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중구 충정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노조 집행부가 회의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우선 '대통령이 현대사 문제를 입에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기사 제목부터 당혹스러웠다. 결국 대담자는 나의 인터뷰를 대통령 비판으로 즉시 가져간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냉소와 체통을 잃은 선정적인 비난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이런 제목에 낭패감을 느꼈다.
내 의도는 "한 민족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전쟁을 겪었고 그로 인해 온갖 학살과 테러가 난무했던 한국현대사를 역사교육 현장에서 공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역사해석이 어느 한쪽에 의해서도 쉽게 정치화되어서는 안 되고 차라리 전문역사가의 연구와 토론을 거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여론주도층이 현대사 해석문제로 이렇게 대립하고 있는 시기에는 더욱 신중한 해결방식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또한 문맥상으로 판단한다면, 인터뷰 기사에서 내 발언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의 민주화나 경제의 민주화가 혼란스레 많이 실현된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나의 정확한 의도는 이와 다르다. 정치의 민주화가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이나 '절차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이어지지 못한데 대한 애석함을 표현하는 의미로 발언하였음을 밝히고 싶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적게 실현되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말 알리지 않은 인터뷰 요청, 진의 왜곡한 기사 작성
방학 동안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었는데 이런 일로 격앙된 하루를 보내면서, 이 땅에 사는 한 시민이자 지식인으로서 나는 깊은 피로를 느낀다.
언론이 최소한의 절차와 양심을 지키지 않는 사회, 언론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개인의 주장이 왜곡되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명숙씨의 명칭을 빌리자면, '짝퉁 <시사저널>'은 최소한 나에게 전말을 알리고 인터뷰에 응했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마지막 원고를 내게 보였어야 하지 않는가?
여성단체의 대표로서 그리고 우리 사회를 염려하는 한 교수로서, 편집권 독립을 지키다가 고난을 겪고 있는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에게 누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들이 다시 본연의 사명에 복귀하고, 그리고 이 땅에 정론의 상식이 정착하는 그 날을 꿈꾸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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