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의 모습
김윤삼 시인
김윤삼 시인은 비계공들을 보면 36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가 조선소 하청 일을 하고 있던 당시, 안전 줄에 매달려 그네를 타던 동료를 온 힘 다해 당겨야만 했던 기억. 그 기억은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다. 그의 눈에 비계공들은 하늘길을 걸어 가족들의 밥을 짓는 사람들이자 직장 동료이며, 친구이며, 한 솥 밥 먹는 식구들이다. 그 생생한 기억은 "하루"라는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사장 발판이 쓰러진 날/ 비계공 김 씨는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처럼 / 안전줄에 매달린 채 그네를 탑니다 / (중략) 어둠을 끌어다 옆에 앉히고 / 병원 보낸 비계공 김 씨를 안주 삼아 / 푸념으로 한 잔 들이켭니다 // 비탈길을 내려다보는 가로등, / 나 아닌 내가 하루를 견뎠습니다. (하루 중에서)"
그는 몇 해 전, 문화예술 단체 '함께 만드는 정책 연구소'를 세웠다. 모시기 어려운 시인들을 울산으로 초청하여 북토크를 열기도 하고, 전국 각지에서 인문학 강연자를 섭외하여 울산 시민들의 의식 고취에도 힘쓴다. 뿐만 아니라 환경 단체 '초록별지구수비대' 소속 활동가로서, 울산의 바닷가 일대 및 산자락의 쓰레기를 주워 지구 환경 지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울산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과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하고 있는 시인이 누구냐 묻는다면 나는 바로 김윤삼 시인이라고 답할 것 같다. 이 모든 활동들의 기반이자 밑천은 꾸준히 습관적으로 시집을 탐독하여 올리는 리뷰에 있을 것이다. 수많은 시인들과 소설가들, 서평가들의 글을 연구하고 탐구하고 감상하는 그. 그러니 인생을 관조하는 안목과 사람을 이해하는 감각이 뛰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울산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며 조선소 하청 실습을 나가던 때로부터 현재 자동차 회사의 현장 노동 활동을 하는 지금까지, 노동자로서, 노동자의 관점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사유해 왔다고 고백한다.
"새벽밥 먹고 출근하지 마라는 아내의 말, / 당긴 그물이 빈 바다라고 /뱃머리를 뭍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 야위어가는 등을 먹고 쑥쑥 자라는 아이와 /익어가는 아내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 / 도시락 뚜껑을 여니 붉은 강낭콩으로 하트를 그려 넣었습니다 /(꽃무릇 핀 날, 중에서)"
누구에게나 빈 바다같은 시절, 텅 빈 그물같은 순간이 있다. 그러나 빈 바다에서 텅 빈 그물을 낚는다고 하여, 그저 가만히 누워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물을 기워, 바다를 향해 또 다시 출항하는 것이 삶이다.
쑥쑥 자라나는 아이와, 아름답게 같이 늙어가는 아내를 위해 그는 야위어 가는 등에다 힘을 주고 출근했을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말이다. 고단하고 지친 일터에서 때로는 허무하고 때로는 절망적인 노동을 견디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걱정하는 아내가 꾹꾹 심어놓은 강낭콩 하트 덕분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