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 근쳐에서 삼삼오오 모여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김도희
시드니의 시간은, 빠르고 효율적으로만 돌아가는 한국 사회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시드니에 다녀온 친구들은 시드니가 런던이나 파리처럼 박물관, 갤러리 등 문화적 명소가 많은 곳은 아니라서 새로운 것을 많이 보기는 어렵지만,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해져 치유되는 기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시드니에 도착해 직접 내 눈으로 보니, 여길 먼저 다녀간 친구들 말이 단순한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2023년 시드니 위원회(The Committee of Sydney) 조사에 따르면, 시드니 거주자 중 81%가 '내 삶에 만족한다'라고 답했다. 이는 다른 글로벌 메가 시티인 런던(76%)과 뉴욕(75%), 토론토(64%)보다 높다.
서두에 언급한 여러 글로벌 평가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시드니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인 이유로 4계절 내내 온화하거나 따뜻한 날씨, 깨끗한 자연환경, 다문화, 가깝고 아름다운 해변, 뛰어난 공공 의료 시스템과 교육 등을 꼽았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주택 공급 문제로 거주 비용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드니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자주 꼽히는 건 왜일까. 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까이서 누릴 수 있는 깨끗한 자연환경, 좋은 날씨, 뛰어난 교육과 의료 시스템, 그에 더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 때문이 아닐까. 이 모두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들이다.
'당신 요새 돈 얘기만 해'
영국인 남편은 내게, 내가 한국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그 즈음엔 집에서 오로지 '돈'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놀란 나는 최근 몇 년간의 대화를 돌이켜보았다.
왜일까. 한국 친구들과 만나면 우리가 나누는 얘기는 주로 재테크, 부동산, 아이 양육 비용, 연봉 상승 등 뿐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대화는 나도 모르게 내 경제적 상황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했고, 누군가로부터 재테크를 배우거나 내가 받는 연봉을 올려야만 한다는 조바심으로 이어졌다.
물론 경제적 지식과 이해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돈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그걸 잊지 않기 위해선 자주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유튜브 영상이 있다. 330만 구독자를 가진 경제 유튜버 슈카의 영상이다. 슈카는 금융 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뉴스, 주식 투자, 부동산, 가상화폐 등 다양한 경제 이슈를 쉽게 풀어 설명해 나도 즐겨 보는 채널이다.
그는 최근 국내 한 방송사와 함께 일본 저출산 관련 다큐멘터리 촬영을 다녀오면서, 그 여정 중 일본 정부 관료, 청년, 대기업 임원, 부부, 자영업자 등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한 후일담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