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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도시의 해 지는 풍경,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요르단 사막 숨겨진 도시에서 만난 베두인, 그가 안내한 잊지 못할 순간

등록 2024.08.22 09:25수정 2024.08.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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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1살 신예진은 '희망'이라는 꽃말의 데이지를 품고 2023년 2월 26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365일동안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하며 만난 '삶의 이유를 찾는 여정'을 <너의 데이지>를 통해 풀어나갑니다. '데이지(신예진)'가 지난 1년 동안 여행하며 만난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연재기사입니다.[기자말]
요르단 사막에 도착했다. 사막에 숨겨진 고대 도시 페트라, 이 곳의 아침은 인적 없이 일출만 존재한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요르단으로 넘어와, 사막 속 신비로운 분위기의 페트라를 거닐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기암괴석 사이로 떠오르는 여름 햇살은 나를 고대 시대로까지 이끈다.


'바위'를 뜻한다는 말 페트라는, 언론에는 종종 '2천여 년 전에 붉은 바위산의 암석을 깎아 만든 붉은 장미의 도시'로 소개된다. 바위들을 깎아서 만든 암벽 위에 세워진 도시로, 요르단의 고대 유적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과거 영화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요르단 사막에 숨겨진 고대 도시 페트라의 아침 요르단 사막에 숨겨진 고대 도시 페트라 아침은 인적없이 일출만이 존재하여 신비롭고 경건한 느낌이 가득하다.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되며 붉은 바위 사이를 지난다. 과거가 살아 숨쉬는 듯한 공간에서 조용히 공기를 음미한다.
요르단 사막에 숨겨진 고대 도시 페트라의 아침요르단 사막에 숨겨진 고대 도시 페트라 아침은 인적없이 일출만이 존재하여 신비롭고 경건한 느낌이 가득하다.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되며 붉은 바위 사이를 지난다. 과거가 살아 숨쉬는 듯한 공간에서 조용히 공기를 음미한다.신예진

'길고 오랜 세월을 꿋꿋이 버텨내어 과거와 오늘을 연결해 준 돌멩이들. 돌멩이는 강하고, 단단하며,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존재이자, 과거와 오늘날 역사를 이어주는 중요한 존재구나.'

그 옛날, 바위밖에 없는 곳에 정착해 터전을 만들었을 고대 나미타인을 떠올린다. 동굴에서 지내며 바위를 조각하고 집을 만들며 삶을 산다는 천재적인 발상을 존경하게 된다.

한참을 감탄하며 길을 오르던 중 우연히 한 베두인과 눈이 마주쳤다. 사막에 사는 유목민, 베두인은 조랑말을 타며 페트라에 찾아온 관광객을 맞이한다. 잠시 미소로 인사를 보낸 나에게 베두인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여기 근처에 온천이 있는데, 내가 내 당나귀로 무료로 거기까지 데려다줄게."


요르단 사막에서 우연히 만난 베두인

페트라 사막에서 만난 베두인과 함께 베두인은 아라비아반도의 내륙 사막에 사는 유목민을 의미한다. 본인을 '잭스페로우'라고 부르는 베두인은 아침이 되면 자신의 람보르기니를 이끌고 페트라를 거닐며 관광객을 만나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간다.
페트라 사막에서 만난 베두인과 함께베두인은 아라비아반도의 내륙 사막에 사는 유목민을 의미한다. 본인을 '잭스페로우'라고 부르는 베두인은 아침이 되면 자신의 람보르기니를 이끌고 페트라를 거닐며 관광객을 만나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간다.신예진

본인을 영화 속 유명 이름을 본따 '잭스페로우'라고 소개한 그는 자신의 당나귀 '람보르기니'에 나를 태운다. 덜그럭 소리와 함께 이동하는 그의 람보르기니는 관광객을 이끄는 내리막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샛길에 들어선다.


험난한 바위를 위아래로 넘나드는 나귀를 타고 내려가는 대목에서 그는 "눈을 감고 마음을 열라"라고 말하며 나를 다독인다. 계곡에 도달하니 물소리가 귓가로 흘러온다. 계곡에 발을 담그며 가만히 물소리를 들었다. 잭스페로우는 말한다.

"나는 나를 구속하는 느낌이 싫어."

베두인들은 관습상 결혼을 일찍 한단다. 그에 따라 가족이 이미 소개해 준 아내가 있었지만, 그는 결혼을 거부했다고 한다. 올해로 30살이 됐다는 그는, 아침이 되면 자신의 람보르기니를 이끌고 페트라를 거닐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관광객을 만나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는 잭스페로우. 그가 내게 보인 과도한 친절에 이유를 물으니, 그가 답한다.

"사람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거지. 누구든지 나의 집, 페트라를 편안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내 집이 너의 집이지. 나는 모두를 환영할 거야."

