯 뜨거운 질문까지 뭐든 다 묻는다. 일례로 성적인 호기심이 자꾸 든다거나, 한국에선 불법이나 미국 일부에선 합법이며, 마약의 일종인 대마초(마리화나)가 명상보다 낫지 않냐는 등의 질문이다.
영화 스님의 법문에 자신이 천주교나 기독교인이라면서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다들 조용히 듣는 편이고, 질문을 나서서 잘 하지도 않고, 스님들이 설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서는 법문 중에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나는 동의 못해요!"라고 반박하거나, 다시 설명해도 납득이 되지 않으면 "글쎄요. 그래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법문 중에 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화 내는 대신 어떤 질문이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여 답해준다. 쇼를 하기 위한, 명성을 위한 답이 아닌, 진실되고 지혜로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수행자의 장애와 문제를 진짜로 풀어줄 그런 답을 제공한다. 그는 자비롭지만, 너무 캐주얼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기에 그 자비로움은 알아차리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