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진퇴양난이지만, 협상 결렬될 수도 있다"

전직 청와대 경제참모들, 줄줄이 한미FTA 반대

등록 2006.07.11 11:55수정 2006.07.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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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 이종호

"미국과는 먼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 성급하게 강한 상대와 준비없이 씨름을 하면 얻을 이득은 불투명한 반면, 입게 될 피해는 명백하다"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핵심브레인으로 꼽혔던 이정우(56) 경북대 교수의 말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2차 서울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직 청와대 주요 경제참모들의 FTA 반대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정우 교수는 11일 나온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한미FTA 추진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미국과 맺으려는 FTA는 말이 FTA지, 실제로는 경제통합"이라며 "미국과는 먼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졸속으로 갑작스레, 정부 내에서조차 소수 사람들을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한미FTA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성급하게 강한 상대와 준비없이 시름을 하면 얻을 이득은 불투명한 반면, 입게 될 피해는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나라 체면의 문제지만... 한미FTA 안 하는 선택도 남겨둬야"

이 교수도 물론 당장 한미FTA를 중단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하면서 "진퇴양난이다, 나라 체면도 달린 문제고…"라며 난감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이 아직 초기라는 점과 상대방이 있는 점을 감안해 결렬될 수도 있다고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협상 과정이 아직 많이 남아있으나 필요 이상으로 질질 끌려가서는 안 된다"면서 "협상이란 게 한쪽에서 '노'(아니오) 하면 못 하는 것이다, (한미FTA를) 안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세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이번 내용만 보면 크게 후퇴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과거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우왕좌왕한 것 때문에 '참여정부가 또 후퇴하겠구나'하는 신호를 준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실패했다' '과했다' '세금으로 잡는 것은 잘못됐다' '시장원리 무시했다' 등의 비판은 전부 틀렸다"고 말했다.

세금만으로 부동산을 잡을 수 없지만, 세금 정책없이 부동산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어 공급 증가 역시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단기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불붙은 상황에선 투기꾼만 만세를 부르게 한다고 그는 비판했다.

줄잇는 청와대 출신의 '한미FTA 반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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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농업경제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FTA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이정우 교수를 비롯,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포함됐다. ⓒ 선대식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당과 관료가 너무 단기적인 시야를 갖고 있으며 시장 만능주의에 너무 경도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언론·야당·경제관료까지 시장 만능주의에서 헤매고 있는 건 한탄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였던 이정우 교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와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았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각종 개혁적 경제정책을 입안, 추진하면서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좌파'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가 한미FTA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한미FTA 반대 동참 움직임도 늘고 있다.

이미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에 이어 박태주 전 비서관 등 전직 청와대 출신들 이외에 홍장표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 김유선·박진도·이병천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도 한미FTA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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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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