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9일 모란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한반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인 전략 동반자관계'를 선언한 것이다. 북러관계가 강화되면서 한반도 주변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러시아가 돌아왔다
소련이 한국전쟁을 중국에 떠넘긴 이후 소련과 그 후신인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당사자 취급을 받지 못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도 러시아는 들러리에 가까웠다. 어쩌면 러시아 스스로도 동북아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었는지 모른다.
그랬던 러시아가 돌아왔다. 지난 6월 19일 북한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총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하 북러조약)을 체결하였다.
북러조약은 우리가 예상했던 결과를 뛰어넘는 내용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북러는 조약 제4조에서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데 합의했다.
북러는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근거(제10조, 제16조)를 마련했으며, 상호 방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제8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과거 북한과 소련의 동맹조약에 준하는 강력한 관계가 복원된 것이다.
러시아의 남진이 가져온 한반도 국제정치의 재편
1950년 10월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후, 러시아는 동북아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줬다. 한반도 정세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로부터 부침을 거듭했고 북한은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이제 기존의 동북아 정세에 '현상 변경'이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가 북러관계를 기반으로 동북아 국제정치에 새로운 행위자로 등장한 것이다.
어느 나라보다도 중국은 러시아의 남하에 적극 반응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그간 소원했던 한국과 중국이 서울에서 2+2 외교안보대화를 진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방이라도 회복될 것만 같아 보였던 북중관계가 정체된 것은 북러관계의 급속한 밀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북한의 경제협력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이유도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였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또한 러시아의 남진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은 러시아의 남하에 긴장하고 있다. 관련하여 일본 기시다 총리는 지속적으로 북일정상회담을 강조해 왔다. 한미일 관계가 복원된 상태에서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다소 생뚱맞아 보이기까지 했다. 돌이켜보건대 일본의 북일정상회담 추진은 러시아의 남하에 대한 견제구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쿠릴열도와 관련해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진행 중인 일본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남진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현상의 변경이다.
미국 또한 북러정상회담에 따른 역내 정세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6월 19일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러 협력 심화는 크게 우려할 추세"라 논평한 바 있다. 관련하여 미국은 한미, 미일 동맹을 강조하며 한반도 국제정치의 주도권을 놓치 않으려 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남하와 함께 발생한 현상 변경의 움직임은 분명 미국에게 어려운 숙제로 인식될 것이다. 특히 올해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어떤 결과를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동북아 국제정치는 또 한 번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
국익과 한반도 평화 위한 평화실리외교 펼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