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우울했던 20대
1979년 2월 고등학교 졸업 후, 작은 스포츠 사무실(탁구장)에서 3개월 정도 일했다. 비전이 없어 그만두었는데 잠시 쉬던 중 셋째 언니가 24세 나이로 하늘나라에 갔다. 그때 아버지도 힘드셨다. 1년 후인 1980년 3월, 나는 대한전선에 취직했다. A/S 콜센터 업무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편찮으시더니 언니 보내고 1년 만인 1980년 7월,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늘 사랑으로 아버지가 나를 부르는 애칭이 있었다. 잘 먹는다고 나를 '돼지'라 하셨다. 봄에 이웃에서 염소가 죽었는데 아픈 저를 조용히 부르신 적이 있다. 약이라고 지렁이처럼 기다란 염소 뇌 골수를 주셨는데 안 먹는다 했다가 혼났던 기억이 있다.
대한전선에 다닐 때는 첫째 언니, 형부, 조카 넷과 나, 이렇게 일곱 식구가 함께 살았다. 대한전선 A/S 센터는 3년 정도 근무했고, 월급은 4만 5000원 정도였다. 직원은 17명쯤 되었는데 여직원은 둘이었고 지금처럼 전국 단위가 아니어서 판매하는 것만 했다. 예전엔 주말이 더 바빴지만 나는 주말 출근은 안 했고, 집에서 사무실이 500m 거리였다. 형부가 사장이어서 주위 분들이 '처제'라 불러서 동네 처제가 되었다.
둘째 언니는 연탄가스, 셋째 언니는 물로 사망해서 나는 식구들 사이에 보호 대상이었다. 그런데 1983년쯤 첫째 언니가 하던 효성스즈키 대리점이 부도가 났다. 집안 분위기가 어두웠다. 효성 본사 부도 처리반이 안방을 점령했고, 다른 방에는 채권자들이 있었다. 채권자가 나 또한 미행했다. 형부는 잠적하고 사돈 할머니, 사돈총각, 조카 넷, 언니, 나 이렇게 8명이 한 방에 모여 살았다. 나는 도시락을 싸주는 등 조카를 돌보며 생활했다. 조카 선생님 중에 나와 고향이 같은 선생님이 계셨는데 "이모랑 같이 오라"고 하기도 했다. 집에 하수구가 막혀 부엌에 물이 넘쳐서 빨래판 위에 올라서서 밥을 해 먹었던 기억도 있다. 그해 가을은 너무 추웠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언니랑 내 보험 들었던 걸 해약하러 다니기도 했다. 그때는 본인 증명 같은 걸 안 해도 되니까 언니가 보험 들었던 것도 내가 가서 해약해 주고 이것저것 해서 먹고 살았다. 1년 지나고 직장을 효성으로 옮겨서 월급을 받았지만 중학생 초등학생 조카들 학원 보낼 형편은 되지 않고 간신히 먹고사는 정도였다.
시어머님과의 인연
우리 언니 집에 미제물건을 취급하고, 사주도 보는 분이 가끔 오셨는데 내가 그분께 관심이 많아 친구들 약속도 펑크 낼 정도였다. 그분은 후에 나의 시어머님이 되었다. 시어머니는 1979년도쯤부터 알고 지냈다. 정원이라는 이름도 시어머님이 20살 때 지어준 이름이다. 어머니가 처음에는 동갑내기를 소개해 주셨는데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전에 나이 많은 사람과 결혼할 것 같다는 사주를 들은 적이 있어 나이 많은 사람을 찾으니까 아들을 소개해 줬다. 그게 어머니를 안 지 5~6년 정도 됐을 때다. 만나니 이 사람인가보다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985년 26세 나이로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어머니와도 더 친해졌다. 1986년에 남편과 결혼했다. 시부모님 모두 이북 분이시고 남편도 조용한 성품이다. 그때는 택시회사 기사였다. 남편이 10살이 많으니 나는 순박함에 처음에는 적응이 안 돼 무서웠다. 속 얘기 편히 하지 않고, 늦은 나이 결혼이라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는 버릇이 있어 내가 막을 수 없었다. 그럴 때면 어머님께 일러바쳤다. 어머니는 내 편이었다.
결혼한 해에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이 3개월이 지나 아프기 시작했다.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뇌수막염이었다. 고생을 많이 했다. 1990년에 둘째 딸을 낳았다. 그리고 남편이 사업을 시작했다. 경계석 납품 일이었다. 1994년에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1년을 병원에 계셨고 마지막 3개월은 집에서 모셨다. 어머니 입원하시고 6~7개월을 울고 다녔다. "어머니 어떠냐"고 누가 말만 꺼내면 눈물이 났다. 얼마나 울고 다녔는지 병실에 계신 분들이 친딸인 줄 알았다고 했다. 15개월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아들, 남편, 나 셋이서 장례를 치렀다. 간병비, 병원비, 장례비로 힘들었다.
*연재6-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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