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권 붕괴가 1단계 북한 민주화"

[보수 대해부 1부 - 인맥지도] ⑦ 북한민주화·반북단체 - 한기홍 대표 인터뷰①

등록 2006.12.28 20:49수정 2007.01.02 15:14
0
원고료로 응원
a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그는 "이렇게 가면 북한이 3년에서 5년 이내에 정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김당


"이렇게 가면 북한이 3년에서 5년 이내에 정리가 될 것 같다."

한기홍(45)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그 분기점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북한정권 타도'와 '북한민중 해방'을 목표로 북한 민주화운동을 전개해온 그이기에 발언에 '무게'가 실려 있다.

@BRI@물론 "점쟁이는 아니고 중국 변수가 크다"는 전제를 달긴 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중국은 김정일 정권보다 친미반중이 아닌 중립정권이나 친중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맞다면 그런 쪽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그 카운트다운 시점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 예상했다. 중국이 그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현상유지를 하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김정일 정권 붕괴가 '1단계 북한 민주화'"

한 대표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주요 사업으로 북한 '재건'을 위한 교육사업 및 인재 양성에 주력하는 것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북한 재건을 위한 교육사업은 북한에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 도로와 철도도 놓고 북한이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2008년 이후에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미리 구상하고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후계체제를 모색할 것이지만 김일성-김정일 승계와 김정일-후계자의 승계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3세 승계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또 '북민넷'이 추구하는 것이 북한 체제변환인지 아니면 김정일 정권 붕괴인지를 묻는 질문에 "김정일이 죽거나 제거되거나 도망가서 붕괴되는 것을 1단계 북한 민주화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권력이 극도로 김정일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김정일만 제거되면 새로운 독재자가 들어서도 김일성-김정일 체제와 유사한 신앙적 수령주의에 입각한 통치는 못할 것이고, 또 설령 새로운 독재자가 들어선다고 해도 박정희나 리콴유 정도의 독재는 북한 인민의 물질생활을 개선하는 진보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에는 김정일 체제가 유지되어도 그가 개혁개방을 한다면 (그의 정책을) 진심으로 도와줄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면서 "김정일 하에서 더는 개혁개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재야 민주화세력처럼 뉴라이트도 정치·사회운동 분화해야"

a

북한민주화운동을 대중화시킨 '전향 386그룹'이 주축이 된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시대정신> 그룹은 뉴라이트의 인재풀이다. 사진은 지난 11월 9일 자유주의연대 주최 열린 '일심회' 사건 관련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 최홍재 조직위원장, 신지호 대표, 구해우 미래재단 상임이사, 홍진표 집행위원장(왼쪽부터) 등 전향 386그룹 멤버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이른바 '전향 386그룹'을 주축으로 한 뉴라이트가 2002년 대선 당시에는 북한 민주화운동에 주력할 뿐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요즘 좁아진 진보개혁의 입지나 공간의 틈새를 공격적으로 파고들어 뉴라이트의 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한 대표는 "사실 그런 측면이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 대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생기기 때문에 그것(정치적 발언과 개입)을 지향하는 분들이 분명히 뉴라이트와 보수 쪽에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인권문제도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있다"면서 "그래서 북민넷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경계하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언론이 처음 '뉴라이트'라고 이름 붙였지만 그것이 처음 표방했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사회운동을 하고 이론적으로 전파할 사람은 남고 현실정치에 가담할 사람은 떠나는 식으로 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혀 관심을 끈다.

그는 "옛날 재야 민주화운동 세력에서도 김근태·이부영·장기표 재야 3인방이 정치권과 재야운동으로 분화했듯이 뉴라이트도 그렇게 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세력화된 '뉴라이트 386'도 분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햇볕정책'과 관련, 그는 "누가 (대통령이) 되건 다음 정부도 교류협력정책 자체를 배제하거나 북한 정권을 타도하는 정책을 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제하고 "다만 지금처럼 교류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돈을 줘 김정일만 강화시키는 데는 반대한다"면서 "상대편에 대한 무지 때문에 실패한 정책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그런데 한나라당에 대북정책이라는 것이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한 대표는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대선후보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입장 표명까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원칙적 상호주의에 입각해 교류협력을 취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정권이 들어서도록 해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북한정권 타도'와 '북한민중의 해방'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

