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여객선이 덕적도에 입항하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하선하는 승객들 사진이다. 비가 많이 와서 갑판이 젖어 있다.
오창환
진리항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 덕적 119 지구대로 갔다. 첫 번째 스케치 장소다. 어반스케쳐스 인천은 작년부터 인천 소방본부와 협력해서 소방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방서 건물을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소방 훈련 장면이나 소방선을 그리기도 한다. 어반스케쳐와 지역 단체의 협업 중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도착하니 지구대 소방관들이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시고 지구대에 대해 간단한 설명도 해주셨다. 소방서 건너편에 앉아서 스케치를 시작했는데 내 예상 보다 소방서 건물이 너무 작고 단순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오른편을 보니 파출소가 있는 게 아닌가. 소방서와 파출소는 삶이 위기에 처할 때 필요한 곳이다. 그런데 두 건물 사이에 보이는 마을이 너무도 평화롭게 보인다. 맞다. 삶의 위기를 잘 견뎌내야 평화가 오는 것이니까. 위기와 평화를 대비해서 그렸다. 게다가 소방서는 빨간색이고 파출소 파란색이라 색의 대비도 좋다.
어반스케쳐스 인천에서는 그림을 마치고 모두 모였을 때 자기가 그린 그림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쇼앤텔(Show and Tell)' 시간이 있다. 나도 내 그림을 손짓발짓해 가며 설명했다. 다른 스케쳐들의 멋진 그림들도 잘 감상했고 소방관들도 좋아하셨다. 인천 소방서 콜라보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하며, 전시도 하고 달력도 만든다고 한다. 나도 그런 전시에 참여하면 좋겠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서 우리 숙소가 있는, 모래사장이 예쁜 서포리 해수욕장으로 갔다. 해변 모래사장에 텐트를 친 백패커들이 많았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내도 좋겠다.
해변을 그리는데 갑자기 해무(海霧)가 밀려오는데, 갑자기 바다고 뭐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역시 바닷가 날씨는 알 수 없나보다. 해수욕장을 그린 다음에 주변 동네를 둘러보니까 '서해안 슈바이처'로 불리던 최분도 신부님의 공덕비가 보이고 조금 더 들어가니까 최 신부님의 자취가 남아 있는 덕적도 성당과 유베드루 병원 건물이 있다. 내일은 성당을 그려야겠다.
저녁에는 진리항에 있는 마트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 와서 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마시고 그림 이야기도 하면서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