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가는 어려움노인돌봄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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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숙씨는 요양보호사로 오래 일하고 싶다. 물론 생계 유지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르신을 보살피는 일이 보람 있어서다.
"어르신을 보살펴주는 일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아요. 제가 어르신들을 좋아하는구나, 천직이구나 이런 생각을 해요. 다만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이 너무 낮아요."
명숙씨는 돌봄의 가치에 비해 사회적 인식과 임금이 낮은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제가 여기서 일한 지 딱 10년이 됐는데 그때도 최저임금이었어요. 첫사랑이 기억에 남듯이 첫 월급이라 기억에 남는데 120만 원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도 최저임금을 벗어나질 못했어요. 10년을 일해도 경력 인정을 받지도 못해요."
명숙씨는 3인 가족의 생계 부양자다. 남편은 장기 실직자이지만 정년퇴임을 할 나이를 훌쩍 넘겨 은퇴자나 다름없다. 함께 사는 딸은 진로변경을 위해 학원을 다녀서 벌이가 없다. 아들은 좁은 빌라에서 같이 살기 힘들어 원룸을 얻어줬다.
그렇다 보니 한 달 살기가 빠듯하다.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인데 세금 제하고 나면 200만 원에도 못 미쳐요. 제일 많이 나가는 게 식비예요. 3인 가족이다 보니까 100만 원 정도는 지출하는 것 같아요. 또 아무리 없어도 '보험은 필요하다'는 신조여서 보험료 지출이 한 40만 원 돼요."
그래서 다른 지출은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는 명숙씨, 높은 물가에 시장 가기가 무섭다.
"시장 가면 정말 (물건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몇 번이나 고민하고 장바구니에 넣어요. 좋아하는 과일은 못 사 먹고, 백화점 가는 것, 브랜드 옷은 꿈도 못 꿔요."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허리, 어깨를 무리하게 쓰다 보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런데 한 달에 몇 만 원 지출하는 병원비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명숙씨의 월급으로 오롯이 한 달을 살기에 "적금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우리는 베이비부머 세대잖아요.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도 없고 그렇다고 축적해 놓은 적금도 없어 갑갑한 상황이죠. 100세 인생 시대라서 노후가 더 불안한 것 같아요."
명숙씨가 믿는 것은 국민연금과 건강뿐. 몸이라도 건강해야 시설을 그만둔 뒤에 재가 요양보호사로라도 계속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딱 정년까지만 일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건 진짜 꿈에 불과한 거고 최대한 일할 수밖에 없어요. 부끄럽지만 노후 준비는 '0'점이거든요."
"AI나 로봇으로 대체 불가 '돌봄' … 가치에 걸맞은 대우 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