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수령·체지방 측정·생리공결제,
산부인과 진료까지 "총학에 맡겨라"

[총학선거 공약으로 보는 2007년 대학가] 튀는 복지공약, 실현가능성은 미지수

등록 2006.11.24 09:06수정 2006.11.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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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각 대학 총학생회장 후보들의 공약집.

각 대학 총학생회장 후보들의 공약집. ⓒ 이지영

"온라인 답변시간은 24시간 상한제를 두겠습니다."(명지대 '정정당당' 선본)
"택배를 대리 수령하겠습니다."(국민대 '당신이 국민대학교입니다' 선본)
"대외 홍보활동을 강화해나가겠습니다."(국민대 '당신이 국민대학교입니다' 선본)


기업의 서비스 광고 문구 같지만, 사실 모두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 나선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들이 내건 공약들이다.

이번 선거는 사회참여와 등록금 문제에 집중하던 운동권 학생회와 복지에 중점을 둔 비운동권 학생회로 나뉘어 대립하는 구도였던 과거보다는 한층 가라앉은 느낌이다.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 하는 것을 내세우는 대신 양쪽 모두 사회참여를 말하는 목소리는 낮추고 복지 공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대학생 최대고민, '취업'을 잡아라

대학졸업생의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듯 취업난을 탈출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선본의 공약이 눈에 띈다.

숙명여대의 Let's 선본은 '취업률 1위 만들기'를 내세우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영어말하기와 쓰기 수행능력평가를 토익, 토플로 대체할 것을 약속했다. 여기에 전공별 취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총학생회 내부에 취업전담부서를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 강좌를 유치하거나 자격증 관련 교양을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명지대 '신바람 플러스' 선본은 대기업의 직무적성검사인 SSAT를 학교에서 진행해 취업을 돕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명지대 김재현(토목공학 01)씨는 "대학이 학문을 탐구하는 고유영역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공약의 취지에 동감했다. 또한 "취업과 실제 공부하는 내용이 많이 연계된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생리공결제·뷰티강좌 개설로 여심(女心)잡기


a 한양대의 한 선본이 내건 '문자로 학생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공약.

한양대의 한 선본이 내건 '문자로 학생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공약. ⓒ 김귀현

여학생을 위한 복지 공약도 많다. 그런데 이것이 여자대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균관대 'Zoom In' 선본은 공약집에서 '대학 내 여학우의 모성 보호와 수업권 보장을 위해 한 학기에 총 3일(한 달에 1일을 넘지 않게) 생리공결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인 도입안을 정하고 학교와 협의해 전면실시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생리공결제 실시를 공약으로 채택한 대학은 성균관대 외에도 이화여대, 명지대 등이 있다. 명지대 '정정당당' 선본은 여학우를 노린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여자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여학생 화장실을 증설하고 여학생 휴게실에 온돌마루를 설치할 것(연세대 'WOW Yonsei' 선본), 여학우를 위한 뷰티강좌 개설과 여학생 리더십 캠프 지원(성균관대 'yOung One Fly' 선본), 보건소 산부인과의 상시 진료(숙명여대 Let's 선본) 같은 공약도 여기에 해당된다.

'종합선물세트' 공약의 실현가능성? '글쎄'

학생들의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한 공약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체지방측정 서비스 제공(한양대 'For You' 선본), 학교 앞 식당들과 연계한 식사해결 프로젝트 추진(명지대 '신바람 플러스' 선본), 삼성병원 이용 할인(성균관대 'yOung One Fly' 선본), 해충박멸과 공기청정기 설치 등 중앙도서관 환경 개선(연세대 'WOW Yonsei' 선본), 학생 예비군 훈련 때 아침식사 지원(국민대 '당신이 국민대학교입니다' 선본) 등의 공약이 그렇다.

그밖에 도서관 증축, 스쿨버스 4대 확보, 리포트 관리와 '팀플'(Team Play, 조 발표)을 위한 USB 배포, 엘리베이터 교체 등 학교 시설을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빼놓을 수 없다. 갈수록 총학생회 선거에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눈에 띄는 선물세트로 다가선 셈.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학생도 많다. 숙명여대 이소영(인문학부 03)씨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좋지만 선심성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말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 위주로 차근차근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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