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봉 조각가.
최방식
'달강마을' 달인과 함께 향기로운 문화체험
무엇이 그리 즐거울까 궁금했는데, 세월리 마을공동체 활동을 자랑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가 앞장섰던 '달강마을'(달이 머무는 강 마을) 프로젝트가 잘 진척돼 발효, 음식, 농사, 도자기, 천연비누, 벌꿀, 민화 등 이른바 마을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꽤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4년 전 달강세월협동조합이 건립되고, 이듬해 경기도가 지원하는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뽑혔다. '정미소' 커뮤니티센터 계획이 선정되며 리모델링비 5억 원과 운영비 3억(매년 1억씩) 원을 받아 골안계곡 탐방, 달인과 함께하는 체험, 원예치유 등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달강마을 가꾸기는 제가 오기 전부터 이어져 왔어요. 제가 새마을지도자로 참여하며 협동조합 결성과 경기도 지원프로젝트를 주도했고 초대 이사장 대행(초대 이사장 중도 사퇴)과 2대 이사장(올해부터)을 맡고 있죠. 코로나19로 주춤했는데, 작년부터 조금씩 회복되고 있어요. 저도 민화교실(무료)을 지난해 8월부터 매월 3차례 열고 있죠."
그의 청장년기가 궁금했는데, 예술사회운동에 헌신한 삶이었다. 폭압정권에 저항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삶을 표현하는 문화예술운동을 해온 것. 대학 땐 동아리 '쪽빛'을 만들어 대학건물이나 농촌마을(농활) 벽화 그리기를 주도했다. 선배의 권유로 연극반을 하며 '황톳불'(동학 주제) 등을 공연해 경찰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
"대학 3학년 때 유홍준 교수의 강의를 우연히 들었는데, 그 뒤 민미협(한국민족미술인협회) 조소분과에 가입했죠. 계기로 전국 청년미술인 교류 등을 통해 예술사회운동을 하는 이들과 교류가 넓어졌죠. '작은 조각전', '조국산하전' 등에 10여 차례 참여했어요. 서울민미협 대표가 개인적 사정으로 사퇴해 2년간 대행을 맡기도 했죠."
문화예술운동을 하며 지쳐갈 즈음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구리였다. 97년부터는 구리미술협회에 가입해 매년 1~2회 회원전에 참여했다. 그러다 고향 양평으로 최종 이주한다. 양평민예총 설립을 주도하다 내부 갈등으로 포기하고 '양평문화예술인네트워크'(양평문예넷, 회원 49명)를 2018년 결성했다.
양평문예넷 주도로 5·18사진전(2020년 양평역 로비), 4·16추모전(양평역사 앞, 2020년), 양평문예넷 정기전(2019년 가을, 양평시장 쉼터 옆 도서관), 아이전(정인이 추모, 서종 청란교회 2021년) 등의 지역 문화예술활동을 했다.
'우분투'라는 아프리카 말이 있다. 과자 열 개를 혼자 먹지 않고, 열 명이 나눠먹는 사회연대를 의미한다. 만델라가 집권하고 내세운 통합 사상이기도 하다. 리눅스 오픈소스 무료 운영체계(OS)도 그 이름을 땄다. 자기 생계보다 이웃의 아픔을 우선한 조각가. 쉬려고 고향마을로 왔지만 지역공동체 사업에 나서야만 했던 강 작가. 그가 전파하려던 게 이런 정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