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가 어느 정도 마르면 지푸라기로 만든 멍석에서 일주일쯤 잘 말리면 무는 이렇게 꼬들꼬들하게 됩니다.임윤수
마음에 일던 속내의 번뇌조차 단호히 씻어내듯 덕지덕지했던 흙이나 티끌 한점 남지 앉도록 깔끔하게 손질을 합니다. 손질한 무는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 요사채로 옮겨 물기를 말립니다. 그렇게 준비된 무는 주지 스님을 비롯한 공양주보살들에 의해 길쭉하고도 도톰하게 나박나박 썰어집니다.
| | | 무말랭이 맛나게 만드는 법 | | | 무말랭이 이렇게 하면 맛있습니다 | | | | 1. 햇살가득 받아 잘 말려진 무말랭이를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밭쳐 물을 말린다. 2. 간장과 물엿을 달일 때 말린 표고버섯을 함께 넣어 달인다. 불려놓은 표고버섯을 믹서에 달아 놓는다. 3. 생강도 적당량을 믹서에 갈아 놓는다. 4. 곱게 갈아진 생강과 표고버섯을 고춧가루와 함께 달여 놓은 간장에 섞은 다음 무말랭이를 넣고 잘 버무린다. 5. 취향에 따라 통깨, 마늘등의 양념을 함께 넣어 버무린다. / 보탑사 | | | | |
'따각따각 또각또각' 무를 자르는 식칼들이 도마에 부딪히며 목탁소리를 흉내냅니다. 산사의 밤이 이슥하도록 썰어진 무들은 다음날부터 아침햇살 받으며 바람이 들려주는 산사 이야기를 들으며 굽어지고 뒤틀리며 자신을 낮추는 고행의 말림이 시작됩니다.
산사의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가슴 벅찬 영험담도 들어 있고,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설이나 설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신비한 이야기, 순정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슬픈 이야기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바람의 꾸지람이 멈추지 않고 따가운 햇살이 눈 떼지 않으니 대엿새쯤 지나면 무는 반쯤은 말라 꾸둑꾸둑하게 됩니다. 허영심으로 몸집 불리느라 잔뜩 머금고 있던 물기를 버리니 무는 그 몸집이 오분의 일 이하로 줄어들며 무말랭이로 환생합니다.
무들을 씻고 썰어서 널어놓는다고 이렇듯 몸집 줄이며 저절로 무말랭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 무라는 게 원체 수분이 많다보니 얼마 동안 이상 통풍이 안 되기라도 하면 망상의 곰팡이가 시커멓게 피어오르니 수시로 뒤저어주고 바람길 터주며 햇살 따라 옮겨 주어야만 합니다.
울컥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피난 짐을 싸듯 멍석 채 둘둘 말아 처마 밑으로라도 피해야 합니다. 미처 소나기를 피하지 못하거나 굼뜨게 움직이다 비라도 맞으면 젖은 무 조각 하나하나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 물기를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하룻밤이라도 그냥 방치해 놓으면 검은 곰팡이가 새까맣게 피거나 썩기 시작하니 그동안의 수고와 공이 공염불이 되기 일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