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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 현장의 팽팽한 긴장감 피하는 법

공사 내역서는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

등록 2024.10.19 14:39수정 2024.10.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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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베이비부머의 집수리>는 오래된 집을 수리하며 느낀 점을 정리한 기록이다. 노후를 위해 집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여러 생각과 시행착오들이, 베이비부머 등 고령자와 그 가족들에게 공감이 되고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기자말]

 집 처마 공사를 하는 모습, 집수리는 여러사정으로 예정보다 2달 늦게 끝났다.
집 처마 공사를 하는 모습, 집수리는 여러사정으로 예정보다 2달 늦게 끝났다.이혁진

이번 편에선 집수리 공사의 계약서와 내역서 얘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46년 된 집을 올 6월부터 대략 5천만원 예산으로 집수리를 했다. 이달 말, 그러니까 10월 말 경이면 모든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인데 그간 내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정보와 경험 등을 앞선 기사로 연재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다.


['베이비부머의 집수리' 연재 기사] https://omn.kr/29vze
·집 고칠 때 화장실에 '이걸' 설치하면 좋습니다
·이사하면서 이 앱 덕에 백 만원 넘게 아꼈습니다
·집수리만큼 중요한 '짐 정리', 이렇게 했습니다

일단, 집수리가 서류와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거의 없다. 먼저 우리 집 경우만 봐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

통상 계약서에는 집주인과 공사업자 간 권리와 의무를 기재하고 하자와 이견이 발생하면 양측이 협의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후일 생길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한 것이다.

집수리 업자가 공사를 계약하기 전 내게 내민 '공사도급계약서' 양식은 20여 년 전 과거 양식으로 계약서 내용도 간단했다. 공사자재는 표준품을 사용하고 공사는 필요시 변경될 수 있다는 식이다.

책정 내역은 꼼꼼히 확인


내역서 양식도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견적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형식이야 어떻든 공사금액을 산출하는 세부자료이며 공정별로 인건비와 자재비 등 산출내역이 적혀있다.

나는 특히 이들이 먼저 책정해둔 인건비가 생각보다 과다한 것 같아 산출내역을 여러 번 묻고 따졌다. 전문가 친구로부터, 요즘 현장의 인건비가 많이 오르고 공사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목공이 거실 벽 판넬작업을 하고 있다.
목공이 거실 벽 판넬작업을 하고 있다.이혁진

공사 계약서 체결을 목전에 두고 내역서를 최종 검토하면서 문제를 발견했다. 나는
세 개 방을 철거했는데, 이들은 철거공 인건비를 방마다, 즉 3번으로 따로 잡아뒀다.
나는 '철거가 방마다 따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한 번에 진행되는 것이니 한 번으로 인건비를 줄여줬으면 한다'고 주장해 처음보다 인건비 일부를 절감했다.

 기술자들이 거실 벽 판넬작업과 몰딩작업을 하고 있다.
기술자들이 거실 벽 판넬작업과 몰딩작업을 하고 있다.이혁진

반대로 내역서에 없던 항목이 공사 중 갑자기 발생해 공사비가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거실 벽에 판넬을 덧대는 목공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기존의 벽이 너무 낡았다고 해서 새로 거실벽 목공을 해야 했다.

이 추가 공사는 사전에 검토를 못한 업자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했지만, 논의와 대화 끝에 합의에 도달해 결국은 내가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공사항목이 시공중에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공사 내역에도 없는 비용을 무조건 업자에게 전가하려 하면 자연스럽게 분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리모델링 전문가인 고교 동창은 "분쟁을 최소화하려면, 일단 업자 내역서 설명만 듣고 덜컥 공사 계약을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먼저 다른 내용과 사례를 알아두고 충분히 시간을 들인 뒤 결정하라는 뜻이다.

현장에서의 팽팽한 긴장감

 집수리 마지막 단계에 필요한 장판도 디자인과 색갈이 다양하다.
집수리 마지막 단계에 필요한 장판도 디자인과 색갈이 다양하다.이혁진

경험해보니, 공사 현장에는 정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때가 있다. 주로 수리를 요청한 내가 가서 지켜볼 때다. 집주인이 와서 온종일 지켜보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뭔가 이것저것 해달라 할까 봐서 업자는 업자 나름대로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실제 건물 외벽에 비 침투를 막는 '발수제'를 바르는 날이 있었다. 그날 내가, 이왕 바르는 김에 침투가 예상되는 다른 곳도 해달라고 부탁하니 업자의 인상은 금세 굳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내 뜻을 존중해서 발수제를 바르는 범위를 좀 더 확대했다. 추가 요청한 부분은 내역서에 없으므로 사실은 업자가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긴 하나, 나를 존중해 해 준 것이다.

