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과 까치 한 쌍. 까치집을 짓고 잠시 쉬는 것일까? 둥지 안에있는 새끼들을 지키는 것일까?
픽사베이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 눈에 엉성해 보여도 까치집은 암수의 까치가 상당한 기술과 노력을 기울여 정성껏 만든 소중한 보금자리가 아닐 수 없다. 까치들이 집짓기에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하며 진심인 것은 그것이 새끼를 부화하여 키워낼 곳을 마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구전동요 중에 까치 부부가 집을 짓고 새끼를 부양하는 모습을 잘 담아낸 노래가 있다. 아래의 '까치까치 낭랑까치'가 그것이다.
까치까치 낭랑까치
빵지빵지 물어다가
꼴짝꼴짝 집을짓고
쇠땅개비 물어다가
서방각시 들랑날랑
-김소운, <조선구전민요집>, 1933, 경남 고성.
까치를 반복해 리듬 있게 부르면서 낭랑까치라 했다. 낭랑함은 소리가 맑고 또랑또랑함을 말한다. 그러므로 낭랑까치는 소리를 통해 까치의 밝고 발랄한 면을 드러내고자 한 말이다. 노래는 까치의 이미지를 이리 드러낸 후 이어서 집짓기 작업을 형상했다.
까치가 나뭇가지를 빵지빵지 물어나른다고 했다. '빵지빵지'는 '빨리빨리'의 방언이다. 또 까치가 꼴짝꼴짝 집을 짓는다고도 했다. '꼴짝꼴짝'은 질거나 끈기 있는 것을 조금씩 주무르거나 누르는 소리를 말한다. 까치가 진흙으로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그리 말한 것이다.
까치는 나뭇가지를 빵지빵지 물어다가 외양을 만들고, 진흙을 꼴짝꼴짝 누르며 내부를 정비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까치가 집을 완성하려면 이미 말한 대로 암수의 공동작업에 40여일, 그에 앞서 수컷의 예비 작업에 2~3개월이 소요된다. 긴 시간 동안 집짓기에 상당한 공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까치는 3월부터 5월 사이에 평균 6~7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품어 부화하면 드디어 새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때부터 까치 부부는 또 다른 일로 분주해진다. 노래는 이 모습을 쇠땅개비(방아깨비)를 물어다가 새끼들을 먹이느라 까치들이 둥지에 들랑날랑한다고 했다.
까치들이 먹거리를 물고 둥지에 들어서면 새끼들은 서로 달라며 경쟁적으로 입을 벌린다. 그러므로 새끼들을 고르게 먹이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나뭇가지 물고 빵지빵지 움직이던 일이 이제는 방아깨비를 물고 빵지빵지 움직여야 한다.
까치에게는 집짓기도 힘들고, 새끼 부양도 수고롭다. 그러나 새끼 울음소리로 둥지가 시끌시끌해지고, 입을 벌려 먹이를 받아먹는 새끼들을 바라보며 까치들은 삶의 생동감을 느끼고 그간의 고생도 잊은 채 즐거움과 보람을 맛보는지도 모른다.
노래는 까치의 삶을 응시하며 우리 삶을 바라보고자 했다. 방아깨비를 물고 둥지를 드나드는 암수의 까치를 "서방각시"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까치의 삶에서 남녀가 짝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부양하며 삶의 내용을 채워가는 우리네 삶을 읽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까치의 삶이 곧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은 듯도 하다. 그 동안 대부분의 우리들은 '서방각시'가 되어 아이를 낳아 양육하고, 보다 나은 주거를 마련하기 위해 부지런히 생업에 매달리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는 결혼율도 낮고 출생율도 줄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예전처럼 까치의 삶으로 우리 삶을 비춰보기도 어려운 면이 있다. 그리 사는 것이 젊음의 세계에서 주류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까치까치 낭랑까치'는 지금 우리가 잃고 있는, 우리 본연의 삶을 담고 있는, 마치 동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비록 상황은 이렇더라도 '서방각시'가 많이 늘어나 '까치까치 낭랑까치'의 세계가 현실에서 주류가 되는, 그런 반전을 소망하고 싶다. 이와 함께 그런 반전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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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집 머리' 본 적 있는 당신이라면 이해할 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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