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3년 2개월만입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렸습니다. 현재 기준금리 3.50%에서 0.25%포인트 낮춘 3.25% 입니다. 기준금리는 한은과 시중은행사이에 거래되는 돈의 기준이 되는 금리입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가계나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 부담도 내려가게 되죠. 그만큼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것은 '경제 살리기' 입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시장에 돈이 어마어마하게 풀려, 인플레이션(돈의 가치 하락= 물가상승)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서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비가 줄었고, 기업 투자도 부진했죠. 경기 침체 우려도 컸습니다. 미국이 지난달에 금리인하를 나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 금통위에서 내놓은 결정문에도 이런 고민이 엿보입니다. "앞으로 국내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지난 8월 전망(성장률 올해 2.4%, 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지금도, 앞으로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금리를 내려서, 돈을 시장에 풀어서,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거예요.
과연 한은의 뜻대로 될까요.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가계 빚이 너무 많습니다. 9월말 기준으로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무려 730조9671억원이나 됩니다. 물론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대출이 다시 증가하고,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데요. 중앙은행은 반대로 금리를 내렸으니, 정책 엇박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금리인하가 경기진작보다 가계 빚만 늘려, 부동산 시장만 움직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책은 타이밍입니다. 금통위의 금리인하, 과연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