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 수 늘리는 데 푹 빠졌어요"

미니홈피, 더 이상 젊은이의 전유물 아니다

등록 2006.11.30 14:51수정 2006.11.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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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사는 회사원 박모(54)씨는 아침마다 일어나는 것이 고통스럽다. 매일 새벽 2~3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밤을 지새우다 보니 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벌써 두 달째. 박씨가 밤을 지새우는 것은 회사일 때문도 아니고 야한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다. 박씨는 6개월 전부터 시작한 미니홈피에 중독되었다.

박씨는 "호기심에 미니홈피에 가입했고 처음에는 한두 번 재미로 들락날락거렸는데 이제는 습관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미니홈피를 시작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박씨의 일촌 수는 500명이 넘고 하루 평균 방문자 수(투데이 수)가 1000을 넘는다. 박씨는 "투데이 수가 저조한 날이면 괜히 기분까지 우울해진다"고 밝혔다.

최근 20ㆍ30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멀티미디어 개인 미니 홈페이지가 누리꾼의 사이버 문화를 바꾸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프리챌의 커뮤니티 서비스 등 단체 이용자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사이버 문화가 1인 미니 홈페이지 문화로 대체된 것.

인터넷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곳은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 3개 업체인데 이들 중 미니홈피 분야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은 싸이월드. 2001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2006년 초 가입자가 1800만 명을 넘어섰다.

미니홈피는 특별한 홈페이지 제작 기술 없이도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특징. 그러나 만들기 쉽다는 것만으로 미니 홈피의 인기를 설명할 수는 없다. 싸이월드는 '일촌 맺기'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게 해 준다.

일촌을 맺은 사람들끼리는 홈피를 서로 간단하게 방문할 수 있는데, 이처럼 일촌 홈피를 연쇄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일명 '파도타기'라고 한다. 또 찾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이름과 나이만 정확히 알면 쉽게 그 사람의 미니홈피를 방문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20ㆍ30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개인 미니 홈페이지 붐이 40ㆍ50대까지 퍼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헤드헌터 최모(49)씨도 미니홈피를 하루에 최소 20번 이상 드나드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고 밝혔다.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미니홈피에 올리거나 여러 사람들에게 얻은 좋은 지식을 미니홈피에 글로 정리해서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스크랩해 가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는 것.


나이가 많다고 해서 인터넷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미니홈피를 이용하는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기능도 더 다양해지고 쉬워지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미니홈피에 대한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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