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음식, 색(色)의 나라 일본

[한일 시민 친구만들기 ⑩] 일본 탐방기 첫번째 편

등록 2006.12.20 18:59수정 2006.12.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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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원색의 화려한 간판이 시선을 붙잡는 도쿄 아키하바라 시내 모습.

원색의 화려한 간판이 시선을 붙잡는 도쿄 아키하바라 시내 모습. ⓒ 맛객

@BRI@만화와 음식. 일본 문화 중에서 우리가 그 우수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바로 색(色)!

좀 과장해서 말하면 도쿄는 색의 도시다. 적어도 나의 눈에 비친 도쿄는 색이 넘쳐흘렀다. 10년도 전에 개봉했던 마돈나 주연의 영화 <딕 트레이시>에 나왔던 강렬한 원색의 도시를 기억하는가?

바로 도쿄가 그렇다. 도쿄의 택시는 주황, 노랑, 녹색 등의 화려한 색상으로 도로에 색을 입힌다. 형형색색의 간판들은 색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닐까? 색상의 조화가 절묘해 눈을 피곤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감각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에 질세라 가로수도 색을 뽑낸다.

절정의 순간을 맞고 있는 노란 은행잎은 노랗다 못해 선명하기까지 하다. 도시의 은행잎이 이처럼 순수하게 노란색으로 물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부러운 일이다.

짬날 때마다 만화책을 펴드는 일본인

a 아름답고 조화로운 색감은 음식에서는 미각을 자극하고 물품에서는 구매욕을 불러일으킨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색감은 음식에서는 미각을 자극하고 물품에서는 구매욕을 불러일으킨다. ⓒ 맛객

a '일본의 미래'라고 불리는 '오다이바'에 있는 한 쇼핑몰에서 '대장금' 캐릭터를 만났다.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캐릭터 인형의 색상과 색감의 다양성이 아쉽기만 하다.

'일본의 미래'라고 불리는 '오다이바'에 있는 한 쇼핑몰에서 '대장금' 캐릭터를 만났다.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캐릭터 인형의 색상과 색감의 다양성이 아쉽기만 하다. ⓒ 맛객

나는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하네다 공항에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이곳이 일본임을 실감나게 해 준 것은 그곳의 사람과 언어가 아니었다.

가판대에 쌓여 있는 만화잡지, 벽에 붙어 있는 음식 사진들 등등 곳곳에서 다양한 색들이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후 일본에 머무는 동안 만화와 음식, 색은 나의 머릿속을 지배하기에 이르렀고 취재의 방향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잡혀갔다.


a 일본의 만화 잡지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되어 있다. 이렇듯 만화는 양지 문화의 위치에 있다.

일본의 만화 잡지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되어 있다. 이렇듯 만화는 양지 문화의 위치에 있다. ⓒ 맛객

a 중년의 택시 기사가 신호를 기다리면서 만화 잡지를 보고 있다.

중년의 택시 기사가 신호를 기다리면서 만화 잡지를 보고 있다. ⓒ 맛객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기자는 일본이기에 가능한 장면을 목격했다. 신호를 기다리느라 멈춰서 있는 택시 안의 기사가 짬을 내 만화책을 펼쳐 보는 게 아닌가? 얼핏 봐도 오십은 넘긴 나이였다. 만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거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은 '만화천국'답게 지하철이나 공공장소 어디에서든 만화를 즐긴다고. 때문에 만화가 일본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보는 택시기사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노천카페에서 차와 식사를 즐기는 유럽인과 마찬가지로 만화를 보는 일본인에게서 여유와 낭만이 연상됐다. 그 여유에서 도쿄라는 세계적인 대도시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a 일본은 만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만화를 이용한다. 각종 안내문과 홍보물 등에 거의 빠지지 않고 그림이 들어간다.

