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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자갈밭 '거리미사'... "농성자들이 우리 시대 예수"

[환경새뜸] 9일 세종보 농성장에서 대전교구 생태환경위 '거리 미사'... 박수현 당선인 등 참석

등록 2024.05.09 17:10수정 2024.05.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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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9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한 천막농성장에서 ‘거리미사’에서 강론을 펼치고 있다.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9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한 천막농성장에서 ‘거리미사’에서 강론을 펼치고 있다. 김병기

"생명을 지키려고 농성천막을 친 이분들이 바로 예수입니다."

9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장 앞에서 '거리 미사'를 봉헌한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강론 중에 한 말이다. 이곳은 세종보 상류 300m 지점에 위치한 하천부지로, 보가 재가동된다면 수장되는 지역이다. 이날 자갈밭에서 진행된 미사에는 30여명의 신자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미사를 마친 뒤 세종보를 배경으로 선 채 "금강아 흘러라"를 외쳤다.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9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한 천막농성장에서 ‘거리미사’를 봉헌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9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한 천막농성장에서 ‘거리미사’를 봉헌했다. 김병기
 
"농성자들이야말로 뭇생명 지키는 진정한 신앙인"

이날 미사는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했다. 김 신부가 미사를 봉헌하는 내내 강물은 빠르게 흘렀다. 6월경 재가동을 앞두고 있지만 보가 완전 개방된 상태이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풀숲을 훑고 지나갔다. 강 건너편 하중도에서 물떼새가 둥지를 지으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자갈밭에 울려퍼지는 찬송가 소리가 물떼새 울음소리와 뒤섞였다. 

김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를 대신해서 현장에서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인류의 폭망 속도가 그나마 늦춰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활동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응원의 힘이 전달될 때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어 "뭇생명을 살리기 위해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활동가들이야말로 그 어떤 신앙인들보다 더 종교적인 가치를 드러내고 있고, 어떻게 보면 이 시대의 예수님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4대강사업으로 인해 막혔던 세종보가 개방된 뒤에 자연이 회복됐는데, 이걸 다시 막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이렇게 거리 미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9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한 천막농성장에서 ‘거리미사’를 봉헌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9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한 천막농성장에서 ‘거리미사’를 봉헌했다. 김병기
 
"모든 수단 동원했으나... 마지막 수단으로 천막을 쳤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지난 4월 30일 이곳에서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11일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임도훈 시민행동 간사(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는 이날 미사를 마친 뒤 마이크를 잡고 현장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다.

임 간사는 "지난 정부에서 어렵게 확정된 세종보 해체 결정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행정소송, 환경부 면담 신청, 환경장관에게 입장문을 전달하는 등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했었다"면서 "그래도 소통이 되지 않아서 마지막 수단으로 천막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임 간사는 이어 "이 천막이 바로 물떼새 둥지이고, 이 천막을 지키는 것이 금강의 맑은 물을 지키는 일이라고 여겨주시고, 많은 시민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농성 천막, 건강한 금강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박수현 "정권 교체된 뒤 물 정책 뒤집혀 참담"
양경규 "환경부장관의 직무유기"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거리미사에 참석한 박수현 당선인.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거리미사에 참석한 박수현 당선인. 김병기
 
이날 미사에는 박수현 국회의원 당선인(더불어민주당, 공주부여청양)도 참석했다. 박 당선인도 마이크를 잡고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수석으로 근무하면서 보 처리방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고, 결과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오늘과 같은 참담한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어 "금강을 보로 가로막으면 유속이 느려지면서 서해안에 쌓여야할 작은 입자의 토양들이 이렇게 여기에 쌓인다, 수중 생명이 서식해야할 아름다운 강바닥이 점토화되면서 강이라는 사전적 의미마저 잃어버린다"면서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것은 여기 계신 투쟁가들과 함께 뜻을 가진 많은 시민들과 함께 앞장서서 나아가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가 끝난 뒤 양경규 정의당 국회의원도 농성장을 방문했다. 양 의원은 "세종보 문제는 전 정부가 물정책을 정상화하려고 입장정리를 한 것인데, 윤석열 정부가 완전히 뒤집었다"면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물정책을 지켜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는데,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환경부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주요하게 질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어 "세종보를 재가동한다면 환경오염과 생태파괴가 불보듯하다"면서 "환경부장관이 이를 실행한다면 자기 임무에 대한 직무유기이며, 우리나라 전체 생태 환경을 놓고 봤을 때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보 #금강 #미사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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