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 자료집 갈무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적 장애인 장애인콜택시 탑승 시 보호자 동반 규정은 차별, 디딤돌 판결
'디딤돌'로 선정된 이 사건은 보행상 장애 판정을 받은 A씨(주장애: 지적장애, 부장애: 뇌병변장애)가, 지적장애인은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야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서울시설공단의 규정으로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거부당한 사건이다. A씨는 지적장애인의 경우도 동반자 없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서울시설공단이 주장하는 지적장애인의 돌발 행동 가능성에 대해서, 돌발행동은 여러 외부 요인에 따라 발현되는 것으로 보이므로 모든 지적장애인이 운전원과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돌발행동을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법원은 따라서 지적장애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돌발행동을 할 우려가 없는 지적장애인에게도 일률적으로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취급에 해댱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부산, 대전, 인천, 광주, 강원, 제주 등지에서 지적장애인에게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고려하였다고 설명했다.
배융호 이사(한국환경건축연구원)는 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15조의 재화와 용역에서의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법'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판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디딤돌 판결로 선정하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30년간 착취당한 장애인의 권리 불인정, 걸림돌 판결
'걸림돌' 선정 이 사건 피해자는 지적장애인으로 1985년부터 2017년까지 사찰에서 생활하면서 사찰 내 청소, 농사, 각종 공사 등의 일을 하였다. 하지만 사찰에서는 일체의 보시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 장애를 이유로 피해자에 금전적 착취를 하였다. 사찰에서는 울력을 수행한 것이지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았고, 폭행은 사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 2심 법원은 이 사건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여 노동력 착취를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파기환송 하였다. 대법원은 사찰의 울력이라는 주장과, 피해자가 승려의 자격이 없음에도 노전스님으로 대우하였다는 주장을 인용하여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과 별개로 사찰에서 발생한 12차례 폭행 피해사건에 대한 벌금형 선고에 대해서도 우발적이고 일시적인 것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조인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대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와 의미를 형해화하였다며, 사찰 내 비장애인 승려에게 보수를 주지 않은 것은 피해자에 대한 노동착취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지만 법원은 문언을 넘어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법원이 장애인의 취약한 상황을 이용한 가해자의 행위를 '선행과 돌봄'으로 포장하였는 점, ▲해당 대법원 판결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관한 다른 판결의 해석과 판단에 미칠 악영향이 심히 우려스럽다는 점, ▲향후 절대 인용되어서는 안될 판결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걸림돌 판결로 선정하였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의 표준휠체어 외 안전규정 부재는 평등권 침해, 주목할 판결
'주목할 판결' 이 사건은 표준 휠체어를 탈 수 없는 장애인인데,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특별교통수단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하면서, 표준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설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2019년 10월 2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표준휠체어를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은 교통약자로서 차이가 없다는 점, ▲침대형 휠체어만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표준휠체어만을 기준으로 안전기준을 정하는 것을 불합리하다는 점, ▲이 관련 규정을 마련하더라도 국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적 부담이 심해진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임한결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이 판결이 입법부작위에 대한 흔치 않은 판결로 디딤돌 판결로 선정될 수도 있었으나, 헌법재판소가 이동권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점을 아쉬운 이유로 꼽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2년 저상버스도입 의무불이행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에서 헌법으로부터 저상버스 도입과 같은 국가 행위 의무가 도출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임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을 헌법적 기본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국가의 '시혜적 급부'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헌법 개정 논의에서 기본권으로서의 이동권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