a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 오마이뉴스 김당

- 지난 99년 12월 10일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사단법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범했는데 이 단체의 범주를 '반북단체'라고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는가. 물론 반북은 '반북한주민'이 아니라 '반북한정부', '반김정일'이다.
"그게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범주 규정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북한을 김정일 및 특권층과 일반 주민을 분리해서 북한 주민에 애정을 갖고 접근하기 때문에 사실은 '친북'이다. 북한 정권과 체제에 반대하는 것이지 북한 주민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 그러면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이하 '북민넷')는 과거 민족해방그룹(NL) 주사파에서 전향한 386들이 주축이 돼 출범한 단체로 봐도 무방한가.
"그렇다. 그러나 나는 운동할 때 NL계열이었지만 주사파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주사의 수령관 같은 것이 납득이 안되었다. 그러나 나나 김영환(<시대정신> 편집위원)·조혁(전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홍진표(현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씨 등 초기 주축 멤머들이 다 NL계열이었고 특히 대부분이 주사파였으니까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 99년 12월 출범 당시 '북민넷'은 창립선언문에서 '북한정권 타도'와 '북한민중의 해방'을 목표로 명시했는데 이와 같은 목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
"물론이다. 슬로건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

- 그런 슬로건을 내건 배경은 무엇이었나.
"우리는 한때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민족해방과 피억압자 해방을 꿈꾸었다.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했고 잘못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피억압자에 대한 해방을 추구하는 요소가 있었기에 우리가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했던 것이다. 90년대 중반에 우리는 사회주의 이념 자체는 정리했지만 피억압자들의 해방을 위해 자기를 헌신하는 삶의 뜻은 여전히 갖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한국은 그런 문제에서 벗어난 발전된 사회였고 북한은 봉건적 압제가 남은 사회였기 때문에, 피억압민중의 해방을 위해서라는 취지에서 보면 가치가 유효한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정권 타도'와 '북한민중 해방'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 북민넷이 전개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크게 홍보와 교육 그리고 네트워크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대처방안을 세우려면 북한 현실을 알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 체제와 인권, 핵 문제 등 북한 현실에 대한 홍보사업을 중점적으로 해왔다. 이를 위해 과거에는 라는 월간지를 5년간 냈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각광받으면서 북한 전문 인터넷신문(<데일리NK>)으로 전환한 지가 만 2년이 되었다.

두 번째는 실천을 시민교육사업인데 젊은층이 북한민주화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주로 청년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을 전개해 지난 7년 동안 수천 번 정도의 강좌, 엠티를 개최했다. 교육받은 청년학생들이 김정일 이후 북한에 민주체제가 들어설 경우에 대비해 북한사람들과 함께 북한사회를 재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하려는 취지의 사업이다.

세 번째는 연대사업인데 실질적인 정책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신경을 써서 미국·일본·유럽 인권단체들과 연대활동을 하고 국내적으로는 탈북자·납북자 가족 모임을 만들는 데 지원해왔다. 최근에는 북한 인권문제가 정치화되어 올드·뉴라이트 그룹 내부에서도 연계된 단체도 있지만 초창기에 저희가 할 때는 순수한 탈북자 지원업무를 했다. 이런 것이 망(網) 구축사업이라면 실제로 중국 같은 데서 탈북자를 숨겨주고 지원하거나 북한의 다양한 정보를 취득하는 일도 있는데 이것은 공개적인 활동은 곤란하다."

"국가인권위의 '실효적 관할권'은 궁색한 논리"

a

지난 21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창립 7주년·데일리NK 창간 2주년 기념식에서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황장엽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상임고문,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이 나란히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북민넷'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연대하게 된 계기와 배경은?
"황 선생이 남한에 온 지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국정원 보호 하에 있어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나중에 황 선생이 우리('시대정신' 그룹)가 북한 정권을 비판한 월간조선 인터뷰 기사를 보셨던 모양이다. 황 선생이 비서를 보내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와 2000년 무렵부터 직접 만나게 되었다. 주로 북한 실정에 대한 의견이나 북한 민주화 방법론 등에 대해 교육도 받고 의견 교류도 하고 그랬다."

- 황 전 비서가 '북민넷'의 상임고문으로 있는데 현재 결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황 선생은 직함에는 별로 관념이 없는 분이라 이 단체, 저 단체 고문을 맡은 데가 많다. 물론 우리에 대해서는 좀더 애정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안다. 우리가 주최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교육사업에는 황 선생이 오셔서 특별 강연을 한다. 그런데 경호 문제 때문에 대부분 행사를 비공개로 한다."

- 경호가 국정원서 경찰로 이관하지 않았나.
"그렇다. 그러나 경호 인력만 국정원에서 경찰청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경호 자체는 대단히 엄격하다."

