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4주 차. 무릎이 아플 땐 자전거를 타라고 해서 달리기 대신 자건거 타기.
정유진
달리기라는 행위는 30분만 달려도 무릎에 엄청난 자극을 준다. 그래서 하루 달리면 하루는 쉬어야 회복된다. 하루이틀의 회복시간은 무릎뿐 아니라 운동화에도 필요하다. 운동화의 쿠션 등은 부상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면 좋은/나에게 맞는 운동화는 필수다. 무릎보호대, 카프슬리브 등의 도구는 다친 후 치료용이 아니라 다치기 전 보호용이다. 도구도 도구지만,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을 같이 해야 한다.
이런 사실들을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나는 놀랐다. 이들 중 어느 하나도 놀랍지 않다는 사실에. 모를 땐 영 몰랐는데, 알고 나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나는 무릎보호대를 검색하고 러닝화 추천 영상과 후기를 찾아 보면서 한탄했다. 나는 달리기를 하고 싶은 건데. 아직도 시큰거리는지 무릎에 감각을 집중하다가 번민했다. 너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자려고 누워, 달리기가 없을 내일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여전한 무릎 통증에 대해 생각하면 허망했다. 인생이란 참 어쩔 수가 없구나. 좋아서 좋기만 하면 좋으련만.
하지만 나는 결국 웃으면서 잠들었던 것 같다. 한 가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달릴 것이었다. 아마도 계속 달리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한번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 '하기로 했으니 해야지'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마음보다 무릎의 건강을 훨씬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러니까 달리기라는 운동을 하면서 '그냥' 달리는 게 아니라, ('열심히', '성실히'와도 다르게) 굉장히 '조심히', 여러 가지를 '신경쓰면서' 해야 하고, 운동화나 그 밖의 도구에 내가 예상한 것 이상의 지출을 해야 하며, 무릎 통증처럼 내가 알지도 생각지도 못한 일들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해도, 나는 달리기가 좋았고 달리기를 선택하는 쪽으로 마음이 달려가고 있었다.
달린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아주 조금 맛보았을 뿐이지만, 알 수 있었다. 달리기는 내가 추구하는 진선미와 닿아 있다. 이토록 자율적이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운동이라니. 나의 모습을 떠올릴 때, 현재뿐 아니라 50살, 60살, 그보다 나이든 할머니의 나를 그려볼 때, '달리는 나'는 설렌다.
춤추는 나, 피아노 치는 나, 요리하는 나, 가르치는 나, 강연하는 나... 그 모든 것보다. 나에게 형용사를 붙인다면 예쁜, 멋진, 지적인, 유머러스한, 재치 있는, 명랑한, 지혜로운, 친근한, 따스한... 그 모든 것보다 '건강한'을 원한다. 나를 설명하는 말로, 엄마, 작가, 러너 이 세 개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까지 차근차근 나아가며, 끝내 감사했다. 나에 대해 아는 것, 내 욕망을 깨닫는 것은 얼마간의 무릎 통증을 감수할 만큼 값지다.
어디까지나 오늘의 마음이지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집구석 일진.
세 아이를 키웁니다. 육아 집중기 12년이 전생 같아서, 자아의 재구성을 위해 씁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