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3일 당시, 호주 멜번대에서 한국과 호주 청년들이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James Fretwell
한국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한 곳, 나아가 소중한 가족이 있는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에서는 그 자신이 가장 편하지 않고 모난 존재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그들은 말했다.
한국 사회 안에서의 '성공'은 너무 한정적이다. 서울권 4년제 대학, 대기업 취업, 브랜드 아파트 소유 등 사회가 소위 성공적이라고 정해 놓은 길이 너무 좁다. 그 길을 벗어나면 취업, 임금, 자녀 양육에 있어 성공을 이룩한 사람과 격차가 난다.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청년들은 거의 늘 피 터지게 경쟁하며, 각자의 고유한 관심사와 재능은 일단 묻어두게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내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자 하는 노력은 유별나게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인정받고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쟁취하는 것만큼 큰 성취와 행복이 어디 있을까?
호주에서 내가 만난 서른 초반의 한 청년은, 호주에서는 학력, 전공, 과거 경험 등 편견 없이 취업이나 커리어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이직 시 유사 경력 여부가 굉장히 중요한데, 호주에서는 다른 분야로도 이직이 유연하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도 그랬다며, 호주에선 한국보다 더 주도적으로 내 삶을 설계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저는 실용 음악 전공 후 호주에서 바리스타로 서비스직에서 오래 일하다가 처음으로 서비스 분야의 사무직 일을 시작했어요. 어쩌면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이직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면접을 본 호주 매니저는 제 서비스직 경력을 높게 쳐주었어요.
분야는 다르지만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일한 경험과 직원들을 관리하며 쌓은 리더십이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과거 경력을 편견 없이 바라봐 준 매니저 덕분에, 새로운 분야에서 또 다른 경력을 쌓아 나가고 있어요."
일이든 사람이든, 편견을 벗겨내고 볼 때 우리는 본질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호주에서 만난 1.5세대 교민분도 있었다. 45년 전 호주로 왔다는 이 교민 분은 호주인들이 요즘 선호하는 결혼 상대의 직업이 배관공이라고 말씀하셨다. 상상조차 못했던 직업이라 깜짝 놀라서 내가 그 이유를 여쭤봤더니, '수입이 좋고 업무 시간이 유연하며, 가족 중심적인 삶을 살 수 있어서'란다.
배관공은 전문 기술직이라 시급도 높은 데다 회사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고. 그래서 내 하루를 주도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각광받는다고 한다.
아무리 수입이 좋더라도, 배우자나 내 직업을 '배관공'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게 한국에서는 과연 가능할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에 괜스레 뒷맛이 씁쓸해졌다.
개개인의 고유성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곳
서호주에서는 석조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는 Jina Lee는 서울에서 대학원까지 공부를 마치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호주에 정착했는데, 호주를 넘어 한국, 프랑스 등 글로벌 무대를 바탕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