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대표휴양지 '니스', 녹색 정책에 공들이는 이유

기후위기에 직접 영향 받는 지리적 특징... 교통, 식생 전반에 걸쳐 대응책 세워

등록 2024.06.01 13:43수정 2024.06.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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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스시 전경
니스시 전경박성연
 
남프랑스의 도시 니스는 약 35만 명이 거주하는 알프-마리팀 (Alpes-Maritimes) 주의 주도로, 해변가가 매력적인 곳이다. 이 도시는 기후위기 심화에 일조할 수도 있으면서 그로 인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가장 먼저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세계 여러 기관들마다 내놓는 통계치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관광은 전 세계 기후위기의 심화에 5%~8%의 영향력을 미치는 큰 규모의 산업이다. 니스는 매년 5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중 하나이다.

반대로 기후위기로 인한 대표적인 변화인 해수면 상승은 니스 같은 해변가 도시에 상당히 위협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2023년 두바이에서 열렸던 제28차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 COP28 에서 아그네스 렘팔(Agnes RAMPAL) 니스 부시장이 전 세계 해안 도시들의 연합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가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흐름을 따라 2025년 6월에는 니스에서 제3차 국제연합 해양회의 (UNOC-3)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니스는 시 차원의 자체적인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사례는 2028년에 완공될 공항 기차역이다. 이 기차역은 유럽 최초의 생물기후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공항 기차역은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과 TGV, TER(프랑스의 무궁화호 같은 지역 열차), 니스 시내 트램과 버스들이 모두 거쳐가는 환승 허브로서 역할을 할 예정인데, 이동의 원활함과 근접성은 자동차와 같은 화석연료 기반 이동수단을 대신하며 지속 가능한 교통 시스템이 주가 되도록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프랑스 철도공사인 SNCF의 7년 이내 탄소 중립 달성 목표와도 맞닿아 있으며, 기차역이 완공되는 2028년에는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니스를 방문하는 일일 승객 수가 1만 명에서 1만2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된다.

또한, 기차역은 39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빗물을 수집해 재사용하며, 4200m²의 태양광 발전 캐노피 (건물 덮개)가 연간 600MWh의 전기를 생산해 거의 모든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건물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식생과 관련해서도 니스시는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프랑스에는 프랑스 도시들의 식생 현황과 관련된 환경성적을 평가하는 CNVVF라는 단체가 있는데, 도시들을 한 개의 꽃 라벨부터 세 개의 라벨까지 분류한 후에, 그중에서도 우수한 도시들을 다시 추려 네 개의 꽃 라벨을 부여한다. 니스는 1975년부터 네 개의 꽃 라벨 등급을 여러번 받은 도시이다. 최상위 등급인 이 네 개의 꽃 라벨은 1년마다 재평가되는데, 현재까지 프랑스에서 니스를 포함해 17개의 도시가 이 라벨을 받았다.


국제 자연보전연맹 IUCN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만178종의 동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유럽에서는 30년 동안 80%의 곤충이 사라졌으며, 프랑스에서는 15년 동안 조류 종들의 3분의 1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무나 꽃 등 식생을 관리하는 것은 다양한 곤충과 동식물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주어서 생물 다양성 보전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CNVVF의 라벨 인정을 받았거나 받고자 하는 도시들은 일 년 내내 도시 곳곳에서 식물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나무와 관목, 화단 식물들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화학비료나 성장 촉진제, 농약, 살균제, 제초제 등을 일절 사용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프랑스 정부는 4개의 꽃 라벨을 받을 정도로 환경정책에 노력을 기울인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보상하는 취지에서 국가 심사 위원단을 보내 황금 꽃, 관광매력, 국가나무, 교육, 문화유산 개발, 공공정원, 식물 다양성 분야에서 정부 차원에서의 상을 수여한다.

그중에서 니스는 가로수 등의 나무를 잘 관리한 공로로 국가 나무 상(National Tree Award)를 1991년 수상한 바가 있다. 현재에도 니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나무가 많은 대도시로, 178개의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도시 면적의 33%가 관목으로 덮여있다.

그럼에도 니스는 더 많은 계획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시 당국은 2019-2025 영토 기후 대기 에너지 계획 전략을 세우고 나무 헌장을 작성하였다. 이 전략에 따라 시 당국은 도시의 주민과 나무 수의 비율이 1:1이 되도록 2026년까지 28만 그루의 나무를 더 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녹색 도시 기금을 출범시켰다. 이 녹색 도시 기금은 기업들이 녹색도시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도록 기금에 지원했을 시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탄소 배출권 제도를 확립해가는 일을 하고 있다. 
 
 니스의 공원
니스의 공원박성연
 
식물이 많고 다양한 녹색도시는 주민들의 삶의 질과 쾌적도를 높이고 지역의 관광 매력도도 함께 높인다. 따라서 이는 도시의 인구와 관광객 모두 증가할 요인이 되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풍부한 식생환경은 여름에는 그늘과 증발산을 제공하고 땅에 수분을 머금어 열섬현상과 폭염과 가뭄 대응에 도움이 되고 겨울에는 대기오염 대응에 도움이 된다. 겨울철에는 오염 물질이 여름철보다 낮은 고도에서 분산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데, 나무의 가지들이 공기 중의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생의 효과는 2022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물 공급이 제한되고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더욱 체감하면서 다시 한번 조명되었다.

위와 같이 니스에서는 시 당국과 공무원들, 기업과 주민 모두가 일조하여 니스가 지중해의 녹색수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니스시의 정책들을 살펴보고 나니 니스 하면 떠오르는 가로수 나무들의 풍경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니스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인 카지노와 대로의 야자수
니스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인 카지노와 대로의 야자수박성연
덧붙이는 글 초기에 이 연재 글을 시작했을 때에는 필자가 이미 알고 있던 생태 도시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는 수준에 그칠 생각이었으나, 유럽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여러 도시들을 다니게 되면서 녹색도시가 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꼭 큰 효과와 성공을 거둔 사례가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의 도시들은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의가 있다고 판단하여 연재 글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자 한다.
#프랑스 #니스 #기후위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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