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서비스노동자 장보기 기자회견지난 5월 16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서비스노동자 장보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트노동자가 발언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갑작스러운 암 발병... 그러나 일을 쉴 수 없어요"
28년 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월세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싼 전세를 찾아 살기 시작했다. 싼 전세는 다 이유가 있었다. 단열이 전혀 되지 않는 집은, 여름엔 펄펄 끓었고 겨울엔 너무 추웠다. 여름은 선풍기로 버티며 살았지만 겨울은 어린 딸과 함께 살기엔 혹독한 환경이었다. 민영씨가 받는 최저임금으로는 난방비를 감당히기 어려웠다.
당시 엄마와 조카까지 돌봐야 했던 그는 결국 전세를 포기하고 조금 더 환경이 나은 월세로 이사해야 했다. 그러나 매달 내야 하는 월세와 관리비, 공과금, 식비 등 가족들의 생계비를 온전히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쉬는 날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남들 다 쉬는 주말엔 마트에서 일하고, 모처럼 쉬는 평일엔 파출부 같은 일당제 아르바이트를 찾아 일해야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었어요."
이마저도 5년 전부터는 할 수 없는 몸이 됐다. 갑작스럽게 암이 발병했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가장으로서 민영씨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항암치료의 약물 부작용으로 온몸 이곳 저곳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 왔지만 민영씨는 일손을 놓을 수 없었다. 한 달 벌어 한 달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그에게 오랜 시간의 휴식은, 먼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더이상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었던 민영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끼고 또 아끼는 방법' 밖엔 없었다. 하지만 항암치료로 이곳 저곳에 부작용이 발생했고 생각지도 못한 병원비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월세와 관리비, 이 두 가지만으로도 월급에 1/4이 나가요. 그런데 갑작스런 병에, 병원비까지..."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식비와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저축, 노후 준비, 이런 건 꿈도 꿀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