데이지 꽃을 함께 들고있는 베두인, 잭스페로우 "나의 집은 너의 집이야. 너는 언제든 열쇠가 있어. 페트라에 나의 형제들이 있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요청해. 사람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거지” 베두인은 내게 말한다.
데이지 꽃을 함께 들고있는 베두인, 잭스페로우"나의 집은 너의 집이야. 너는 언제든 열쇠가 있어. 페트라에 나의 형제들이 있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요청해. 사람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거지” 베두인은 내게 말한다. 신예진

과거, 요르단 정부는 동굴 붕괴 위험을 이유로 베두인 마을을 따로 조성해 베두인을 이주시켰단다. 오래전부터 동굴에 살던 베두인 중 소수, 페트라 주변 지역 동굴에 남아있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베두인 마을로 이주해 왔다. 잭스페로우 가족도 동굴을 나와 베두인 마을에서 지낸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동굴에 사는 걸 고수하는 친구들을 매일 찾아가면서, 페트라 사막의 자발적 유랑자로서 자유로운 삶을 지내고 있다. 페트라 뒷산 산골짜기 여기저기에 아랍 노래가 울려 퍼지는 걸 들으며 그는 내게 말한다. 우린 흥겨운 아랍 노래에 맞추어 흥에 취해 있었다.

"데이지, 해가 지기 전에 너에게 꼭 보여줘야 하는 게 있어."

눈 앞의 장관, 잊지 못할 페트라의 일몰

그는 페트라의 선물을 보여주겠다며 빠르게 나귀에 나를 올린다. 급히 안장에 오르자마자 우린 사막 마을에서 우리를 둘러싼 돌멩이 위로 해를 쫓는 격추를 시작한다.

나귀가 자신의 발굽을 이용해 있는 힘껏 우리를 운반하니 조금씩 드러난 돌멩이 정상에 퍼져있는 붉은 색의 일몰이 우리를 반긴다. 고대 도시 페트라가 품은 일몰의 경외감에 압도된 채 말을 잇는 내 앞에서 잭스페로우는 스피커 너머에서 울리는 아랍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춘다.

잭스페로우의 당나귀에 올라 이동하면서  그는 내게 페트라의 일몰을 보여주겠다며 어느새 질 것 같은 해를 추격하고자 빠르게 나귀에 나를 올린다.그는 나귀를 빠르게 움직이려고 안장에 함께 올라 발을 동동 움직이며 자신의 람보르기니를 운전한다.
잭스페로우의 당나귀에 올라 이동하면서 그는 내게 페트라의 일몰을 보여주겠다며 어느새 질 것 같은 해를 추격하고자 빠르게 나귀에 나를 올린다.그는 나귀를 빠르게 움직이려고 안장에 함께 올라 발을 동동 움직이며 자신의 람보르기니를 운전한다. 신예진

그저 멀리서 돌의 향연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인데 공간에 압도감을 느낀다. 고동색, 붉은색의 돌멩이는 사막을 이루는 모래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세차게 불어오는 사막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해 음미를 더 했다.

일몰 풍경이 시야에 잡히자마자 자연의 광활함을 느낀다. 페트라에서 고요하게 속삭이는 일몰을 보자마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대자연 앞의 경외감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바위틈 사이로 비쭉 튀어나온 여명을 배경으로 그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내게 말하며 흥겹게 춤추는 그를 따라 나도 있는 힘껏 춤을 춘다.

그를 따라 붉게 펼쳐진 일몰의 향연에 대고 있는 힘껏 소리를 친다. 세상을 향해 내뿜는 나의 소리는 붉은 일몰에 녹아내린다. 페트라가 품은 일몰에 오로지 몸을 맡기고 나는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춘다. 순간에 온전히 녹아든 몸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데이지, 페트라가 주는 이 아름다움을 즐겨!"

요르단 페트라에서 맞이하는 일몰 붉은색의 돌멩이는 사막을 이루는 모래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페트라 분위기를 압도하는 게 음미를 더 한다. 일몰 풍경이 시야에 잡히자마자 나도 모르게 뺨에 눈물이 흘렀다.
요르단 페트라에서 맞이하는 일몰붉은색의 돌멩이는 사막을 이루는 모래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페트라 분위기를 압도하는 게 음미를 더 한다. 일몰 풍경이 시야에 잡히자마자 나도 모르게 뺨에 눈물이 흘렀다.신예진

페트라가 주는 웅장함은 잭스페로우와의 추억으로 물들어 잊지 못할 순간이 된다. 그 속에서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물었다.

"내 삶의 이유? 그건 단지 이 삶을 즐기는 거야. 너무 많이 생각하지마, 행복한 이 삶을 즐겨."

잭스페로우가 선물한 환상적인 하루에 감당하기 어려운 행복과 충만함이 밀려온다. 페트라에 오기 전, 베두인들을 만나면 조심하라는 혹자의 충고도 얼핏 떠올랐다. 그러나, 내가 만난 베두인은 달랐다. 그는 도시 페트라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며 행복을 나누고 싶은 사람일 뿐이었다.

그는 내게 잊지 못할 사막과 비밀을 알려준다. 자연이 가진 광활함의 비밀, 우린 아름다운 지구를 살아가는 '지구촌 주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일몰의 기억과 함께.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의 원본 이야기는 기사 발행 후 기자의 브런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aisypath
#데이지 #페트라여행 #요르단 #베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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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1년간 떠난 21살의 45개국 여행, 그 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 <너의 데이지>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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