- 교육사업은 주로 어떤 단위로 진행되나.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연구위원들이 파트별로 몇 명 있는데 회원에 대해서는 전체강좌나 MT로 진행하고 각 대학을 순회하는 공개강좌도 연간 수십회 정도 한다. 그럴 경우에는 유호열 교수(고려대 북한학과)나 강철환·김성민씨 같은 탈북자 출신 외부강사들을 초빙해 북한 실정이나 핵·인권 문제, 남북관계 등에 대한 강좌를 진행한다."

- 교육사업을 통해 회원을 확대하나.
"그렇지는 않다. 과거 민주화운동 때와 비슷하다. 학생회원들이 계속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권 학생들도 졸업하면 극소수만 남아 활동하고 대부분은 직장에 취업해 나가고 빈자리에 신입생을 새로 받아들인다. 회원 수는 초기나 지금이나 400∼50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 '북민넷'은 납북자 가족·탈북자 모임 결성을 지원하고 북한인권 국제워크숍을 여는 등 북한의 인권문제를 공론화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최근 국가인권위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공표했는데 이에 대한 '북민넷'의 입장은 무엇인가?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논평을 냈다. 사실 안경환 인권위원장 체제가 되었을 때 내심 기대가 있었다. 그분이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합리적인 분이라는 평을 들었고 취임 일성에 북한 인권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의 결정이 나왔다. 저는 물론 국가인권위가 북한 인권문제를 전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초병으로 나서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인권을 담당하는 특수기구이니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입장을 표명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예 우리는 개입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어놓고 말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인가.
"국가인권위는 이른바 '실효적 관할권'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북한 내 인권문제에 대한 개입불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북한지역에서의 인권침해행위는 '실효적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므로 조사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궁색한 논리다. 직접 북한에 가서 조사하라는 것도 아니고, 또 인권위는 이미 예산을 배정해 상당히 조사를 했다. 작년에도 인권위가 외부 용역을 줘 북한인권실태를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한 북한인권백서가 유출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예산까지 배정해 조사를 집행을 해놓고서 이제 와서 실효적 관할권이 없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인권위 입장은 남한에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의 인권실태 조사에만 국한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결국 취업의 어려움과 차별 등 탈북자들에 대한 남한내 인권문제의 범주에 속한다. 그렇지만 중국 등 3국에서 떠도는 탈북자들과 북한내 탈북 주민들의 인권문제는 남한내 탈북자 인권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것 아니냐.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그 문제를 선결조건으로 둬야 그것을 애써 외면하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이다."

"북한도 내부적으로는 바깥의 문제제기에 무척 민감하다"

a

지난 12월 11일 국가인권위 사무실에서 안경환 위원장이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친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국가인권위도 정부 기구인 만큼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 정부로서 고려할 요소들이 많이 있지 않겠나. 또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등등. 그런데 북한 인권문제 개입이 실제로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남북한 갈등과 마찰만 불러오더라도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보편성의 원칙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정부 부처나 정부 전체의 차원에서는 남북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내 입장을 따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대화·협상하는 정부기구는 그것을 중시하더라도 인권위는 인권을 가장 중시하는 비정치적 기구이기 때문에 북한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비판을 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다. 따라서 우리는 인권위가 '북한인권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면 재검토하고 북한 전지역에 대해 인권 문제를 조사·연구하고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 현 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것인가.
"나는 북한 문제 전반에 대한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정권이 바뀐다면 다음 정권은 대북정책 전반의 원칙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 정부는 우리가 비판을 한들 스탠스(자세)가 바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라고 하기는 곤란하고 서로 입장이 다르고 각자 갈길을 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통일부와 인권위의 입장과 역할은 다르다. 따라서 정부가 좀더 포괄적·적극적으로 인권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쪽이다."

-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들어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레짐의 효과를 의문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국제사회가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이 겉으로 심하게 반발한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북한도 내부적으로는 바깥의 문제제기에 무척 민감하다.

탈북자 문제만 해도 2001년까지는 북한 당국이 죄의 경중 여부를 따지지 않고 체포된 탈북자는 다 교화소로 보냈다. 그러나 그뒤로 국제사회가 탈북자 인권문제를 이슈화하고 다양한 형태로 압박을 하면서부터는, 물론 탈북자가 많이 생긴 탓도 있지만, 북한 당국이 탈북자를 죄의 경중에 따라 단순 탈북자 등으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즉 식량을 찾아나선 단순 탈북자는 간단한 재교육 뒤에 방면하고 탈북중 남한 사람과 접촉하고나 기독교를 받아들인 사람은 교화소에 보내는 등으로 경중을 가리고 있다.

