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숨 막히는 55도 찜통 더위... 이런 곳에서 밥을 한다니

여름이면 치솟는 급식실 온도... 고강도·저임금 노동에 일을 그만두는 급식 노동자들

등록 2024.06.13 07:08수정 2024.06.13 07:08
6
원고료로 응원
a

학교급식 조리실무사 수시모집을 알리는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현수막 ⓒ 노광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담벼락, 현수막이 걸려있다.

'교육공무원(조리실무사) 수시모집'

학교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실무사를 수시모집한다는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명의의 구인공고였다. 수시모집이라니, 급식실 종사인력을 대폭 늘려서 뽑는다는 말일까, 아니면 일하던 분들이 많이 그만두고 계신다는 말일까, 찾아봤더니 현황은 이랬다.

'최근 급식조리사를 그만두거나 꺼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지난 2023년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아래 급식조리사 자료)에 따르면 학교 급식조리사 퇴직자 중 자발적 중도 퇴사자는 ▲2020년 40.2% ▲2021년 45.7% ▲2022년 55.8%로 느는 추세다.' (연세춘추, 2024.6.3)

중간에 그만두는 중도 퇴사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왜일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6월이 되면 학교 급식실 온도는 55도까지 치솟습니다."

급식실 온도가 55도까지 치솟는다고? 지난5월 30일 급식노동단체(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한 기자회견 내용이다. 이들은 '가면 갈수록 심해지는 더위, 폭염 속에서 쓰러질 위기, 폭염 대책을 마련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6월 폭염 속의 급식실 환경이 어떻길래...


덥고, 습하고, 힘들고... 급식실을 떠나는 이유 

'조리실 내부가 덥고 습한 것도 급식조리사를 힘들게 한다. 신 활동가는 "요리할 때나 식기를 고온의 물로 세척할 때 많은 열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도 급식조리사는 HACCP* 기준에 따라 위생복과 위생모를 착용해야만 한다. 이 급식분과장은 "위생복은 통풍이 잘되지 않아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습진 등 피부염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17년 서대문구 급식조리사를 대상으로 건강 조사를 진행한 결과, '1년 동안 피부 질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4%였다.' (연세춘추, 2024.6.3)


덥고 습함, 여기에 대량의 튀김 요리 작업의 어려움은 조리 노동자들의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만든다.

"가장 어려운 게 튀김. (기름 냄새를 하도 맡아서) 기름 냄새 때문에 하루 종일 식사를 못해요."
"기름이 200도씨, 180도씨 끓다보니 일하면서 화상도 많이 입어요."
(급식노동자 인터뷰, 서울시교육청TV)


노후된 환기 시설은 조리할 때 나오는 '흄'이라는 폐암 유발 의심 미세먼지의 위험성도 높인다. 여기에 단시간에 많은 인원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노동환경이 급식 노동자를 힘들게 한다. 급식은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동안 1천 명이 넘는 학생들의 식사를 준비해야하는 단위 시간 당 노동강도가 센 분야. 따라서 급식 조리사 한 명이 맡은 식사 인원을 너무 과도하지 않도록 적정 인원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날은 덥고 일은 많고, 그러다보니 중도 퇴사자가 늘어나는 것이었다.

'지난 2024년 기준 서울시는 급식조리사 한 명당 학생 139명을 맡도록 했다. 관공서 등 다른 공공 기관과 비교했을 때도 학교에서 근무하는 급식조리사에게 할당되는 식수가 많은 편이다. 2022년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 공공기관 11곳의 급식조리사 한 명당 배치된 식수는 65.9명으로, 학교 급식조리사 한 명당 배치된 학생 수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중략) 급식조리사 자료에 따르면 입사 6개월 이내 퇴사자 수는 ▲지난 2020년 23.8% ▲2021년 33% ▲2022년 36.6%로 매년 증가했다. 채용률은 턱없이 저조하다.'(연세춘추, 2024.6.3)

중도 퇴사자들의 증가는 결국 부실 급식 논란으로 이어진다.

지난 4월 29일 서초구청 홈페이지 '구민의 참여' 게시판에 한 중학교 학부모가 부실 급식이 심각하다는 민원 게시글과 함께 급식 사진을 올렸다. 밥과 국, 김치, 순대볶음만 담긴 식판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지면서 여론이 부글부글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논란이 커지자 해당 중학교 교장선생님은 급식 조리실무자들을 찾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사님 그만두시면 급식실은 완전히 멈춥니다. 우리 좀 살려주세요."

