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는 권순표 MBC 앵커
MBC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평일 저녁 6시 5분~8시)이 한국리서치 2024년 4분기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1.3%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2분기 조사부터 연속으로 전체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연속 청취율 1위에 대한 소감이 궁금해 지난 1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권순표 앵커를 만났다. 다음은 권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
"좋은 질문하겠다는 다짐 늘 한다"
- MBC 라디오의 저녁 시사 프로그램인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이 2024년 4분기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1.3%를 기록해 청취율 1위를 했어요. 2023년 2분기부터 연속 1위인데 소감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기쁘고, 영광이죠. 그런데 시사 프로가 전체 청취율 1등을 한다는 게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시사 프로가 라디오 전체 청취율 1위라는 건 그만큼 사회에 여유가 없어진 것 같아서 안 좋은 것 같거든요.
"이게 동시간대 1위가 아니고 전체 1위를 한다는 건 청취자 또는 국민이 이 사회 현상에 대해서 듣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거라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청취율 1위라는 게 청취자들의 사회에 대한 갈증을 표출하는 것 같아서 무거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청취율 1등은 굉장히 자랑스럽고, 영광이죠."
- 2월부터 <뉴스하이킥> 진행하시잖아요. TV는 <뉴스외전> 등을 진행하셨지만 라디오는 처음인데 어떠세요?
"제가 TV 할 때 보셨겠지만 <뉴스외전>할 때 '외전의 외전'이라고 유튜브 방송을 했습니다. 근데 요새는 라디오를 유튜브로 중계하니까 라디오 자체가 TV 매체의 성격을 많이 띠게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특유의 감성과 귀로 듣는 집중도가 TV와 유튜브의 중간쯤에 있는 듯해 대단히 즐겁습니다."
- 처음에 <뉴스하이킥> 제안이 왔을 때 어땠나요?
"이게 많은 분이 듣는 프로그램이라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즐거웠습니다. 기자나 앵커는 자기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생겼을 때 당연히 즐겁습니다. 반면에 (많은 분이 들어서) 부담스럽고요. 그게 공존하는 감정입니다."
- 고민은 없었나요?
"큰 고민은 하지 않았어요. 부담스럽긴 한데 요청이 들어왔을 때 하겠다고 했습니다. 말씀드렸지만 저녁 프라임 시간대에 굉장히 많은 청취자들이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자나 앵커로서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죠. 그래서 큰 고민 없이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 혹시 이전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요?
"라디오 프로그램 해보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TV보다 자유롭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TV도 사실 <뉴스외전> 같은 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데 제가 2009년 <뉴스데스크> 진행할 때는 꽉 짜인 포맷 때문에 앵커로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근데 <뉴스외전>에 오니까 상대적으로 자유롭고요. <뉴스데스크>는 앵커가 자기 할 말 적어놓고 프롬프터를 읽거든요. 근데 <뉴스외전>은 적어놓지 않고 생각을 말하니까 자유로웠어요. 라디오는 더 자유로울 것 같아서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습니다."
- 첫 방송에서 청취자들을 대신해 좋은 질문을 하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10개월이 지났는데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TV나 라디오 앵커를 하면서 좋은 질문하겠다는 다짐을 항상 합니다. 청취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반드시 묻겠다, 인터뷰이가 불편해도 물을 건 묻겠다, 청취자들이 분명히 알 수 있을 때까지 집요하게 질문하겠다, 해야 할 질문을 빼먹지 않겠다고 늘 다짐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성실했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맡은 이후에 조금씩 청취율이 올라갔는데 제가 어느 정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나 자평합니다."
-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질문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게 있다면?
"청취자의 눈높이에 반드시 맞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저는 매일 방송을 준비할 때 너무 세세한 부분을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건 스타일의 문제인데 어떤 주제나 어떤 사람에 대해 어떤 앵커들은 모든 걸 파악하고 들어가는데 그럼 두 가지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뭐냐 하면 하나는 모든 걸 꼼꼼하게 하고 들어가면 일단 제가 재미가 없어요. 나올 얘기가 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확신하는 게,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궁금하고 재미가 있어야지 청취자들도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질문할 내용의 세부적인 거에 대해서는 일부러 안 보기도 합니다. 다만 배경을 열심히 파악합니다. 예를 들면, 선박 엔지니어라는 사람을 인터뷰 하면 선박 엔지니어에 대한 책은 거의 안 봅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걸 다 읽고 나면 궁금한 게 없어지거든요. 대신 파도나 기상학 이런 책을 봅니다. 그러면 그분하고 인터뷰할 때 그 사람은 자기가 아는 부분을 흥미롭게 얘기할 수 있고 저는 기상 등 주변 지식으로 그 엔지니어에 대한 궁금한 대답을 끌어낼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기 위해서는 제가 세부적인 걸 너무 알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 기자가 질문을 날카롭게 해야지 사납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날카로운 것과 사나운 것의 차이는 뭘까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날카로움은 호기심과 궁금함에서 온다고 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말이 안 되는 말을 하는 인터뷰이가 있을 때 제 호기심은 그겁니다. 저 사람은 말이 안 되는 얘기를 자기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걸까? 아니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저런 말을 만들어 내는 걸까? 그러면 그 사람의 논리적 하자를 찾게 되죠. 그렇게 되면 날카로운 질문이 가능해진다고 봅니다. 반면 사나운 질문은 호불호를 앞세워 불호하는 사람에겐 불친절하게 질문을 던지고 좋아하는 사람에겐 좋은 얘기를 하려는 것이죠. 이게 사나운 질문이냐 날카로운 질문이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 방송 준비는 어떻게 하세요?
"아까 제가 말씀드린 대로 그날 사건의 주요 흐름에 있는 주변 상황을 많이 보려고 해요. 그 사건의 구체적인 걸 다 준비하지 않습니다. 방송 들어가서 출연한 패널이나 게스트한테 물어보는 게 훨씬 더 정확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아이템에 대해) 궁금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세부적인 걸 보는 게 아니고 방송 들어가기 전에 그날의 흐름, 정치면 정치의 흐름, 구체적인 한 사안에 대한 기사보다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사들을 많이 봅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동료들한테 '오늘은 뭐가 궁금해?' '오늘은 무슨 얘기를 많이 해'라고 물어요."
"기계적 중립은 옳지 않은 쪽에 손 들어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