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즐거움(자료사진).
픽사베이
탄력 받은 김에 한 초등학교에도 전화를 걸었다. 방과 후 수업으로 제안해볼 생각이었다.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이겠지만, 책 하나가 뭐라고 내게 이런 용기를 주는 것일까. 비록 자가 출간이지만 출간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누군가와 얘기를 할 때 이 책은 하나의 명함처럼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담당자들과 이야기할 때 책을 냈다고 하면 아, 하는 탄성음을 내며 '그럼 가능하겠네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별거 아니라고 해도 책을 낼 정도의 글을 모아 출간한 것은 멋진 도전이라고 했다. 극소심, 트리플 A형이자, MBTI도 내향인으로 나오는 내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강사 제안을 하고 있다니.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강사를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지인의 칭찬이 나를 춤추게 한 것도 있지만 알수록 재미있는 생활기사를 사람들과 같이 즐겁게 쓰고 싶은 이유가 컸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별다른 글쓰기 강좌가 없다.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수필가 지인에게 강사 제안을 해보라고도 했지만, 반응이 없어 내가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해 제안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내가 쓰고 있는 생활기사라는 장르로 말이다. 부족하지만 생활기사 불모지인 이곳에 생활 기사 쓰기 경험을 나눠주며 같이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야무진 목표도 가져본다.
며칠 전엔 내가 하는 글쓰기 모임의 한 회원인 K와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 출간된 책 얘기를 하는데, K 회원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번에도 느낀 건데요, 님은 책 얘기를 할 때 제일 재밌어하고 글 얘기를 할 때 신나있어요. 글에 진심인 거 같아요"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래서 더 용감해졌는지 모른다.
사실, 글을 써보니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과정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에 과감히 도전하는 중인데 그런 계획들을 회원과 공유하니 큰 힘이 되기도 했다. 회원 역시 나의 이런 도전에 자극이 된다고 했다. 무모한 도전이지만 기관 담당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기대에 여지를 주는 긍정적인 반응에 더 신이 났는지 모른다.
책을 준비하면서 조카들과 지인들을 상대로 카톡을 보내 제목 투표를 한 적이 있는데, 가제목이었던 <알수록 재미있는 생활기사>보다 압도적으로 <나는 너의 봄이 되고 싶다>가 우세했다.
이유는 제목이 주는 느낌이 따듯해서 좋다고 했다. 봄이 주는 느낌은 언제나 좋은가 보다. 고민 끝에 책 제목은 <나는 너의 봄이 되고 싶다>가 되었다. <나너봄> 은 생활기사가 아닌 책 속에 담긴 유일한 소설 제목이다. 내 마음속 손꼽게 좋아하는 글이기도 하고.
독서광이자 까칠한 내 동생은 내가 낸 책 <나너봄>을 읽고 눈물이 났다며 소감을 전해왔다. 객관적인 평이라며, 글에 몰입감이 뛰어나 단숨에 읽었다며 앞으로는 소설도 써보라고 권했다. 평소 전화도 한 통 없는 동생인데 책 한 권이 동생과의 통화를 모처럼 길게 만들었다. 형식보다는 내용이라며, 뜻밖의 응원을 보내왔다. 책 향기가 마법을 부리는 듯했다.
유난히 화사한 어느 봄날, 누가 봐주지는 않지만 이름 없는 작가의 책이 나왔다.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겐 명함처럼 무기가 되어줄 책.
한편, 초등학교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오는 23일 계약서를 작성할 예정이니 준비 서류를 갖춰 방문해 달라는 안내다. 학기 초 정해져 있던 독서 활동이지만, 학기 때 반응을 보고 생활기사도 진행해 볼 수 있겠다는 말을 첨언했다.
생각지도 못한 삶의 방향점이 될 것 같다. 비록, 운 좋게 어떤 우연이 겹치긴 했어도 강사로 활동하게 될 것 같다. 이름 없는 꽃마저 예쁘게 보이게 하는 책 한 권의 향기. 올해의 봄이 유독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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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쓴 '생활기사'들로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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