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밀접업종 연차별 생존율(2022-2024)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2년부터 서래마을에서 편집샵을 운영하고 있는 E씨(여, 40대)는 서래마을이 갖고 있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끌려 샵을 오픈했다고 했다.
"제가 워낙 특이한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서래마을에는 저와 유사한 취향을 가진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서래마을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어요. 프렌차이즈도 좀 늘고요. 예전엔 서래마을에만 있는 독특한 상점들이 있었거든요.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런 곳들이 많이 사라지고 좀 평범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재미가 없어졌죠. 저는 서래마을의 특성을 살려서 메인 하이스트리트(주요 상권도로)를 좀 예쁘게 꾸몄으면 좋겠어요. 유럽이나 미국에서 보이는 거리처럼 간판이라도 통일을 하면 좀 더 고급스러워지지 않을까요?"
주요 상권도로의 가로 경관이나 디자인에 대한 불만족은 지역 주민들이나 다른 상인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한 사항이다. 신반포에 있는 아파트에 살다가 2000년대 후반, 서래마을로 이사한 F씨(여, 50대, 직장인)는 이렇게 말했다.
"서래마을 상권이 주춤한 건 코로나 이전부터였어요. 오랫동안 브런치 카페로 유명했던 곳이 갑자기 빠져 나가고 난 뒤로는 서래마을에서 꽤 잘나가던 샵들이 하나 둘 없어 지더라고요. 그러더니 이전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상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제가 이런 상점이나 식당들이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예요. 그래도 서래마을 메인 도로인데, 간판이나 인테리어를 다른 상점들과 좀 조화롭게 하면 좋잖아요. 그런데 본인 가게만 눈에 띄게 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해요. 동네가 예뻐야 사람들도 찾아오고 상권도 살고 하는 거 아닌가요?"
정체하는 로컬 상권,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서래마을의 상권변화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던 삼청동길, 가로수길, 그리고 '~리단길'의 원조인 경리단길과는 다르다. 서울 강북지역이나 비수도권지역의 저층 주거지에 형성된 오래된 상권은 서래마을처럼 배후 주거지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유입인구가 부족하거나 배후 주거지의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상권이 정체되거나 쇠퇴하는 경우가 많다.
정체되거나 쇠퇴한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상권 기획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상권 기획자라는 개념은 1950~1960년대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주요 도시에서 전통적인 상권 모델을 넘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지면서 등장했다.
상권 기획자와 함께 설립된 조직이 '비즈니스 활성화 기구(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BID)'이다. 1970년대 재정 위기와 범죄 증가로 인해 뉴욕시의 많은 상권이 침체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시와 상인들이 협력하여 BID를 설립했다. BID는 상권 기획자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며, 가로경관 개선, 간판 정비, 거리 청결 유지, 보안 강화, 공공 예술 프로젝트 및 다양한 이벤트 개최 등을 통해 뉴욕의 상권을 활기차게 변화시켰다. 특히 BID의 역할은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더욱 확대되었다. 맨해튼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상인들과 부동산 소유주들이 자발적으로 기존의 BID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BID를 설립하여 지역 경제 회복을 적극 지원했다.
BID는 지역 상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민간 협력 모델이다. 지역의 상인과 부동산 소유주들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조성하여 운영되며, 뉴욕시의 승인 아래 설립되고 특정 구역내에서 활동한다.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위해 조세 형식의 특별 부과금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한다. BID의 주요 역할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상권 활성화와 마케팅: 지역 축제, 이벤트, SNS, 광고 캠페인을 통해 상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유동인구 증가를 유도한다.
2. 환경 및 인프라 개선: 거리 청소, 쓰레기 수거, 가로경관,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설계, 조명개선, 조경 관리 등을 통해 쾌적한 거리 환경을 유지하고 사설 보안 요원의 배치와 CCTV 설치 등을 통해 안전한 쇼핑환경을 제공한다.
3. 상인 및 주민 지원: 소상공인을 위한 비즈니스 컨설팅, 경영 교육 등을 제공하여 상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커뮤니티 이벤트 및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제인 제이콥스가 실제로 거주하고 그녀의 도시 이론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그리니치 빌리지에도 1990년대 초반 그리니치 빌리지 비즈니스 활성화 기구(Greenwich Village 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GV BID)가 설립되어, 지역의 상업 활동과 주민들의 생활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시 맨해튼의 서부에 위치한 그리니치 빌리지는 좁고 아기자기한 골목을 중심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상점들이 조화를 이루며, 지역 고유의 문화를 반영하는 상권이 형성되었다. GV BID는 그리니치 빌리지의 상권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소규모 창업지원, 지역 브랜드 강화, 거리 경관의 미적 개선 등이 이루어졌다.
BID를 도입하여 서래마을의 상권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자. 서래마을은 프랑스의 이국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상권으로, 이러한 문화적인 정체성을 강조하는 상권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1. 디자인 가이드라인: 서래마을 내 카페, 레스토랑, 상점들이 '프랑스 마을'이라는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간판, 디자인, 건물의 외관, 내부 인테리어에서 프랑스의 이국적인 요소를 강조하도록 해야 한다.
2. 개성있는 상권유지: 소규모 독립 상점들이 중심이 되는 상권을 유지하고, 이들이 문화적인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개성있는 상점을 유치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3. 로컬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벤트: 서래마을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버스킹, 플리마켓, 크리스마스 마켓 등의 이벤트를 추진하여 지역주민과 외부인들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4. 주민참여와 지역 커뮤니티 협력: 서래마을 상권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상인과 부동산 소유주 간 협력이 이루어 지도록 해야 한다.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상권을 발전시키고 문화적 활동을 함께 만들어 나가도록 한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쇠퇴한 로컬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로컬 브랜드 상권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상권 기획자가 지역 상인과 주민과 협력하여 상권의 현황을 분석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상권 환경개선, 상인 역량 강화교육, 문화 행사 개최 등의 맞춤형 지원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사업은 주로 쇠퇴한 상권지역에 집중되고 있어, 서래마을처럼 정체된 상권지역을 살리기 위한 지역 커뮤니티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로컬상권이 쇠퇴한 경우에는 정부주도의 상권 활성화 사업이 필요하지만, 서래마을처럼 안정적이지만 정체상태에 있는 상권의 경우에는 지역 상인과 부동산 소유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민간주도의 상권 활성화 기구가 운영되도록 세금 혜택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살린 독창적인 상권을 조성하여,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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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엄마 말대로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 출간, 주택, 도시, 그리고 커뮤니티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다소 낯설지만 익숙해지고 있는 한국의 여러 도시들을 탐색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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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만 못한 서래마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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