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 국가인권위 사무실에서 안경환 위원장이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친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 국가인권위도 정부 기구인 만큼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 정부로서 고려할 요소들이 많이 있지 않겠나. 또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등등. 그런데 북한 인권문제 개입이 실제로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남북한 갈등과 마찰만 불러오더라도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보편성의 원칙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정부 부처나 정부 전체의 차원에서는 남북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내 입장을 따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대화·협상하는 정부기구는 그것을 중시하더라도 인권위는 인권을 가장 중시하는 비정치적 기구이기 때문에 북한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비판을 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다. 따라서 우리는 인권위가 '북한인권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면 재검토하고 북한 전지역에 대해 인권 문제를 조사·연구하고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 현 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것인가.
"나는 북한 문제 전반에 대한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정권이 바뀐다면 다음 정권은 대북정책 전반의 원칙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 정부는 우리가 비판을 한들 스탠스(자세)가 바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라고 하기는 곤란하고 서로 입장이 다르고 각자 갈길을 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통일부와 인권위의 입장과 역할은 다르다. 따라서 정부가 좀더 포괄적·적극적으로 인권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쪽이다."
-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들어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레짐의 효과를 의문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국제사회가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이 겉으로 심하게 반발한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북한도 내부적으로는 바깥의 문제제기에 무척 민감하다.
탈북자 문제만 해도 2001년까지는 북한 당국이 죄의 경중 여부를 따지지 않고 체포된 탈북자는 다 교화소로 보냈다. 그러나 그뒤로 국제사회가 탈북자 인권문제를 이슈화하고 다양한 형태로 압박을 하면서부터는, 물론 탈북자가 많이 생긴 탓도 있지만, 북한 당국이 탈북자를 죄의 경중에 따라 단순 탈북자 등으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즉 식량을 찾아나선 단순 탈북자는 간단한 재교육 뒤에 방면하고 탈북중 남한 사람과 접촉하고나 기독교를 받아들인 사람은 교화소에 보내는 등으로 경중을 가리고 있다.
그리고 납북자의 경우는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 납북자문제는 북일수교와도 관련이 있지만, 일본이 계속 시끄럽게 하니까 결국 다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를 돌려보내지 않았냐. 이처럼 북한이 외형적으로 과격한 반응을 내보인 것과 이해관계를 다루는 데는 나름의 판단과 계산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탄력있게 맞춰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북한이 외면적으로 보이는 반응에만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정일 죽거나 제거되거나 도망가서 붕괴되는 게 1단계 북한 민주화"
- 북한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북민넷'이 추구하는 것을 단순화시키면 체제변환 쪽이냐 아니면 김정일 정권 붕괴 쪽이냐.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이상적일 수 있다. 현실은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니까. 그러나 북한은 권력이 극도로 김정일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김정일만 제거되면 새로운 독재자가 들어서도 김일성-김정일 체제와 유사한 신앙적 수령주의에 입각한 통치는 못할 것이다. 또 설령 새로운 독재자가 들어선다고 해도 박정희나 리콴유 정도의 독재는 북한 인민의 물질생활을 개선하는 진보적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김정일이 죽거나 제거하거나 도망가서 붕괴되는 것을 1단계 북한 민주화로 본다.
즉 우리가 추구하는 1단계 북한 민주화는 남한이나 서구의 민주화를 바로 북한에 대입하려는 것이 아니고 과거 개발독재나 권위주의 통치 수준의 리더십이나 현재 중국 정도로 집단적인 정치체제이면서 경제적으로 개방하는 수준이다. 그 다음에 자유민주주의를 완전 정착하려면, 우리도 40∼50년 걸쳐서 했듯이, 북한도 한 세대 정도 걸릴 것이다. 물론 우리가 2000년에는 김정일 체제가 유지되어도 그가 개혁개방을 한다면 (그의 정책을) 진심으로 도와줄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 김정일 하에서 더는 개혁개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이처럼 저항세력이 그 체제 내에서 피 터지게 싸워도 민주화가 될까말까한데, 외부인들이 체제 밖에서 북한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런 측면이 있다. 북한은 옛날 남한식으로 반체제 세력이 활동을 하면서 체제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운 체제다. 바로 자기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이니까. 그렇지만 운동하는 사람은 현실 정치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낙관적 전망을 버릴 수 없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언제 해방이 될지 기약할 수 없었지만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분들이 있지 않았냐. 따라서 우리의 활동 자체가 외부의 국제적 변화가 발생할 때 암흑 속에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요소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북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일제 때보다 더 먹고살기 힘들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그런 희망 없는 체제에 사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현 여부를 떠나서 뭔가 노력을 하는 자체가 소중한 것이고,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도 있다."
- 2007년 초에 탈북자 1만명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많아졌는데 그분들을 통해서 북한민주화 활동에 대한 '피드백'(반응)을 느낄 수 있나.
"북한 민주화·인권운동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주된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식량난 이후 많은 사람이 죽고 배급제가 무너져 내부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사회가 되었다. 문제는 중국처럼 정부가 개혁개방을 해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주의 시스템이 무너져버린 상태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생존을 위해 시장경제화된 것이다. 주민들이 옛날처럼 당이나 수령이 지시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자발성과 자주성의 요소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그런 흐름과 요소를 강화시키는 것이 북한 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 조선족이나 탈북자를 동원해 입수한 북한의 인권탄압 사례 등이 주로 일본 언론을 통해 외부에 전해지고 있는데 그런 공격적인 정보수집 활동도 하고 있나.
"조선족들은 북한 지역 정황을 제대로 모른다. 조선족이 아니고 대부분 탈북자들이다. 이런 활동은 외부세계 언론에 알리는 측면과 돈 벌이 측면이 있다. 우리는 그런 활동에 공조는 하지만 직접 관련되어 있지는 않다.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연결해주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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