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민학교 한글 기초반 교사 이효순.
이민선
'성인문해교육 자원봉사 교사 모집.'
이 글귀를 보고 고민에 빠진 그녀 이효순. 정부에서 운영하는 '1365 자원봉사 포털(www.1365.go.kr)에 떠 있는 모집공고였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책을 좋아해 서점 주인이 되는 꿈을 꾸던 소녀였지만,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에 취직해야 하는 게 그녀 앞에 놓인 현실이었다. 그래도 '서점 주인'은 꿈이라도 꿀 수 있었다. 지금보다 키가 더 커진다면 손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에게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이름이었다. 언감생심, 품을 수도 없는 꿈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 꿈'을 대신 이뤄준 기특한 딸이 용기를 줬지만, 용기란 게 그리 쉽게 생기는 게 아니었다. 딸이 '엄마는 할 수 있어' 할 때마다 커지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평생 공부했는데, 내가 못 할 게 뭐람.'
이 생각이 불현듯 스치면서 두려움이 있던 자리를 용기란 게 차지하기 시작했다. 주경야독, 공장에서 일하면서 상업계 고등학교를 마쳤다. 학구열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회사 지원을 받으며 방송통신대학도 졸업했다. 일본어를 포함해 3개 학과를 전공했으니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12년을 더 공부한 것이다. 책에서 손을 떼고 산 기억은 없다. '그래, 거의 평생을 공부했으니, 이젠 나누자.'
8월 29일 목요일 오후 안양시민학교. 교실 문을 열자 열기가 몸으로 확 밀려들었다. 8월의 무더위로 인한 열기가 아닌 교사와 학생이 내뿜는 뜨거움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받아쓰기 광경. 육십 대 초반 이효순 선생은 책상 사이를 거닐며 쉴 새 없이 무엇인가 설명했고,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학생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귀를 세웠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려 그와 탁자 하나를 두고 마주 앉았다.
계기도 없고, 사명감도 없이 시작한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