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경기장에 관중이 꽉 차 있다
김창금
[요약] 2024 파리올림픽(7.26~8.11)은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제시한 새로운 올림픽의 모델이었다. 파리올림픽에서는 시설물의 95%를 임시로 만들거나 기존 건물을 재활용했다. 수영장의 경우 라데팡스 아레나 공연장 안에 임시로 설치했는데, 프랑스 에브라 미디어의 토마스 물렝 기자는 사후 관리의 비용을 고려하면 "합리적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그린 워싱(green washing)의 의심도 제기된다.
개막식은 프랑스 문화 예술 유산이 대거 소재로 등장하면서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유럽연합 국가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경기장은 대부분 만석을 이뤘다.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 또한 달랑 점심 도시락 하나와 유니폼만 지급받았지만 대회 기간 친절한 응대로 방문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이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올림픽 경험과 세계인들과의 소통 등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회 기간 이슈로 여자 복싱에서 불거진 젠더 논란과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폭로성 발언이 있었다. 안세영의 발언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이라는 표어를 내세웠지만, 국내 미디어를 보면 여성 선수에 대한 묘사에서 여전히 남성중심주의 시선이 드러났고, 대한체육회의 메달 예측 실패는 스포츠 과학과는 거리가 먼 현실을 보여주었다.
토론 참가자: 장익영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전 한겨레신문 체육부장), 김완태 전 프로농구 엘지 단장, 사회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 8월25일 줌 토론
아랍계의 호텔 지배인 라사드는 파리올림픽에 대해 '관심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TV로) 경기 볼 시간도 없이 바쁘다'며 일상에 치인 생활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회자: 파리올림픽을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로서 먼저 얘기를 하겠다. 취재를 하면서 늘 궁금했던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부족한 영어 실력이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묵었던 호텔은 파리 라데팡스 지역에 있는 레지던스 호텔이었는데, 아랍계 출신으로 호텔 지배인을 맡고 있던 라사드와 나눈 대화가 기억난다. 파리올림픽을 어떻게 보냐고 물었더니, 라사드는 "관심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한 것처럼 보인 내가 안쓰러웠던지 설명을 추가했는데, 그는 "(TV로) 경기 볼 시간도 없이 바쁘다"며 일상에 치인 생활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버스 안에서 만났는데, 그조차도 올림픽에 큰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았다. 대회 말미에 특집기사 형태로 프랑스, 독일, 멕시코, 바스크의 기자와 토론한 적이 있는데, 독일 함부르크 모르겐포스트의 닐스 베버 기자는 "조정 선수의 두 살배기 딸에게조차 150유로의 입장료를 요구한다. 가난한 파리 사람들은 구경도 하기 힘들었을 대회다"라고 비판적으로 말했다. 실제 20~30유로의 최저가 표도 있지만 고가의 표가 많았다. 생태와 환경,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파리올림픽조직위가 나름의 일관된 모습을 보였지만, 그 속에 또다른 불평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김완태: 우리나라도 서울이 2036년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어떤 주제나 내용으로 올림픽을 만들어갈 것인지 궁금하다. 2028 올림픽은 미국 엘에이에서 열리는데, 이번 파리올림픽 폐막식에서 다음 개최지인 엘에이 쪽 사람들이 나오고 관련 영상도 공개됐는데 좀 성의가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4년 뒤 엘에이 올림픽조직위가 어떤 철학을 갖고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