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롄시에서 광장무를 추는 사람들을 그렸다. 정확한 묘사 보다는 현장성을 살려서 그리는 것이 어반스케치의 매력이다.
오창환
"이~ 얼~ 싼~ 치에즈!"
찰칵!
지난 금요일 저녁 나는 중국 다롄(大连)시의 한 식당에서 다롄의 스카이 산악회 회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얼싼은 하나 둘 셋이라는 뜻이고 '치에즈'는 원래 채소 중에서 '가지'를 말하는데, 발음을 하면 미소를 짓게 되어 중국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면 치에즈를 외치곤 한다.
다롄은 중국 랴오닝성 랴오둥 반도 남쪽 끝에 있는 항구도시로 인구 600만의 거대 도시다. 10여 년 전에 사업차 많이 갔었다. 그때 만난 다롄 스카이 산악회에서 친선 초청을 해서, 사계절 산악회의 대표인 남사장과 함께 박사장 그리고 내가 같이 가게 되었다.
다롄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아름다운 도시인데 인천공항에서 다롄 저우수이쯔(周水子) 국제공항까지 불관 1시간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10여 년 전에 왔을 때는 공사 중단된 건물이 많이 있었고 차량이 내뿜는 매연으로 공기가 나빴다.
이번에 와보니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모두 완공되어 있어 도시가 깨끗하고 번듯했다. 공기도 깨끗해서 주변에 물어보니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어 그렇다고 한다.
지루한 수속을 거치고 밖으로 나가니 스카이 산악회 장성군회장님이 마중 나와 계셨다. 장 회장님은 오랫동안 해관 업무를 담당한 공산당 간부이신데 이제 퇴직하셔서 표정이나 복장이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개발구에 있는 인판(銀帆)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스카이 산악회에서 준비한 만찬장으로 갔다. 그런데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국 측이 특별히 중국 화가들을 참석시킨다고 한다. 나는 졸지에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어 부담스러웠다.
제법 큰 만찬장에 연단이 있고 스카이 산악회 50여 명이 원탁에 앉아 있었다. 만찬장 한쪽에는 화가들이 지필묵을 펼쳐놓고 있었는데 한분은 붓글씨를 쓰고 계셨고 한 분은 대나무를 그리고 계셨다. 만찬에 참여한 회원들이 둘러 서서 그림 그리는 것을 구경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
동양화에서는 이런 즉석 시연의 전통이 있다. 그림이나 글씨를 쓰는 것을 구경도 하고 대화도 하다가 나중에 헤어질 때 작품을 나누어 갖기도 한다. 문화를 즐기는 좋은 전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