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학교를 찾아온 졸업생들
호산나대학 페이스북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졸업학년은 3학년이지만 우리 학교에는 그보다 더 선배들이 꽤 남아있다.
지난해 오사카 졸업여행을 추진했을 때 가장 부러워한 학생들이 그러한 선배 인턴들, 특히 코로나 탓에 졸업 여행을 가지 못했던 18~20학번 학생들이었다. 1, 2학년들은 부러워하면서도 다음에는 자신들도 간다는 기대에 차 있었다면, 코로나 시기를 거쳐 이미 졸업을 한 인턴 학생들은 단순히 부러움을 넘어서 억울함과 분노를 내비치기도 했다.
교사인 우리들도 상황이 안타까웠으나 해외 자유여행에, 그것도 처음 진행해 보는 여행에 인원을 더 늘리기는 무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달랬었다.
올해 역시 시작은 3학년 학생들만 대상으로 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고 상황이 된다면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청년 배낭여행 같은 걸 추진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버킷리스트가 있으나 솔직히 시간적, 경제적 여건상 지금으로선 무리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근로자의 날 학교에 온 한 졸업생이 학교 측에 이번 졸업여행에 함께 가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이 여행이 그 아이에게 얼마나 힐링이 될지 생각하면 기꺼이 데려가고 싶지만, 한 명을 허락하는 순간 수많은 졸업생들에게 연락이 빗발칠 것이 뻔하기에 결국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졸업여행도 본래는 겨우 두 번째인 여행에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현 3학년 학생들과 안전하게, 즐겁게 다녀오는 것을 우선으로 시작을 했다. 그러나 트래블월렛에서 여행 비용을 후원해 주기로 하면서, 이 혜택이 소수의 학생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인원을 추가한다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대상은 졸업여행을 간 적 없는 인턴 학생들이었다. 마음이야 희망자 모두와 함께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자유여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은 한계가 있어 보였다.
대규모 인원은 숙박 어플서 검색도 되지 않는다
여행인원이 늘어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숙소와 항공권 등의 예약이다. 패키지여행이라면 여행사에서 알아서 해주겠지만, 우리는 자유여행이므로 예약도 검색을 통해 직접 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숙박 어플에서 20~30명은 검색도 되지 않는다. 아마 그들도 우리처럼 대인원이 여행사 없이 자유여행을 하는 건 예상하지 않았나 보다.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단체숙소는 어플 검색을 통해서 잘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 여행지로 결정된 홍콩은 비싼 집값으로 유명한 만큼, 상상 이상으로 숙박비가 비쌌다. 지난해 오사카에서 지불한 숙박비의 두 배를 훌쩍 넘어가는 곳이 태반이었다.
고민 끝에 아파트, 호텔 대신에 게스트하우스와 한인 민박으로 눈을 돌렸다. 작은 숙소를 찾아 거기 방을 전부 대관해서 사용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가격도 위치도 적당한 한인 민박을 찾았고, 다행히 예약도 가능했다. '홍콩 파크모텔'이라는 곳인데, 이름은 모텔이지만 실제로는 게스트하우스이다. 사장님이 이름을 모텔이라 지은 걸 '이불 킥'하며 후회하고 있다는 글을 홈페이지에서 읽었다. 이름 탓에 처음엔 약간 망설였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후기도 좋고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듯했다.
게스트하우스였지만 각 방마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딸려 있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거실도 있어 퍽 만족스러웠다. 오는 9월 여행을 일찌감치 시작한 덕분인지 방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사장님도 우리의 여행 취지를 듣고는 추가할인 등 친절을 베풀어주셨다. 발달장애 학생들과 함께 하며 부당한 대우와 편견에 속상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온정에 고마울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