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메이드 인 코리아'가 없다

[자전거의 미래④] 중국으로 공장 옮겨... 이젠 브랜드 싸움

등록 2006.09.15 10:37수정 2006.09.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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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거리처럼 드라마나 영화에서 곧잘 등장하는 자전거. 하지만 자전거는 공해, 성인병, 교통체증, 고유가 등 현재 많은 나라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교통수단입니다.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 열 번째 주의 주제는 '자전거의 미래'입니다. 자전거 교통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좌담을 시작으로 예비 자출족을 위한 자전거 기초 정보, 앞으로 등장할지도 모를 자전거들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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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카페'를 연상시키는 삼천리자전거 본사 전시장. 수십종의 자전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서울에 '자전거 카페'가 있다고? 호기심에 지난 8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삼천리자전거 본사를 찾았다.

1층에 들어서자 산악용에서 보조바퀴 달린 어린이용까지 모양이 제각각인 자전거 수십대가 반긴다.

전시장은 할리스커피 매장과 바로 연결돼 있어 마치 '자전거 카페'를 연상시켰다. 덕분에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다양한 자전거와 관련 제품들을 살펴보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1400만원 VS 20만원, 극과 극 체험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7월 당산동에서 이곳으로 사옥을 옮기면서 1·2층에 자전거 전시장을 마련했다. 본사 직원이라야 60명 남짓. 주말과 휴일에도 직원이 돌아가며 이 곳을 지킨다고 한다.

1층은 고급형 자전거 중심으로 전시돼 있고 2층엔 각종 용구와 부품들을 모아놓았다. 외부 손님이 하루 50여 명 정도 방문하는데, 전시 위주지만 고객이 원하면 주문 판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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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만원짜리 수입 자전거. ⓒ 오마이뉴스 김시연

전시장에서 만난 김환욱 삼천리자전거 기획홍보팀장은 "현재 MTB가 자전거 유행을 주도하고 있지만 접이식 미니벨로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자전거 시장은 수백만원대 고급형과 10만원 내외 저가형으로 양극화돼 있다고 한다. 실제 이 곳에도 1400만원대 수입자전거가 20만원대 생활자전거와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이들 고급 수입자전거의 경우 웬만한 승용차 가격과 맞먹지만 우리나라에도 수요가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 국내에 몇 대 없다는 이 모델 역시 이미 대리점을 통해 예약이 끝난 상태. 고급형은 대부분 일본이나 유럽·미국 유명 브랜드를 단 레저용이나 경기용 자전거다.

지난 1일 찾은 수입 MTB(산악자전거) 전문매장인 강동구 오디바이크에선 100만 원 아래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적게는 100만원대에서 수백만원짜리 제품이 대부분. 헬멧·안장·핸들바 등 각종 안전용품이나 부품도 웬만한 생활자전거 한 대 가격과 맞먹었다.

자전거 생산공장 모두 중국으로

애초엔 직원 수백명이 컨베이어벨트에서 나오는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해 자전거를 완성해 가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 업계 상위업체에서 대구에 있는 중소업체까지 수소문했지만 끝내 국내에서 '자전거 공장'은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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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MTB 전문매장에 전시된 자전거들. 100만원 미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수백만원대 제품이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국내에서 자전거 생산공장이 자취를 감춘 건 IMF 직후. 몇몇 유명 자전거업체가 부도 위기를 겪으며 공장들이 하나둘 중국으로 빠져나갔다.

알톤자전거가 처음 중국 직영공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고 삼천리자전거 역시 양산 공장 등을 정리하고 국내 생산라인을 모두 중국으로 옮겼다. 코렉스·DM스포츠·알톤 등 다른 국내 자전거 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자전거시장이 값비싼 수입 브랜드와 중국산 저가 자전거로 양분되면서 어중간한 '국산'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던 것. 김환욱 팀장은 "IMF 이후 자전거 부품 업체들까지 모두 중국으로 옮겨가 국내 생산 라인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자전거를 고르면서 중국산이냐 국산이냐 놓고 한참 고민한 게 불과 5~6년 전이다. 적어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사라진 지금 그런 고민은 덜었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등장은 소비자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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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가 제작한 전기자전거. 1회 충전으로 30km를 갈 수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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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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