서초구의 해당 중학교는 전교생이 천 명이 넘지만 조리실무사는 2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정원은 9명이지만 연이은 퇴사로 결원이 생긴 거다. 흥미로운 것은 강남·서초 지역 급식 실무자의 결원율은 27.2%로 서울시 전체 평균의 3배가량 높았다. 강동·송파 지역도 결원율이 15.8%에 달해 이른바 강남 4구의 학교 급식 노동자가 가장 많이 부족한 상황.
 
a

급식노동자의 일터 환경 개선이 특히 이 더운 날씨 속에 꼭 필요해 보인다. ⓒ pixabay


이처럼 급식실 인원 부족이 부실급식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해법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울시교육청의 급식로봇 시범도입, 무쇠팔 로봇이 치킨이나 튀김도 튀기고 기름도 털고 국을 젓는 등 그동안 미세먼지 흄 발생이나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겁고 뜨겁고 위험한 조리작업을 로봇에게 대신 맡긴다는 아이디어다.

볶음로봇, 튀김로봇, 국탕로봇 등 4대가 한 학교에 시범투입되었고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월 13일, 조리실무사가 특히 부족한 강남, 서초, 강동, 송파 지역학교에 급식로봇과 식기류 렌탈 세척사업을 지원하고 앞으로 조리실무사 정기채용에서 인원이 미달할 경우 수시채용을 통해 결원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급식노조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급식 로봇은 연간 약 3천만 원의 유지 비용이 필요하고 복잡한 요리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들은 가장 효율적인 것은 조리실무사 채용이 잘 되는 것이며, 이를 위한 근로조건 개선이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급식노동자 일터 환경과 처우 개선해야 

'노동 강도는 세지만 월급은 식당알바보다 못하다'

관련 사안을 보도한 <중앙일보>의 중간제목이다. 조리실무사 채용을 해도 잘 안오는 이유는 노동 강도 대비 낮은 처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조리실무사의 급여의 문제점을 이렇게 짚었다.

'월급은 '식당 알바'보다 못한 수준이다. 조리실무사의 기본급은 최저임금(206만740원)보다 낮은 198만6000원이다. 방학 기간에는 급식실이 문을 닫아 1년 중 3개월은 무급 생활을 감내해야 한다.' (중앙일보, 2024.5.13)

급식 조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노동이자 또다른 밥상머리 교육이다. 예전에 급식 노동자를 폄훼하던 시선도 코로나 시기 학교가 문을 닫고 부모들 사이에 '애들 밥은 어떻게 해주나' 하는 걱정이 현실화되면서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급식 노동 환경은 크게 바뀌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덧 집밥보다 더 좋은 친환경 재료로 꾸며지고 있는 K-급식, 이를 떠받치고 있는 급식노동자의 일터 환경 개선이 특히 이 더운 날씨 속에 꼭 필요해 보인다.

[참고 자료]
- 오혜연, '급식조리사 3苦, '좁고, 숨차고, 뜨겁고' (연세춘추, 2024.6.3)
- 제은효, '급식 조리사 "6월 급식실 온도 55도‥교육당국, 폭염 대책 마련하라" (MBC, 2024.5.30)
- 이가람, 서지원, '"여사님 살려줘요"…2명이 1000인분 조리 '충격 급식' 이 학교' (중앙일보, 2024.5.13)
- 권나연, '조리원 대신 '무쇠팔 로봇'이 급식준비?…"글쎄" (농민신문, 2024.5.14)
- '학교 급식실에 나타난 로봇 조리사' (서울특별시교육청TV, 2024.4.2)
덧붙이는 글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방송인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FM 99.9 O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됩니다. 며칠전 오늘의 기후 유튜브 독립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늘의 기후 채널' 검색하시면 매일 3편의 방송주요내용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시청은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기후변화 #폭염 #학교급식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의 기후 (FM99.9 OBS라디오) 연출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3일마다 20장씩... 욕실에서 수건을 없애니 벌어진 일
  2. 2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3. 3 [단독] '윤석열 문고리' 강의구 부속실장, 'VIP격노' 당일 임기훈과 집중 통화
  4. 4 23만명 동의 윤 대통령 탄핵안, 법사위로 넘어갔다
  5. 5 이시원 걸면 윤석열 또 걸고... 분 단위로 전화 '외압의 그날' 흔적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