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연합뉴스
결국 제대로 된 질문 하나 없었습니다.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출입 언론인들과의 만찬은 말 그대로 '친목형 회식 자리'였습니다. 당시 메뉴는 고기와 계란말이, 대통령의 요리법으로 요리사들이 만든 김치찌개 등이었다고 합니다(관련기사: 김치찌개 퍼준 윤 대통령 "언론인 해외연수 대폭 늘려라"
https://omn.kr/28sxf).
대통령표 김치찌개 먹고 '잡담' 나눈 기자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앉은 테이블에는 뉴시스, 채널A, 한국경제, 뉴데일리 등 기자단 간사들이 자리했습니다. 하지만 중요 현안과 관련해선 어떤 질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복수의 출입기자에 따르면 당시 테이블에선 저출생 대책 관련한 의견 정도만 피력됐고, 나머지 시간은 '잡담' 수준으로 채워졌다고 합니다.
지금이 그렇게 한가한 시기입니까. 채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수사, 검찰 인사, 네이버라인 사태 등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안이 여느 때보다 많은 엄중한 시기입니다.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만큼 대통령의 발언은 엠바고(보도 유예)나 오프더레코드(비보도)될 수 있었지만, 적어도 대통령과 함께 자리에 앉은 기자들은 충분히 질문할 수 있었을 겁니다. 대통령실 측에서 사전에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는 가이드라인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함께 앉은 기자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질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200여 명의 언론인들이 있었고, 대통령이 다른 기자들이 앉은 테이블을 돌면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이 시간 역시 '질문'은 실종됐습니다.
처음 기자를 시작할 때 들었던 인상적인 말은 "기자는 대통령도, 노숙인도 만날 수 있다"였습니다. 국민의 관심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만나서 질문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누구를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고민해야 했던 것은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기자는 누구나 만날 수 있지만, 질문할 내용이 없다면 누구도 만날 자격이 없습니다.
그날 대통령과 한 테이블에 앉은 기자들은 단지,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에만 의미를 뒀던 걸까요? '대통령과의 만남'은 일개 소시민인 기자의 개인사적 측면에선 영광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입을 닫은 채 질문하지 않고 만남에만 의의를 두는 기자들이 국민들에게도 과연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명박 휴일 담소 보도했다 출입정지 중징계
문재인에 "그 자신감 어디서 나오나" 질문도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을 취재했던 기자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이 대통령이 휴일 기자실에 잠깐 들러 담소를 하던 자리에서도 현안과 관련해 수많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청와대 측에선 당시 독도 현안과 관련한 대통령 발언을 오프더레코드(비보도)로 걸었지만, 발언의 중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오마이뉴스>는 이를 파기하면서 보도했고, 출입정지 중징계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관련기사]
- 이 대통령이 세 차례나 반복한 '독도 발언' "일본에 위대한 지도자 나오면 달라질 것" (https://omn.kr/bko)
- <오마이뉴스> 향후 2개월간 청와대 취재 제약 (
https://omn.kr/a5aa)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라고 당돌하게 물은 기자도 있었습니다. 인상 비평 수준으로 질문의 질이 낮았다는 언론인들의 지적이 쏟아지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무례하다"고 비판했지만, 그 사건은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물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전여옥 "김예령이 진짜 귀한 기자"... 다른 기자에겐 "간신배" 독설
https://omn.kr/1gp6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