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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까지 체육관에 드나들 수 있을까

우리 동네 체육관은 노인 친화적이지만... 누군가 배제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배려가 필요해

등록 2024.05.31 16:42수정 2024.05.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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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분위기가 다르다

일주일에 서너 번 찾아가는 체육관 입구, 운동기구에 흘린 땀을 닦아달라는 요구사항이 붙었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문구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혹시, 내가 운동 후 뒷정리를 소홀히 했나? 누군가는 어느 회원이 흘리는 땀을 보고 '범인이 아니냐'며 농담을 한다.

물론 체육관엔 청소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운동기구에 흘린 흔적을 지우기 위해 늘 수건을 지참해 왔던 나다. 그런데도 요구사항을 보고 놀랐다. 의도치 않게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체육관에서 지켜야 할 매너를 모른 채 남들을 불편하게 하면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는 노년층이 많을 것이다. 

마라톤이 힘겨워 체육관을 찾기 시작한 지 20년도 훌쩍 지났다. 남은 근육이 소진될까 일주일에 서너 번은 어김없이 방문했다. 은퇴 후에 주거지를 시골로 옮기면서 체육관도 옮겨야 했다. 트레이너도 있고 넉넉하던 체육관에 비해 시설도 다르고 분위기도 달랐다. 가끔 젊은이도 있지만 대부분이 5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어르신들이며, 운동 시간대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운동에 진심인 사람들이 찾는 새벽시간, 흐르는 음악과 분위기가 다르다. 모두 계획된 운동을 하는 터라 효과적으로 운동을 한다. 오후에 찾은 체육관은 전혀 다르다. 어르신들이 많은 분위기, 이야깃거리가 많은 동네 사랑방이다. 농사일에 이웃들 간의 이야기고 시골에서 사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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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체육관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접어들고 있다. 누구나 행복하고 싶은 욕망속엔 건강이 우선이다. 젊음과 늙음이 함께해야 하는 사회에선 서로를 인정하며 배려해야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모두가 행복해지는 삶의 방식이다. ⓒ Pixabay

 
고령화 시대, 준비해야 한다

한 달 사용료가 단돈 만 원인 체육관은 늘 사람들이 붐빈다. 젊은이부터 어르신까지, 삶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풍경이다. 어느 날,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이 러닝머신 위에 오른다. 사용법을 더듬거리자 얼른 다가가 알려주는 회원, 시골 체육관이기에 가능한 분위기다. 운동기구 사용법과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회원들이다. 도심에선 만날 수 없는 아기자기한 풍경, 그런데 사회에서는 '노실버존'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2022년 9월 30일 <중도일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섰고,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소식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사회의 모든 면에서 재정비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많은 것을 걱정하지만, 노년층이 사회의 주요 구성원임은 분명하며, 이들을 제외한 사회는 이루어질 수 없다. 어르신들만 삶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사회의 구성원이 변함에 따라 서로를 인정하고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오늘도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린다. 언제까지 5km를 뛰며 근육을 보전할 수 있을까? 혹시, 나도 모르게 다른 회원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는 행동으로 효과적인 운동을 하려 한다. 휴대전화는 차에 두고 입장하며, 운동한 흔적을 지우려 한다. 순차적으로 운동기구를 사용하며 정리하지만, 늙음이 걱정임은 부정할 수 없다. 점차 세대 갈등이 증가하는 사회, 늙어가는 나는 언제까지 체육관을 드나들 수 있을까?

누구나 세월을 거스를 수 없다.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늙어가는 몸, 허물어지는 몸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따라서 누구나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노년층을 위한 안전요원확보도 좋은 방안이리라.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체육관, 나의 시골 체육관이 고마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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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의 삶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세월, 행복을 위해선 건강이 최고다. 누구나 다가오는 세월, 안락한 삶을 위한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인 건강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 늙음과 젊음이 함께하는 사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이야말로 최고의 방법이다. ⓒ Pixabay

 
체육관에서 운동법을 알려주는 회원들이 있다. 남자 회장님과 여자 부회장님 그리고 여러 회원들이다. 남녀도 구분 없고 노소의 차별도 없다. 수많은 회원들, 서로를 이해하며 시와 때도 없이 만나면 알려준다.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체육관,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동에 근육이 불어나고, 체육관이 밝아진다. 

문득 생각해 보니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늙을 줄 몰랐던 철부지가 체육관을 고집하는 이유다. 쇠잔해지는 몸을 추스르고 작은 근육이나마 보전하고 싶어서다. 누구나 맞이해야 하는 늙음이지만, 함께 어우러지는 분위기 속 활기찬 운동은 삶에 활기를 얹어준다. 노년에도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고령화 #어르신 #노실버존 #노시니어존 #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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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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