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히르츠할스노르웨이 행 페리를 타기 위해 첫 날 이동한 경로
한성은
내 생각이 얼마나 안이하고 위험했는지는 환호성을 지르며 덴마크 국경을 건너간 후 바로 알 수 있었다. 마치 공포 영화의 예고편처럼 쾌청했던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컴퓨터 그래픽처럼 쏟아지는 비를 보며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는데 천둥과 번개가 몰아쳤다. 그때부터 도로 정체가 시작되었다. 단 한 순간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다. 어제에 이어 동생의 입에서는 불길한 주문이 흘러 나왔다.
"햄아, 이 정도면 우리 배 못 탈 수도 있겠는데…"
"걱정 마, 한 시간 여유 있게 출발했으니까."
아니었다. 두 번째 북유럽 캠핑카 여행이라는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나는 우리가 페리 선착장에 출발 시간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1000km의 이동 거리를 생각해서 1시간 정도를 여유 시간으로 두었었다. 그제야 예약 메일을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내 눈에 보이지 않던 한 문장이 크게 들어왔다.
Latest time for check-in is 1 hour before departure time.
가장 늦은 체크인 시간은 출발 1시간 전입니다.
무려 국경을 넘나드는 페리이다. 심지어 노르웨이는 EU 국가도 아니다. 다만 솅겐협약(Schengen Agreement) 덕분에 입국 심사가 면제되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여유 있게 1시간이 아니라 적어도 1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하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지금 당장 이 도로 정체가 풀리지 않으면 우리는 배에 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숨도 안 쉬어졌다. 페리 비용 1500유로(225만 원)를 포기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도착지인 베르겐(Bergen)의 캠핑장과 송네 피오르(Sognefjorden) 투어 예약까지 모든 일정과 여행 경비를 허공에 날리는 상황이었다.
웨이즈(Waze) 내비게이션이 전방의 정체구간을 포함해 새로 계산한 도착 예정시간은 저녁 7시 10분이었다. 앞으로 4시간 동안 웨이즈(Waze)의 계산이 정확하게 들어맞아야 하고, 3.5톤의 캠핑카를 승용차처럼 규정 최고속도로 달려야 했다.
그제야 남은 360km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체감이 됐다. 부산에서 수원까지 마치 자율주행차처럼 쉬지 않고 정확하게 달리는 중에 10분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우리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엄청난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