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니엄은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플뿌리연대’ 소속 단체 활동가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왼쪽부터 이유나 오션 국제협력팀장, 이세미 브레이크프리프롬플라스틱 글로벌 정책고문,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의 모습.
그리니엄
산업계 '75% 생산감축' 무리…환경단체 "합의된 목표 아냐"
현재 플라스틱 생산감축 여부는 협약 내 최대 쟁점으로 손꼽힙니다. 최종 협약문에 플라스틱 생산감축 목표 명시를 요구하는 국가들과 이에 반대하는 플라스틱 생산국·산유국의 대립이 팽팽합니다.
섀도복싱의 모습이 드러난 대표적인 의제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플라스틱 생산 75% 감축'입니다.
일례로 김평중 한국화학산업협회(구 한국석유화학협회) 대회협력본부장은 그리니엄에 '환경단체는 75%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그는 당장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목표치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이세미 고문은 국제단체 차원에서 생산감축 수치에 대해 합의된 바는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세미 고문은 "생산감축에 대한 논의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문구에 생산감축을 넣는 것이 제일 첫 번째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박정음 팀장과 이유나 팀장 또한 국내 환경단체 사이에 합의된 감축 목표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플라스틱 75% 생산감축을 공식 입장으로 내 건 곳은 그린피스 등 일부 단체로 확인됩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총생산량의 75%를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나 팀장은 "지금 제일 문제는 상호 입장 확인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며 "서로 무엇을 주장하는지에 대한 합의조차 없어서 벽을 보고 싸우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론장 부족, 시작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박정음 팀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가 공론장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최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환경부 내부 문건을 대표 사례로 언급했습니다.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시행으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우군화' 그룹을 적극 활용한다는 내용의 문서입니다. 이른바 여론전 추진 정황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이에 대해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지난 24일 종합국감에서 사과하는 일도 있습니다.
박정음 팀장은 해당 문건을 언급하며 정부가 이전부터 환경단체를 논의의 장에서 배제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간 한국 정부는 "입장이 다르니 얘기가 안 통할 것 같다"며 "판(공론장)을 열지 말자는 것 같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후퇴한 미래상이라 하더라도 관련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고 박정음 팀장은 덧붙였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논란이 한국 사회의 플라스틱 전(全)주기 로드맵 부재를 보여준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정부의 로드맵은 2022년 발표됐습니다. '전주기 탈(脫)플라스틱 대책'입니다. 발표 당시에도 폐플라스틱 열분해 등 폐기물 처리에 집중한 것 아니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박정음 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협약에 따르면) 플라스틱 전주기에 대한 관점에서 다회용기·재사용 시스템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어떤 로드맵도 없다. 다회용기·재사용의 기반이 되는 규제 도입부터 안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