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콜로세움로마의 랜드마크, 전쟁 포로인 검투사와 맹수의 전투 경기가 벌어진 원형 경기장으로 약 2천년 전에 지어졌다.
오영식
아들과 콜로세움 주변을 걸으며 구경했다. 로마는 정말이지 콜로세움뿐만 아니라 눈길이 가는 곳마다 웅장하고 화려한 대리석 건축물이 줄지어 있었고, 거리는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나는 천방지축 장난치며 뛰어다니는 아들 손을 잡고 눈을 카멜레온처럼 양쪽으로 살피며 긴장한 채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으로 갔다.
로마는 콜로세움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사실 곳곳에 아름답고 유서 깊은 광장과 건축물들이 널려있어서 어딜 가도 볼거리가 넘쳐났다. 로마의 관광지를 다 돌아보려면 한 달도 부족할 것만 같았다.
이런 도시를 9살짜리 아들과 모두 돌아보는 건 처음부터 생각할 수도 없어서 아들과 꼭 보고 싶은 곳만 줄이고 줄여서 동선을 짰다. 그렇게 줄여서 선택한 곳이 콜로세움과 나보나 광장, 판테온, 성 베드로 대성전, 스페인광장 그리고 트레비 분수였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되는 거리였고, 아들에게도 별 무리가 안 될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 한 번도 여행 오기 힘든 어른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조차도 아쉬운 일정으로 여겨지겠지만, 어린 아들과 여행하며 최대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계획한 곳이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
콜로세움을 돌아보고 나보나 광장으로 가는데, 역시나. 아들은 걷는 시간이 30분을 넘자 투덜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달간 아들과 여행하며 요령이 생긴 아빠의 일정에는 이미 아들이 힘들어할 만한 거리마다 비장의 무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나 다리 아파."
"어~ 이제 다 왔어. 저기 보이지? 저기 가서 일단 앉아. 태풍이가 좋아하는 디아볼로 피자 먹고 가자~"
"진짜? 와~"
아들은 좋아하는 피자 얘기에 부리나케 카페로 달려갔다. 우리는 나보나 광장 노천카페에서 잠시 쉴 겸 점심을 먹었다.
2천 년 전 거대한 전차 경기장이었던 나보나 광장은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고, 잠시 쉬기에 아늑할 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아주 많았지만, 아들이 피자를 먹는 동안 나는 다음 동선을 부지런히 확인했다.
나보나 광장 가까운 곳에 있는 '판테온(Pantheon)'은 모든 신들의 신전이라 불린다. 미켈란젤로는 이곳을 '천사의 설계'라고 부르며 찬양했다고 한다.
실제 웅장한 대리석 기둥이 세워진 입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자, 둥근 원형의 내부 벽면과 함께 천장이 눈에 띄었다. 아주 큰 돔형 구조의 천장인데 가운데 부분이 뚫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