이렇듯 내역서에 없는 공사는 서로 대화하고 타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건을 일일이 내역서에 다 담을 수도 없는 셈이다. 집수리 공사중에는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한데, 그러므로 다수의 경우에 원만한 합의가 중요하다.

 타일공이 거실 타일작업을 하고 있다.
타일공이 거실 타일작업을 하고 있다.이혁진

도배나 장판 작업처럼 한 가지 시공만 의뢰하면, 실은 하자에 대해 책임을 묻고 해결하는 게 비교적 간단할 수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하는 경우에는 여러 공정이 관련돼 갑을 간 책임소재가 복잡할 수 있다.

합의와 대화가 중요

나 또한 인테리어나 보일러 배관 연장 등 추가공사를 요청한 적이 있다. 공사과정에서 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반영해 개선하는 경우인데, 이 또한 추가 비용 없이 대화로 해결했다.

건물주가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경우엔, 업자가 참다참다가 공사를 중도에 포기해버리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전문가인 친구는 "업자가 공사를 중지하면 건물주는 그대로 남은 공사를 떠맡고 이어지는 추가공사비를 감수해야만 한다. 이러면 공사 지연, 안전 사고뿐 아니라 부실공사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리 공사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대략 얼마나 들며 어떤 자재를 쓰는 게 좋을지, 공사 전에 시간을 두고 꼼꼼히 검토하고 어느 예산 범위로 할 것인지는 집주인이 확인하고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잘 모르면 손해를 보는 것은, 다른 분야뿐 아니라 집수리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일단 공사 진행이 시작되면, 일단 업자에게 어느 정도 재량을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는 집주인의 전문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업자의 기술과 능력을 존중하는 자세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는 "공사 중에 생기는 의견충돌과 분쟁을 최소화하려면, 양보할 건 양보하고 요청할 건 당당히 요구하는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몰딩 자재도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몰딩 자재도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이혁진

나는 자재비를 알아보기 위해 전문매장을 찾아 살피기도 했다. 업자의 자재비 산출내역과 비교하면서 보다 더 좋은 자재가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알았을 때는 이미 발주해 설치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매장에 가서 보니 방문손잡이도어, 각종 전등, 전기콘센트스위치 등 소모성 자재들은 같은 값에 우리 취향을 십분 반영할 수도 있었는데 처음엔 생각조차 못했다. 그렇지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매장에는 몰딩, 루바, 실리콘, 우레탄폼 등 각종 목공자재와 공구들이 참 많았다. 이런 전문용어를 이해하자, 현장 작업자들끼리 나누는 전문용어가 섞인 이야기들도 자연스레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무튼 내역서는 자세히 적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특히 자신이 선호하는 타일색깔과 디자인, 양변기, 세면기, 샤워기 등은 미리 모델과 제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현명하다.

공사 내역서가 준 교훈

 세면기, 양변기, 샤워기도 다양한 모델이 있다.
세면기, 양변기, 샤워기도 다양한 모델이 있다.이혁진

내역서의 교훈은 나중에 공부하면 늦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적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인테리어 부분은 사전 협의를 통해 내역서에 구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만약 나 또한 이렇게 사전에 준비할 수 있었다면, 즉 '뭘 알고' 공사를 요청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도 내역서 검토와 공사비 책정에 보다 주도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공사 일정도 중간에 바뀌었다. 실제 우리 집수리는 10월 말경 마무리될 것이다. 당초보다 두 달 이상 지연된 것이다. 긴 장마와 무더위, 업자 개인적인 사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마음은 다소 급박했지만, 그럼에도 업자들에게 무조건 빨리 끝내라고만 강요할 수는 없었다. 정말 악의나 고의가 아니라면, 공사 지체에 대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묻는 게 의미가 없고 묻기가 어렵다는 얘기이다.

나는 동네 업자에게 집수리를 맡기면 하자가 발생할 경우 보수가 용이한 장점도 감안해 선정했다. 어느 업체가 딱히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숨은고수의 줄임말인 '숨고' 앱을 통해 여러 전문 업체의 공사 내역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도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다.

집주인이 현장과 공사 과정을 잘 살펴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 같다. 그 출발은 공사 내역서라고 생각한다.

내역서 안의 항목들을 숙지하고 있으면 화재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사고 발생할 시 대처가 용이하며, 더불어 각종 배관과 전기, 수도 등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향후 위험한 안전사고가 났을 때도 그에 맞춰 빠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가 됐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집수리 #리모델링 #계약서 #내역서 #발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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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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