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수채화 같은 활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상쾌해진다. (2024.4.21 / 서울 공항정)
김경준
공교롭게도 나의 영업에 가장 먼저 넘어온 '1호 고객'은 선후배도, 동기도 아닌 석사과정 당시 나의 논문심사위원으로 들어오셨던 교수님이었다. 평소 내가 SNS에 올리는 습사 영상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셨던 모양이다.
논문 인준을 받기 위해 연구실로 교수님을 찾아뵌 자리에서,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던 중 갑자기 화제가 국궁으로 전환됐다. 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신나서 논문 이야기는 제쳐두고 한참 동안 활 이야기만 쏟아냈던 것 같다.
결국 교수님께 활쏘기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렸고, 나의 영업에 넘어간 교수님은 정식으로 입문하여 활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도 교수님과는 종종 만나 함께 습사(활쏘기 연습)를 하는데 "덕분에 뒤늦게 재밌는 취미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가 몸이 아파도 활을 잡은 이유
최근에 나의 영업에 넘어간 '2호 고객'이 탄생했다. 우연히 SNS를 통해 한복 모델로 활동하는 분을 알게 됐는데, 한복 외에도 국궁·택견·국악 등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고 다짜고짜 "언제 시간 되면 공항정에 와서 국궁 체험 한 번 해보시라"고 권했던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는 정말로 활터를 찾아왔다. 한참 동안 궁금한 것을 묻고, 간단한 체험을 하고 돌아간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 근처 국궁장에 등록했다"고 연락해왔다. 그날 활터에서의 체험을 계기로 국궁을 배우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