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진화위법 개정'을 논의하던 중 잠시 정회했을 때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입법을 호소하고 있다.
이창수
법적인 배상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가?
과거청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가의 배상 책임은 그 발생 시점이 상당한 과거라는 점과 그동안 가해 사실이 은폐되어 왔다는 점, 그리고 진상규명과 국민통합을 위해서 법정 기구인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서 피해사실이 확정된다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배상과 보상'에 관한 일반적인 법 원칙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일괄적으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그 '배상 방식'을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공식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논리가 성립된다.
- 기본법 개정 vs. 배·보상위원회법 제정
이런 법적 배·보상 방식, 즉 배·보상 법 개정은 형식적으로 기본법에 통합시켜 개정하는 방법과 기본법에 관련 근거를 규정하고 별도의 특별법으로 배·보상 심의위원회법을 만드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둘 모두 나름 타당한 입법이다.
- 사회정치적인 피해까지 배상의 폭을 넓혀야
과거청산과 관련된 사건들은 개인의 피해일 뿐만 아니라 당시의 관계의 단절이나 이웃의 파괴, 이후 대결의 사회 지속과 같은 사회정치적인 피해도 배상의 축으로 폭넓게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배상을 ▲피해 개별에 대한 배상 ▲피해 집단에 대한 배상 ▲사회 일반에 대한 배상의 차원을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제대로 된 배상이란 '과거청산'과 관련된 피해가 단순히 피해자 개인 민원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인권,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헌법 공동체를 강화시키는 일과 연관이 있다. 즉 기업, 학교, 사회 기구, 시민사회 등 사회적인 관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먼저 피해 개별에 대한 배상과 관련한 법개정 문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 소멸시효의 특례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피해사실을 인정을 받았으나 배상 소송을 하지 못 해 법적인 소멸시효를 도과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 '시효에 대한 경과 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국가가 같은 피해 사건을 다르게 취급하는 결과를 초래해 국민통합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많다. 형평에 맞는 배상을 해야 한다.
- 신속 배상과 적정 배상
배상은 진상규명이 이루어진 직후에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또 적정한 금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진상규명이 된 피해자는 통보일로부터 1년 이내에 가칭 '배·보상위원회'에 지급을 신청하고, 동 위원회는 신청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결정하고, 결정일로부터 2주 내에 지급해야 하는 등 신속한 지급을 위한 규정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 피해 유가족들이 장기간에 걸친 고통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배상 금원 뿐만 아니라 피해 유가족의 위자료를 현실성 있게 반영하는 액수로 산정한 적정 배상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 피해 집단에 대한 배상
관련 유족회 또는 추모사업회, 대책위원회 등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사되고 또 그 존속의 필요성이 있는 단체들은 법인등록을 용이하게 하고, 이들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 조항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칭 '진실과화해를 위한 지원 재단'을 설립하고 국가는 이 재단에 재원을 출연하고 정기적인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집단적진 배상금을 출연하는 형식을 갖는 것이다. 현행법상의 '과거사연구재단'은 그 성격이 모호하고 입법이 된 지 15년이 되도록 설립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사회 일반에 대한 배상
시민사회 일반에 대한 관련 교육과 연구의 지원을 위해서 '지원 재단'과는 별도로 일반적인 시민과 연구자와 그 단체들이 과거청산과 관련된 문화 확산을 위한 창조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가칭 '과거청산 연구 교육 활동 기금'을 출연 또는 조성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우리는 위에서 '배상'이 적어도 행정부에 의한 능동적인 행위가 아니고 피해 개인들이 재판을 통해서 채권을 돌려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현 상황은 국가, 특히 행정부가 과거청산을 위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또 배상이 단순한 금전의 문제만도 아니고 가해자 또는 직무유기한 국가와 피해자들 간의 화해의 성격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적인 성격을 모두 갖고 있으며 특히 재발방지를 위한 중대한 성격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 현행 제도에서는 과거청산의 문제가 피해자 개인들의 문제처럼 취급되는 구조를 비판하고, 피해 집단과 사회 일반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배상, 즉 국가의 출연도 이에 상응하게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상은 확실한 국가의 자기반성이고 화해와 명예회복 그리고 재발방지 조치이다.
*글쓴이 이창수는 새사회연대 대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정책실장과 운영위원장을 지내면서 과거청산 문제와 인권에 실천 활동을 해 왔다. 현재는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이고, 제주4.3도민연대, 한국전쟁유족회, 진실화해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과거청산과 인권발전 : 정치변동에 따른 집단학살을 중심으로>, <전쟁과 법치: 민간인 집단학살 가해자의 처벌 가능성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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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국가는 이렇게 배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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