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새로워야 한다는 것은 창작자의 숙명"

소설가 조정래, 28일 동국대에서 강연... "빅토르 위고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등록 2006.11.29 12:04수정 2006.11.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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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 ⓒ 신인철

"끝없이 새로워야 한다는 것이 창작자의 숙명적 고뇌라고 생각한다."

28일 오후 4시 동국대학교에서 소설가 조정래(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 선생의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국어국문학과에서 주최한 이날 강연회는 학생들이 질문하고 조정래 선생이 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 현재 세상을 끊임없이 뒤흔들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있는데 이를 직접 다루는 소설과 그것에 등을 돌린 개인적인 소설이 있다. 이 두 갈래 소설은 화해할 수 없는 것일까? 선생이 생각하는 접경에 대해 듣고 싶다.

"이 질문이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내가 40년 전 대학을 다닐 때 고민했던 주제와도 연관이 있다. '인간의 삶은 세월에 따라서 변하지만 문학의 본질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떠오른다.

당시 흠모했던 작가가 바로 빅토르 위고다. 위고는 사회 문제라는 거대한 주제와 문학성을 아주 절묘하게 조화시켜서 작품을 써냈다. 즉 이 질문에서 묻고 있는 접경을 가장 잘 융화해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당시 빅토르 위고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질 때 수많은 생략으로 소설 자체의 내용과 달라질 때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은 소설과 주제가 같을 수는 있지만 표현 방법 면에선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상 미학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작가가 욕심을 내서 영화에 심하게 간섭하면 영상 미학을 망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선생의 소설 중엔 장편이 많다. 방대한 줄거리와 인물 구성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선생만의 비법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조정래, 나 자신의 방법이지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아니다. <태백산맥>과 <한강>의 자필본 원고지를 쌓으면 5m 50cm 정도 된다. 또한 내가 쓴 소설엔 합쳐서 약 1200명 정도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한 명도 겹치지 않게 쓰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예술엔 재능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노력이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기록을 경신하는 운동선수에게 어려움이 있듯이 작가도 마찬가지다. 어제 쓴 작품이 오늘 쓰는 작품의 적이 될 수 있다. 끝없이 새로워야 한다는 것이 창작자의 숙명적 고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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