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처절한 한국 현대사를 다룬 두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 표지.
문학동네, 창비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서와 관련된 행사에서는 책을 많이 읽어 또 다른 노벨상을 타보자는 격려도 있고요, 한씨 성을 가진 분이 행사 주최 측에 있으면 청주 한씨 집안의 경사라며 숟가락을 보태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기에 앞서 묻고 싶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 노벨상을 받게 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진짜 읽어보셨나요?
작가 한강은 노벨상을 받은 직후 기자회견을 거절했습니다. 그 이유로 세계 곳곳이 전쟁 중인 상황을 언급했다고 하는데요, 굳이 기자회견까지 거절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지만 뒤늦게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에 드러난 그 끔찍한 아픔의 역사를 공감하게 되면 그것을 계기로 축하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5.18에 관련된 소설입니다. 국가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1인칭, 2인칭, 3인칭을 오가며 서술함으로써 독자를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로 소환합니다. 역사 교과서에서 보던 광주민주화항쟁이라는 화석화된 단어에 피비린내를 첨가하고, 영화에서 보던 끔찍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한 방에 무너뜨립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5.18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의 아픔이며, 우리 모두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입니다. 무려 40년이 지난 역사적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 자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쯤 되면 보수언론들과 인사들이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축하하되, 왜 노벨상 수상작은 언급하지 않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그토록 지우고, 왜곡하고 싶어 했던 5.18의 진실이 노벨상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고 각인된다고 하니 얼마나 두렵겠습니까.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단순히 대한민국 문학, 문화계의 쾌거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뿌리가 되었던 5.18 광주를 세계가 새롭게 인지한 것이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는 이들이 5.18을 매개로 우리에게 내미는 연대의 손짓이기도 합니다.
노벨상과 강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