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대우씨가 정성스레 만든 새집들.도솔오두막
몸 길이 10Cm~30Cm에 불과한 자그마한 새들. 바로 이 새들이 이씨가 뚝딱뚝딱 만드는 새집에 들르는 주인공들이다. 새집 속은 아주 자그마한 공간이지만, 이 공간에는 새들의 자유가 있다. 이씨는 말한다.
"새집을 만들면서 가장 놀란 것은 사람들이 새집을 보고 자꾸 새장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단어를 혼동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새집이라는 명칭을 모르는 사람이 아주 많았고, 반면에 새장이란 단어는 많이 알고 있었다."
이씨에게 새집과 새장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다. 이씨에게 새집은 자유를, 새장은 구속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씨가 만드는 새집은 구속의 의미가 아니다. 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새들의 자유를 뜻한다. 그 자유는 곧 자연과의 공존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새집엔 저마다 이름이 있다. '숲속의 정적,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 새들의 꿈' 등 사랑 가득한 단어가 새집의 이름이다. 이름만큼 모양도 아름답다. 이씨가 목재를 이용하여 만드는 새집은 귀한 예술품마냥 모양이 아름답다.
이씨는 새집을 만들어 숲속에 걸어놓지만 그 속에 살지, 안 살지는 전적으로 새들의 몫이다. 새들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그런 자유 속에서 숲속의 산새들이 이씨가 만들어놓은 새집을 선택하는 순간은 아름답다.
새들이 뱀이나 족제비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겨울 추위나 장맛비서도 끄떡없는 맞춤형 집. 문득 이 아름다운 새집에서 노래 부르며 살아가는 산새들을 상상해본다.
"새집을 짓는 데는 왕도가 없다. 똑같은 디자인으로 대량 생산할 이유도 없다. 자기가 즐기는 하나의 작업으로서 몰두하다 보면 독특한 새집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씨의 새집은 우리가 공원이나 숲속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량생산된 볼품없는 새집이 아니다. 자연과 조화된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리고 지나던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정성이 들어가 있다. 전동드릴과 톱, 망치를 이용해 이런 예술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이씨가 얼마나 이 일을 사랑하는지는 130여 채나 되는 새집이 잘 말해주고 있다. 새로 지은 집을 130여 채나 한꺼번에 전시하는 자신이 부자에다 대단한 사업가라고 말하는 이씨를 보면 웃음 짓게 된다. 새집 짓는 경험을 통해, 이씨는 사람이 짓는 집이 어떠한가에 대해서도 뼈있는 말을 전해준다.
"집짓기에는 왕도가 없다. 자기가 추구하는 삶에 맞는 집,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있는 듯 없는 듯 주위경관에 조용히 파묻혀 있는 집이 아름다운 집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자연이 무차별 훼손되는 세태, 그 때문에 동식물이 신음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자연에 순응하는 집이 올바른 것이라는 이씨의 말이 가슴 깊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부인, 가족 같은 개 두 마리와 봉평 산골에서 살아가는 이씨. 산새들을 위한 이씨의 새집 짓기가 현대인들에게는 조금 괴팍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씨의 삶에는 행복이 있고 즐거움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씨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아름답다고.
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 산골로 간 CEO, 새집을 짓다
이대우 지음,
도솔,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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