일본은 만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만화를 이용한다. 각종 안내문과 홍보물 등에 거의 빠지지 않고 그림이 들어간다. ⓒ 맛객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 행사에 참석한 일본의 주부 시민기자에게 물었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만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의 부모는 만화 보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만화는 역사와 영어를 공부할 수 있고 암기를 도와준다. 어린이에게 도움을 주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텔레비게임(한국의 컴퓨터 게임)은 반대한다. 머리가 나빠지고 눈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만화보다 컴퓨터게임에 관대한 한국의 부모들이 새겨 들을 만한 답변이다. 일본에는 다양한 종류의 만화잡지가 있다. 소년지는 물론이고 샐러리맨, 주부들을 위한 만화잡지도 있다. 주부를 위한 만화잡지라고 해서 육아와 가정, 요리 같은 소재를 다룬 만화가 대부분이겠구나 했더니 정반대라고 한다. 소위 '야한' 만화들이란다.

음식은 만드는 게 아니라 디자인하는 것

a 아름답게 꾸민 음식은 가치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맛을 더 느끼게 해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아름답게 꾸민 음식은 가치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맛을 더 느끼게 해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 맛객

a 일본은 우리 음식인 '김치'를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바꿔 세계시장을 뚫고 있다. 또 생선회에 '사시미'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 공용어로 만들고 있다. 사시미는 일본음식이라고 자위하면서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할까? 일본은 김치와 경쟁하는데 우리 생선회는 사시미와 경쟁할 수는 없을까? 사진은 한국의 생선회다. 위에 있는 사시미 사진과 비교하면 우리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조금은 답이 나온다.

일본은 우리 음식인 '김치'를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바꿔 세계시장을 뚫고 있다. 또 생선회에 '사시미'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 공용어로 만들고 있다. 사시미는 일본음식이라고 자위하면서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할까? 일본은 김치와 경쟁하는데 우리 생선회는 사시미와 경쟁할 수는 없을까? 사진은 한국의 생선회다. 위에 있는 사시미 사진과 비교하면 우리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조금은 답이 나온다. ⓒ 맛객

일본음식의 특징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눈으로 먹는다는 일본음식. 그 아름다움은 음식뿐만 아니라 그릇의 디자인과 문양에서도 나타난다. 마치 예술적 작품인양 한껏 멋을 부리는 식기. 이는 원재료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일본음식의 특성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한국음식의 재료의 배합으로 음식 자체에 화려함이 이미 담겨져 있다. 때문에 담백한 그릇을 사용해야 음식이 산다. 반면 일본 음식의 한두 가지 재료만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음식 자체는 단순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릇 등 다른 것을 이용해 음식을 돋보이게 한다. 일본인에게는 음식을 '만든다'기보다는 '디자인한다'는 말이 더 맞겠다.

a 단조로운 두부에 멋을 부리니 더욱 맛있게 보인다.

단조로운 두부에 멋을 부리니 더욱 맛있게 보인다. ⓒ 맛객

a 음식을 시각적으로 맛있게 보이게 하는 데는 큰 기술만 있는 게 아니다. 세심한 감각도 필요하다. 김으로 밥을 말았지만 아랫부분의 밥알은 노출시켰다. 이렇게 해서 흰색과 검정, 붉은 색이 만들어 낸 색상의 대비가 돋보이는 연어알 초밥이 탄생했다.

음식을 시각적으로 맛있게 보이게 하는 데는 큰 기술만 있는 게 아니다. 세심한 감각도 필요하다. 김으로 밥을 말았지만 아랫부분의 밥알은 노출시켰다. 이렇게 해서 흰색과 검정, 붉은 색이 만들어 낸 색상의 대비가 돋보이는 연어알 초밥이 탄생했다. ⓒ 맛객

만화, 음식, 색. 알고 보면 이 3가지 요소는 서로 동떨어져 있다기 보다는 서로 필수적인 관계에 있다. 절대적인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만화. 음식을 만드는 데도 창의성과 오리지널리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음식과 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색이다. 색이 있기에 그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일본인들은 만화를 보면서 창의성을 기르고 다양한 색상의 음식을 먹으면서 미적 감각을 익힌다. 그러한 능력과 감각은 다시 창작물로 재생산된다.

덧붙이는 글 | 일본의 만화 문화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일본의 만화 문화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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