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전통 낚시로 은어 다섯 마리를 낚다

[일본 자전거 여행기 ⑥] 아키타가기에서 토와다 호수까지

등록 2006.08.12 01:37수정 2006.09.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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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에서 열린 칸토 미쯔리. ⓒ 박세욱

[6일(일)] 60kg 되는 장대 등 중심 잡기…간토 미쯔리의 장관
달린 거리 72km. 아키타가기->아키타.


아침에 미야모토 군(일본 여행 3개월째)을 만나 함께 달렸다. 아키타에 가서 그 곳의 유명한 우동을 먹었다. 이름이 '이와나'였나? 아키타에선 마쯔리(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미야모토 군은 마쯔리를 볼 마음이 없었다. 그런 미야모토 군에게 같이 보자고 유혹했다.

결국 작전 성공. 미야모토 군과 함께 토호쿠 지방의 3대 마쯔리 중 하나인 간토 마쯔리를 봤다. 사람들이 약 60kg 정도 되는 거대한 장대 등을 손에 들거나 이마, 어깨 또는 허리에 얹어 중심을 잡았는데 정말 대단했다. 가끔씩 장대 등이 관중 위로 떨어지기도 했다. 공연자들은 피리소리와 북소리를 곁들이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미야모토 군은 내 자전거와 똑같이 자전거 뒤에 '일본일주'라는 글씨를 써놓았는데, 그걸 보고 구경꾼들이 말을 걸고 격려했다. 아키타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저녁엔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합숙을 했다.

[7일(월)] 강태공 아저씨들 만나 포식
달린 거리 103km. 아키타->히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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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미찌리를 구경한 미야모토 군. ⓒ 박세욱

이날 일행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저가형 생활자전거를 타던 케이스케는 힘에 부치는지 이날 쉬기로 했다. 나머지 일행도 가는 길이 조금씩 달랐다. 이날 해안도로를 타면서 내륙으로 진출했다.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 사이에 있는 토와다 호수로 방향을 잡았다.

내륙으로 들어서니 녹색이 훨씬 진해지고 선명해졌다. 위도가 높아지면서 식물들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아키타의 광활한 논이 매력적이었다. 니가타가 쌀 품질 면에선 일본 1위고, 그 다음이 아키타다.

이날 토와다 호수까지는 가지 못하고 히나이 미치노에키(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 숙소를 잡았다. 건물 주위를 돌며 텐트 칠 곳을 찾는데, 근처에서 아저씨들 몇몇이 뭔가를 하고 있었다. 살펴보니 낚시를 하기 위해 캠핑카를 몰고 온 아저씨들이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밥상을 차린 아저씨들 틈에 살짝 끼어들었다. 실컷 저녁을 먹고 아사히 슈퍼드라이 맥주와 니가타 정종까지 한 잔 걸쳤다. 그러나 밥을 너무 많이 먹었더니 맛이 없다. 아저씨들에게 내일 낚시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앞으로 홋카이도로 건너가 하코다테, 오타루, 삿포로를 지나 아사히카와로 갈 예정이다. 이제 느긋하게 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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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는 아키타의 곡창 지대. ⓒ 박세욱

[8일(화)] 은어 한 마리로 100마리를 낚는 전통 낚시법
달린 거리 74.5km. 히나이->토와다 호수


이날 강태공 아저씨들이 하는 은어 낚시에 따라 나섰다. 아저씨들이 차를 몰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그 뒤를 좇았다.

아저씨들은 일본에만 있다는 전통낚시로 은어를 낚았다. 그 방법은 이렇다. 은어 한 마리의 코에다 바늘을 끼고, 뒤꽁무니에 바늘을 하나 더 단다. 은어는 특성상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상대방과 몸싸움을 벌인다고 한다.

즉 낚시에 매달린 은어와 몸싸움을 벌이는 은어가 싸우는 도중 꼬리 낚시에 낚이게 되는 방식이다. 두 명의 아저씨들이 그런 방식으로 하루 동안 낚는 은어는 약 100마리. 그 방법을 익혀서 나도 그날 2시간동안(오전 8시-10시) 다섯 마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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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 아저씨들과의 만남. ⓒ 박세욱

낚시터엔 유명한(?) 낚시잡지 출판사 대표가 와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은 한국에도 은어낚시를 하러 몇 번 왔고, 한국과 낚시교류를 한 적도 있다고 얘기를 했다.

즐거웠던 은어낚시를 뒤로 하고 토와다 호수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복병이 나타났다. 토와다 호수 진입할 때 꽤 긴 언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발 한 번 땅에 대지 않고 오른 순수한 오르막길만 5km. 힘들었다. 괜히 왔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키타에서 아오모리까지 곧장 가려면 굳이 토와다 호수를 지날 필요가 없다. 토와다 호수를 지나는 것은 한참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키타에서 아오모리까지는 200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토와다 호수를 들르면서 약 50-60km를 돌아가는 꼴이 됐다.

그런데 토와다 호수는 정말 예뻤다. 물이 맑아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고개를 넘은 수고를 싹 잊을 만큼. 이날 토와다 호수에서 노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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