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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 결혼식을? 어느 신혼부부의 특별한 이벤트

[박병춘의 산골통신] 신랑 료한- 신부 조유진의 야외 예식 풍경

등록 2024.10.23 06:59수정 2024.10.2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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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예식장? 신랑 료한(한병찬)-조유진 커플이 준비한 그들만의 특별한 결혼식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예식장?신랑 료한(한병찬)-조유진 커플이 준비한 그들만의 특별한 결혼식장이경호

잠수교에서 결혼식을?

이웃 마을 이장님(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마평2리, 임종철, 72) 댁에 놀러갔다가 아주 특별한 결혼식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 마을에 살지도 않는 어떤 젊은이가 찾아와 우리 마을에서는 잠수교라고 불리는 마평1교 다리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하네요. 당일 주민들 통행에 불편을 끼칠까 봐 마을 발전 기금으로 상당액을 낸다고 해요. 희한한 일도 다 있지요. 주민총회를 거쳐 승낙을 했어요."

깜짝 놀란 필자는 바로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나 멋진 결혼식 같아 제가 결혼식 관련 글을 좀 쓰려고 합니다. 기사화되면 두 분의 얼굴과 사생활이 언론에 노출되는 거니까 심사숙고하세요. 향후 두 분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면 절대 안 되니까요. (웃음)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연결된 두 세계'라는 스토리를 담아 두 사람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결된 두 세계'라는 스토리를 담아 두 사람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이경호

일주일 뒤 소식이 왔다. 기사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거였다. 기뻤다. 비밀도 거리낌도 없이 두 사람의 인생 행로에 거울이 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황태자나 공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소문난 예식도 아니다. 2024년 10월 21일 오후 2시에 진행된 료한(본명 한병찬)씨와 신부 조유진씨의 아주 특별한 결혼 이야기다.

결혼식은 종합 예술


"저는 지난 15년 동안 결혼식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백 쌍의 결혼식을 기획하여 진행했습니다. 비슷한 유형을 찍어내는 결혼식장이 아니라 좀 더 특별한 장소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꿈꾸는 분들에게 갤러리, 미술관, 집, 놀이터, 놀이동산, 아무것도 없는 공터, 창고 등 장소 섭외부터 공간 세팅, 연출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지난 두 사람이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매개체인 다리 위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미소 짓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지난 두 사람이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매개체인 다리 위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미소 짓고 있다.이경호

결혼식은 드레스, 수트, 장식같은 시각의 영역부터 청각인 음악, 미각인 음식까지 모든 부분이 융합된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랑 신부의 만남과 스토리가 다르듯 결혼식도 신랑 신부에게 어울리는 특별함이 있어야 합니다."


 볏단을 쌓아 음식을 진열하여 전통과 현대의 조화미를 연출했다.
볏단을 쌓아 음식을 진열하여 전통과 현대의 조화미를 연출했다.이경호

이벤트학을 전공한 신랑과 미술을 전공한 신부는 부부로서 첫발을 내딛는 분들에게 개성이 넘치면서도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잊지 못할 이벤트가 되도록 능력을 발휘해 왔다. 두 사람은 이제 결혼 당사자가 되어 그들만의 예식 장소를 선택하고 종합 예술로서의 결혼식을 진행했다.

 신부 조유진씨가 평창 토속 음식을 만드는 분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부 조유진씨가 평창 토속 음식을 만드는 분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경호

주제는 '이어지다'

신랑은 신부와 함께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찾아 영감을 얻는다. 신랑은 설치 미술을 좋아하고 신부는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신랑은 초록색, 신부는 파란색을 좋아하는데 어느 날 미술관에서 추상화 작가 '마크로스코'의 작품 중 파랑과 초록이 섞인 그림을 보게 되었다. 파랑을 보며 물을, 초록을 보며 산을 떠올렸다. 파랑과 초록 사이의 직선은 다리를 떠올리게 했다.

 결혼식 만큼 청첩장도 새로웠다. 산과 물 사이 다리가 두 사람의 인연을 잇는다는 의미로 제작됐다.
결혼식 만큼 청첩장도 새로웠다. 산과 물 사이 다리가 두 사람의 인연을 잇는다는 의미로 제작됐다.료한(한병찬)

두 사람은 다리의 공간을 보며 '이어지다'라는 주제를 정하고 전국을 돌며 산과 물이 있는 다리를 찾아다녔다. 특히 흐르는 물과 다리의 높이가 맞닿아 있는 장소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3개월 가량 다리를 찾던 중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있는 마평1교(일명 잠수교)라는 다리를 만났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마평리는 신랑이나 신부가 태어난 곳이 아니다. 성장 과정에서 잠시라도 살았던 곳도 아니었다.

