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근 ‘615공동선언실천 경기중부본부' 상임대표, 은퇴한 교장선생님이 통일운동 단체 대표를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민선
'615공동선언 경기중부본부 상임대표, 경기중부 비정규직센터 상임지도위원, 경기중부민주화계승사업회 운영위원, 경기중부 평화행동 상임대표.'
장재근 전 광수중학교(경기 광주) 교장의 화려한 시민운동 이력이다. 현직만 적은 것이니, 전직까지 합하면 더 다채롭다. 대표 또는 지도위원 같은 묵직한 직함을 가지고 '꼰대 노릇' 하는 게 아니다. 집회, 1인시위 등 그는 젊은 활동가보다 더 열심히 현장을 누빈다.
전직 교장이면 '뒷짐 진 어른'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 게 우리 사회 통념이고, 실제 사회 곳곳에서 그런 대접을 한다. 하지만 장재근, 그에게는 어울리지도 해당하지도 않는 통념이다.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유였다.
그는 어째서 통일·민주화 운동에 그토록 열심인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13일과 22일 연거푸 경기도 안양시 모처에서 장재근 '615공동선언실천 경기중부본부 상임대표(아래 장 대표)'를 만났다. 이 단체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맺은 6.15공동선언을 실천해 통일을 이루자는 게 목표인 통일운동연대체다.
예상은 했지만 양복에 넥타이 차림은 아니었다. 그래도 반바지는 아니겠지 했는데, 반바지에 티셔츠. 격식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 그의 성격이 옷차림에서도 느껴졌다.
'교장 선생님들 은퇴하면 여행 많이 다니던데요?'라고 말을 붙이자 눈치 빠른 그는 "왜 여행 안 가고 1인시위 같은 거 하러 다니냐고?" 하고는 엉뚱하게 1980년 광주 이야기를 꺼냈다.
"80년 5.18때 전투경찰로 광주에 있었는데, 그때 광주 사람들하고 약속한 게 있어요, 스스로 다짐한 것도 있고요."
그가 1980년 당시 광주 사람들과 한 약속은 '죽는 날까지 보고 들은 대로 광주 민주항쟁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다짐한 것은 민주주의와 조국 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이것이 그가 여행을 즐기는 유유자적 '은퇴 후 삶'을 버리고 통일·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이유다.
"데모 막으러 갔다가 시민군들을 돕게 됐어요. 그동안 청문회 같은 데서 나온 이야기, 그거 다 사실입니다. 사람 죽어 나가는 거 내 눈으로 똑바로 봤어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 놈들(전두환 전 대통령 등)은 도저히 용서가 안 돼요.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는지."
떨리는 입술, 핏발이 선 듯한 눈
이 말을 할 때 그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쾌활해 보였던 표정도 180도 변해 눈에 핏발이 선 듯했다. 그는 "광주항쟁에 이은 독재, 친일파 청산 문제, 뉴라이트 논란 등, 이게 다 분단 때문"이라며 민주화 운동과 함께 통일운동에 매진하는 이유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