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Better Life Index의 <일과 삶의 균형> 항목 막대 그래프왼쪽 막대는 대한민국, 오른쪽 막대는 호주의 것으로, 두 국가 모두 OECD 평균 대비 일과 삶의 균형이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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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계에 따르면, 하루의 대부분을 일에 쏟는 피고용인의 비율은 OECD 평균 10%인데, 호주는 13%, 한국은 약 20%에 달한다. 두 나라 모두 평균을 뛰어넘으며, 워라밸이 좋지 않은 국가라는 오명을 쓴 셈이다. 여행 중 밤늦게까지 환하게 켜져 있던 시드니 달링하버 근처의 수많은 빌딩이 떠올랐다. 서울의 여의도가 겹쳐 보여 함께 걷던 남편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호주는 오후 3시만 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다 퇴근해 집으로 돌아가서 모든 카페는 문을 닫는다고 들었어. 근데 불이 켜져 있는 이 빌딩들은 다 뭘까? 여기도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호주의 실상을 알게 된 건 멜번에서 만난 한 교민 분 덕분이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호주 사람들은 다 퇴근하자마자 해변가에 놀러 가고 여유롭게 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호주에 10년 넘게 살면서 느낀 점은, 호주 사람들 중 성취 욕구가 큰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더라고요. 대부분은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직종과 사람에 따라 한국인들보다 더 경쟁적이고 일을 우선시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부와 명예 또는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다. 그래도 상사와 회사 눈치를 보며 마지 못해 야근하는 것보다는, 야근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호주 직장인이 K-직장인보다는 조금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없고, 호주에는 있는 것
그렇다면 호주와 한국이 가장 극명하게 다른 점은 뭘까? 환경, 건강 지수와 관련해서도 차이가 크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주제는 바로 '커뮤니티'였다. '내가 힘들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 사회가 얼마나 결속되어 있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