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청소년 비만, 심리적 원인도 고려해서 치료해야

등록 2003.01.09 14:20수정 2007.06.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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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살다보니 가장 눈에 띄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첫 번째는 최신 성능의 전동휠체어를 타고 쇼핑몰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니며 마음껏 볼 일을 보는 장애인들이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환경과 비교해 볼 때 미국의 장애인 복지시설은 너무나 부러운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보통사람의 두세 배쯤 되어 보이는 뚱뚱한 사람들이다. 천천히 힘들게 걸어가는 뚱뚱한 사람들을 보면 왠지 안쓰럽고 선진국병이 이런 것인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얼마 전에 무심코 TV를 켜니 아프리카계 여성이 진행하는 유명한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마침 청소년의 비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초대 손님으로 거구의 모녀가 앉아 있었고, 그들의 비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 도중 놀라운 것은 그 뚱뚱한 엄마는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뚱뚱한 딸(300파운드, 136kg)이 자신이 뚱뚱한 것으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을까봐 같이 뚱뚱해졌다는 것이다. 엄마가 뚱뚱해지니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느냐고 물으니까 딸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남학생은 몸무게가 400파운드(약 181kg)가 넘었었는데, 어느 날 자신을 진찰한 의사가 이대로 간다면 넌 앞으로 1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심한 충격을 받은 그 학생은 결국 마지막 선택으로 위축소수술을 받았다. 그는 아직도 뚱뚱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여 건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비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다이어트에 관한 책을 출판하여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연구소의 상담자가 나와 비만치료에 대한 조언을 시작했다.

그녀는 먼저, 비만에 대한 부모들의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물건을 훔치거나, 마약을 하거나 길거리를 배회하면, 놀라서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지만, 심각한 질병들을 불러오고 자녀의 수명을 몇 십 년 단축시킬 수 있는 비만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하고 있다고 부모들을 질타했다.

또 다른 지적은, 부모들이 자녀의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초대손님의 예와 같이 자녀들에게 살을 빼라, 운동을 해라, 자꾸 먹지마라 는 등의 얘기를 하면 자녀에게 상처를 줄까봐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만의 원인에 대해서는 보통 비만은 너무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하니까 생기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보다 더 근본적은 원인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왜 많이 먹는가에 관해서다.

사람들은 화나면 먹고, 우울해도 먹고, 심심해도 먹는 등 심리적 요인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을 줄이고 운동을 하는 것 못지않게 이러한 원인들도 함께 제거해서 비만치료에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가 나면 계속해서 먹는다는 주변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이 의견에 많은 공감이 갔다.

비만의 위험성은 외모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망률의 증가, 당뇨병, 고콜레스트롤증, 동맥경화, 심혈관질환, 고혈압 및 관절염 등 각종 병을 유발한다. 특히, 어린이 및 청소년의 비만이 성인보다 위험한 이유는 성인비만은 지방세포수는 그대로이면서 지방 세포의 크기만 커지는 것에 비하여, 청소년 비만은 세포수도 늘어나고, 크기도 커져서 살을 뺀다 해도 재발의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는데 있다.

어린이 비만의 1/3은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으로 남는다고 한다. 또한 학교생활의 부적응(따돌림), 자신감의 결여, 학습장애를 가져오는 등 비만은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비만은 이제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음을 각종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표준체중의 20퍼센트를 초과한 경우를 비만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초중고생 중 열 명 중 한 명이 비만이라고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 비만의 주된 원인은 운동부족과 고칼로리섭취이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구체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모유를 먹고 자란 경우는 비만을 30% 정도 감소시킨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가 있다. 분유수유가 초기 비만의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

식습관의 서구화에 기인한 것이다.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조사해보면, 갈비, 치킨, 햄버거, 피자, 초콜릿, 콜라, 아이스크림 등 열량이 많은 음식을 선호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달고 기름진 음식에 길들여지고 담백한 맛을 잃어버린 결과이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이다. 한꺼번에 장을 봐서 냉장고안에 음식이 쌓여 있고, 패스트푸드를 더 많이 먹고, 주말에는 외식을 하는 식습관이 비만을 불러오기 쉽다. 가족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다면 노력을 기울여서 패스트푸드를 줄이고 가족들이 만든 음식과 야채를 많이 먹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을 거르거나 적게 먹고 오후나 저녁에 간식을 자주하고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도 비만이 되기 쉽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식사량은 적당히, 음식은 골고루 천천히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식사를 하기 전에 물을 한 컵을 마시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티브이, 비디오 시청, 컴퓨터 앞에 앉아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놀이와 운동이 건강에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생활의 형태가 이러한 것을 힘들게 한다.

가족의 과잉보호나 무관심으로 인해 관계형성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부모가 형제끼리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태도,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불만, 공허감이 습관적으로 먹는 행동으로 발전될 수 있다.

비만은 한 번 오면 관리하기가 힘들다. 조금만 운동을 해도 힘드니까 운동을 점점 안 하게 되고, 그 몸을 유지해야 하니까 자꾸 더 먹어야 된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짜증과 불안이 늘고 우울하다.

식욕도 맘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절망감과 자괴감을 갖는 정신적 고통까지 당한다. 심한 경우는 다이어트와 폭식 사이를 오가며 고통을 당한다.

자녀가 비만이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눈총을 주고, 넌 살 좀 빼라, 운동 좀 해라고 말로 달달 볶는 경우 대부분 당사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상처만 준다. 가족들이 먼저 가족이 처한 환경을 잘 반성해 보아야 한다.

가족 전체의 식습관이 잘못된 것은 없는지 가족의 과잉보호나, 무관심으로 관계형성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부모가 형제끼리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태도나 무관심은 먹는 것으로 그 욕구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어린이 및 청소년의 비만에서 가족 특히, 부모가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비만 자녀가 있다면 비만치료에 부모가 동참하는 것이 성공에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는 자녀의 비만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치료에 필요한 기술들을 같이 배워야 한다. 비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자녀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사랑이다. 자녀의 수명을 몇 십 년 단축시킬 수 있는 비만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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