그리고 납북자의 경우는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 납북자문제는 북일수교와도 관련이 있지만, 일본이 계속 시끄럽게 하니까 결국 다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를 돌려보내지 않았냐. 이처럼 북한이 외형적으로 과격한 반응을 내보인 것과 이해관계를 다루는 데는 나름의 판단과 계산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탄력있게 맞춰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북한이 외면적으로 보이는 반응에만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정일 죽거나 제거되거나 도망가서 붕괴되는 게 1단계 북한 민주화"

- 북한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북민넷'이 추구하는 것을 단순화시키면 체제변환 쪽이냐 아니면 김정일 정권 붕괴 쪽이냐.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이상적일 수 있다. 현실은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니까. 그러나 북한은 권력이 극도로 김정일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김정일만 제거되면 새로운 독재자가 들어서도 김일성-김정일 체제와 유사한 신앙적 수령주의에 입각한 통치는 못할 것이다. 또 설령 새로운 독재자가 들어선다고 해도 박정희나 리콴유 정도의 독재는 북한 인민의 물질생활을 개선하는 진보적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김정일이 죽거나 제거하거나 도망가서 붕괴되는 것을 1단계 북한 민주화로 본다.

즉 우리가 추구하는 1단계 북한 민주화는 남한이나 서구의 민주화를 바로 북한에 대입하려는 것이 아니고 과거 개발독재나 권위주의 통치 수준의 리더십이나 현재 중국 정도로 집단적인 정치체제이면서 경제적으로 개방하는 수준이다. 그 다음에 자유민주주의를 완전 정착하려면, 우리도 40∼50년 걸쳐서 했듯이, 북한도 한 세대 정도 걸릴 것이다. 물론 우리가 2000년에는 김정일 체제가 유지되어도 그가 개혁개방을 한다면 (그의 정책을) 진심으로 도와줄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 김정일 하에서 더는 개혁개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이처럼 저항세력이 그 체제 내에서 피 터지게 싸워도 민주화가 될까말까한데, 외부인들이 체제 밖에서 북한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런 측면이 있다. 북한은 옛날 남한식으로 반체제 세력이 활동을 하면서 체제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운 체제다. 바로 자기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이니까. 그렇지만 운동하는 사람은 현실 정치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낙관적 전망을 버릴 수 없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언제 해방이 될지 기약할 수 없었지만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분들이 있지 않았냐. 따라서 우리의 활동 자체가 외부의 국제적 변화가 발생할 때 암흑 속에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요소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북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일제 때보다 더 먹고살기 힘들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그런 희망 없는 체제에 사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현 여부를 떠나서 뭔가 노력을 하는 자체가 소중한 것이고,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도 있다."

- 2007년 초에 탈북자 1만명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많아졌는데 그분들을 통해서 북한민주화 활동에 대한 '피드백'(반응)을 느낄 수 있나.
"북한 민주화·인권운동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주된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식량난 이후 많은 사람이 죽고 배급제가 무너져 내부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사회가 되었다. 문제는 중국처럼 정부가 개혁개방을 해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주의 시스템이 무너져버린 상태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생존을 위해 시장경제화된 것이다. 주민들이 옛날처럼 당이나 수령이 지시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자발성과 자주성의 요소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그런 흐름과 요소를 강화시키는 것이 북한 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 조선족이나 탈북자를 동원해 입수한 북한의 인권탄압 사례 등이 주로 일본 언론을 통해 외부에 전해지고 있는데 그런 공격적인 정보수집 활동도 하고 있나.
"조선족들은 북한 지역 정황을 제대로 모른다. 조선족이 아니고 대부분 탈북자들이다. 이런 활동은 외부세계 언론에 알리는 측면과 돈 벌이 측면이 있다. 우리는 그런 활동에 공조는 하지만 직접 관련되어 있지는 않다.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연결해주기는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사 3년 만에 발견한 이 나무... 이게 웬 떡입니까
  2. 2 장미란, 그리 띄울 때는 언제고
  3. 3 '삼성-엔비디아 보도'에 속지 마세요... 외신은 다릅니다
  4. 4 "삼성반도체 위기 누구 책임? 이재용이 오너라면 이럴순 없다"
  5. 5 [단독] 신응석 남부지검장, '대통령 장모' 의혹 저축은행과 혼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