료한(한병찬) - 조유진 아주 특별한 결혼식 100명의 하객을 위한 테이블이 준비 되었다.
료한(한병찬) - 조유진 아주 특별한 결혼식100명의 하객을 위한 테이블이 준비 되었다.이경호

두 사람은 다리 주변의 자연 경관과 다리와 물에 매료되어 마을 이장님과 소통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장소 섭외에 성공했다. 결혼식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믿음으로 두 사람만의 '이어지다' 종합 예술을 발산했다. 모바일 청첩장도 '이어지다'라는 상징성으로 두 사람만의 예식 의미를 담아 제작했다.

"다리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랑과 신부의 서로 다른 배경, 문화, 경험이 다리를 건너는 예식을 통해 하나로 통합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랬다. 신랑 신부가 그들만의 다리를 건너는 순간 부부로서 하나가 되는 종합 예술을 연출했다. 시각적으로는 꽃장식에 중점을 두고 바위, 나무, 식물을 배치하여 산과 강의 특성을 표현했다. 식사는 평창의 대표 음식과 함께 시골의 잔칫날 풍경을 연출하여 하객들에게 대접했다. 마치 영화처럼 이틀에 걸친 사전 준비와 완성까지 모든 감각을 감동으로 이끈 신랑 신부였다.

 하객들과 함께 축가를 들으며 예식이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하객들과 함께 축가를 들으며 예식이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박병춘

두 사람의 결혼 언약을 상징하는 반지는 '이어지다'라는 의미를 담아 마평 1교를 형상화한 직선 모양으로 제작했다. 음악은 신랑의 도움으로 예식을 진행했던 부부가 맡았다. 대금, 거문고 등 국악의 향연에 인근 백석산과 두타산의 단풍이 어울려 대자연의 축하도 이어졌다.

비슷한 예식 문화에서 개성 넘치는 다양성으로

"저희는 주말보다 복잡하지 않은 평일 결혼식을 꿈꿨어요. 진심으로 축하해주실 100명의 지인분들만 모시고 스몰 웨딩을 하고 싶었습니다. 둘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둘만의 예식 장소를 선택하여 오늘 월요일에 그 소박한 바람을 이루어 매우 기쁩니다."

" 외지인들에게 이렇게 배려해 주시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오늘 결혼식을 위해 멋진 장소를 허락해주신 마평2리 이장님과 마을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구경 나온 주민들도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외지인들에게 이렇게 배려해 주시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오늘 결혼식을 위해 멋진 장소를 허락해주신 마평2리 이장님과 마을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구경 나온 주민들도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박병춘

신랑 신부는 같은 장소에서 그저 비슷하게 찍어내는 듯한 예식이 아니길 바랐다. 두 사람만의 뜻 깊은 공간에서 개성 넘치는 예식으로 진화하는 결혼식 문화가 꽃피우길 소망했다. 결혼 후에도 언제든 찾아와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를 원했다. 신랑 신부는 그런 바람들을 모두 이루었다며 예식을 위해 협조한 마을 주민께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서로 알고 지낸 지 4년, 두 사람은 성격과 취미가 맞아 2년 가량 열애에 빠졌다.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서로에게 모난 곳이 없었다. 함께 있으면 재미 있고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결혼 후에도 함께 좋아하는 것을 찾아 누리고 싶다고 강조한다. 인연과 인연을 잇는 성스런 의식이 결혼식이다. 두 사람만의 '이어지다'가 아름다운 동행으로 영원하기를 소망한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대금과 가야금 연주 속에 신랑이 신부의 아버지와 포옹하고 있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대금과 가야금 연주 속에 신랑이 신부의 아버지와 포옹하고 있다.박병춘

전날까지 흐리고 춥던 날씨도 다사로운 햇살과 함께 쾌적한 가을 분위기로 변해 축복을 더했다. 예식 당일 마평2리 마을 주민들이 신기한 듯 관심을 갖고 구경 나왔다. 연세 지긋한 분께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씀을 건네셨다.

"허허, 이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최고 큰 예식장을 빌렸구만."

평창의 전통 음식들이 현장에서 조리됐다. 거문고, 대금 등 전통 음악이 예식 내내 배경 음악으로 연주됐다. 단풍으로 채색한 산들이 축하 병풍을 둘렀다. 가을비 치곤 큰비가 내렸던 터라 오대천 물줄기도 푸짐한 박수를 보냈다. 신랑 신부도 하객도 모두 하나로 이어졌다.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만약 '대한민국 결혼상'이 있다면 료한(한병찬) - 조유진 부부가 받으리라.
#료한 #한병찬조유진 #마평1교 #마평1교결혼식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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