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조, 파업선언!삼성전자노조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본격 입장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민
삼성전자와 임금교섭 중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아래 '전삼노')이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보수언론의 노조 혐오성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대표적 반헌법적 조어가 '노조리스크'이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갈라치기 하는 '강성노조' 프레임은 민주공화국 운영 원리를 부정한다.
문화일보는 전삼노 출범 당시 <삼성 4개 계열사 노조연합체 출범…'노조리스크'까지 떠안나>(2월 29일 이예린 기자)에서 1만 7900명 '거대세력화' 된 노조로 인한 삼성전자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임금교섭 결렬 후 열린 집회에 대해서는 <단독/삼성전자, 커지는 '노조 리스크'…'민노총 연대' 움직임>(5월 24일 김성훈 기자)를 통해 전삼노 집회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동참했음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전삼노가 강경인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정치 쟁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단정했다.
한국경제도 같은 날 <삼성, 비상 걸렸는데…노조는 투쟁한다며 도심서 '떼창'>(5월 24일 김채연, 정희원 기자)에서 평화적 집회를 두고 노동조합이 마치 거대한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묘사했다. 집회에 머리띠가 등장하면 강성이라 비난하고, 문화행사를 가미하면 조합비로 '떼창'이나 한다고 생트집이다.
'노조리스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그래서 묻는다. '노조리스크'는 어떤 이론에 근거한 개념인가? 회사 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회사 경쟁력을 약화시키는가? 오너 일가의 이익이 곧 회사 경쟁력이라고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대체 회사경쟁력의 실체는 무엇인가? 회사경쟁력을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집회를 개최할 헌법상 권리는 포기해야만 하는 것인가? 노동조합 집회에 다른 노동자나 문화예술인, 시민들이 연대하면 안 되는 것인가? 노조를 비난하는 기사에서 "거대노조 출현이 리스크"라고 강변하는데 그게 사실인가?
한겨레는 <삼성전자, 노조 힘빼기…해묵은 노사협의회 또 앞세웠다>(5월 2일 박태우 기자)에서 2020년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경영 폐기 선언 이후로도 노사관계가 비정상적인 이유로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노동조합 결성은 마지못해 인정하지만 "노조와 겸상은 못하겠다"는 변종 무노조경영이 오늘날 사태를 악화시킨 주 원인은 아닌가. 이번 전삼노 투쟁도 회사가 임금교섭 도중 법적 권한이 없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삼노 조직률이 20% 남짓"이어서 노조 때문에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비노조원의 임금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고 하고, 보수언론에서는 거대노조 출현이라고 호들갑이니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인가.
정권과 보수언론의 '거대노조 vs. 노동약자' 갈라치기
조선일보는 전삼노의 파업 기자회견 직후 <단독/철밥통은 파업…노동약자들은 "우린 고용안정이 절실">(5월 30일 김윤주 기자)과 <사설/"5% 임금 인상 거부" 억대연봉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선언>(5월 30일)까지 비난 보도를 쏟아냈다. 그동안 보수언론을 통해 '철밥통', '억대 연봉 이기주의' 등 비난은 종종 있었으나 '거대노조와 노동약자'를 대비시키는 갈라치기 프레임은 윤석열 정권 들어 심해지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5월 14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거대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약자는 국가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미조직노동자, 비정규직, 특수고용 종사자,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약자로 지칭했다. 한편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건폭과 노동약자>(5월 26일) 편에 따르면 "노동조합 가입자 수는 2022년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MBC는 현 정부 들어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고 노조법 개정은 거부하면서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대통령 주장은 형용모순이라는 노동계 주장도 전했다.
노동약자에게는 '노조할 권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